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2026년 2월 28일까지 매주 매주 금·토·일

[제주도민일보 최지희 기자] 평생 농부이자 해녀였던 제주 할망들이 붓과 흙을 들고 신과 동물로 변신한다. 기억과 삶을 담은 작품 속에서 공생의 지혜가 되살아난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옛 농협창고를 개조한 예술공간 선흘그림작업장에서 오는 20일부터 특별한 오픈 스튜디오 전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기막힌 신들의 변신과 공생’이 열린다. 전시는 2026년 2월 28일까지 매주 금·토·일 운영된다

이번 전시는 평균 연령 80대에 이르는 ‘그림할망’ 아홉 명과 최소연 예술감독이 함께한 프로젝트다. 농부에서 화가로 변신한 할망들은 로주마리, 버섯, 토끼, 산호, 꿩, 무화과, 개, 호랑이 등 다양한 존재로 자신을 겹겹이 변주하며 삶과 기억 속 공생의 세계를 작품으로 풀어낸다.

참여 작가는 ▲홍태옥(초록할망) ▲김인자(고목낭할망) ▲강희선(소막할망) ▲고순자(무지개할망) ▲오가자(신나는할망) ▲조수용(우라차차할망) ▲허계생(불할망) ▲김옥순(우영팟할망) ▲박인수(무화과할망) 등이다. 할망들은 20점씩 신작 회화와 조각을 선보이며 각자의 신화적 경험과 일상적 기억을 예술로 전환한다.

초록할망 홍태옥은 토끼와 공룡을 매개로 뜻밖의 공생을 그려내고, 무지개할망 고순자는 옆집 말과의 교감을 상상 속 존재로 확장한다. 소막할망 강희선은 해녀 시절 바다와 나눈 기억을 그림과 조각으로 표현하고, 무화과할망 박인수는 강아지와의 기억을 무화과와 새의 형상으로 변신시켰다.

전시 기간 동안 ‘작가와의 대화’, 그림할망과 함께하는 그림워크숍, 아트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특히 ‘공생의 정글 탐험’과 ‘반려조각 제작’ 체험은 관람객이 직접 예술적 공생의 세계를 경험하도록 기획됐다.

최소연 예술감독은 “할망들의 신작은 인간과 동물·식물이 함께 늙고 함께 기억하며 살아가는 공생적 관계를 표현한 것”이라며 “관람객들이 작품을 탐험하면서 새로운 언어와 감각으로 공존의 의미를 체감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는 입장 무료이며 일부 프로그램은 예약제로 운영된다. 자세한 정보와 신청은 공식 누리집 인스타그램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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