전국택배노조 제주지부·택배기사 유족, 14일 공동 기자회견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최근 제주에서 새벽 배송 중 교통사고로 숨진 30대 쿠팡 협력업체 택배기사 유가족이 쿠팡 측의 진심 어린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수립을 촉구하고 나섰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숨진 쿠팡 협력업체 택배기사 유가족 공식입장 및 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지난 10일 새벽 배송 업무 중 전봇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다 끝내 사망한 쿠팡 협력업체 택배기사 30대 남성 A씨의 어머니와 누나, 배우자도 참석했다.
유족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고인이 고되고 힘든 택배 노동에 내몰려 희생되면서 유족은 슬픔에 잠겼으며 우리 가정은 가장을 잃고 앞날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놓이게 됐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고는 최악의 과로노동에 내몰아 왔던 쿠팡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라며 “일주일에 6일을 계속 밤마다 12시간씩 일해야 했으며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한채 장례를 책임져야 했다. 또 장례를 치르고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일하러 나갔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지금이라도 쿠팡 대표는 과로로 숨진 고인의 영정과 유족 앞에 직접 와서 사죄해 맺힌 한을 풀어달라”며 “쿠팡은 유족의 막막한 생계와 상처를 치유하고 위로할 대책을 세우라”고 강조했다.
또 유족 측은 “제2, 제3의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재발방지 대책을 세워 국민들과 택배노동자들 앞에 제시해 달라”고 목소리 높였다.
특히 이날 택배노조 제주지부와 유족 측은 고인이 아버지 장례를 치르기 전까지 5일 연속으로 새벽 배송 업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지난 4일 오후 9시께 배송 업무로 인해 아버지의 임종을 보지 못했으며 이후 4시간가량 더 일을 하고 난 뒤에야 다음 날 5일 새벽 1시께 장례식장에 도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업무 직후 곧장 장례 일정을 수행한 고인은 제대로 쉬지도 못하며 빈소를 지켰고 손님을 맞이했다.
고인은 7일 장례가 끝난 뒤 8일 겨우 하루를 쉬고 9일 오후에 출근, 10일 새벽 업무 도중 전봇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고인은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이와 관련 택배노조 제주지부는 “A씨는 주 6일 연속적 고정 야간 배송 업무를 해왔으며 하루 휴무 후 5일 연속으로 일한 뒤 곧바로 3일간 아버지 장례를 치러내고 단 하루를 쉬고 업무에 복귀해 사고를 당한 것”이라며 “A씨는 장례 이후 2일의 휴무를 요청했으나 대리점에서 받아들이지 않아 하루만 휴식을 취하고 출근했다”라고 설명했다.
택배노조 제주지부는 “업무 대화방에서 대리점 관리자가 매일 올리는 근무표를 기준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A씨가 속한 대리점에서는 주 6일 연속 근무가 만연했으며 심지어 7일 이상의 초장 시간 노동이 횡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쿠팡CLS는 연속 7일 이상은 동일 아이디로 쿠팡CLS 앱 로그인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7일 이상 연속 근무는 불가능하다고 밝혀왔으나 이와 달리 택배노조 제주지부 자체 조사 결과 연속 7일을 초과하는 사례가 확인된 것이다.
택배노조 제주지부는 “쿠팡CLS는 택배노동자의 건강권과 휴식권 보장에 대해 비판 받을 때 마다 ‘쉬고 싶을 때 언제든 쉴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주장해 왔으나 고인에게는 이러한 시스템이 적용되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발언에 나선 A씨의 배우자 역시 “남편이 휴무를 요청하면 대리점 측에선 일정을 맞추지 못한다면 다른 근무지를 알아보라는 식으로 이야기 해 쉽게 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택배노조 제주지부는 사고 현장을 분석한 결과 도로에 브레이크 흔적이 없는 점, 핸들 조작 없이 직선 주행한 흔적만 있는 점 등을 미뤄 단순한 졸음운전 사고가 아니라고 판단, 수사기관의 면밀한 조사를 촉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