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언론사에 메일 보내 “노조 측 왜곡으로 악덕 기업 돼” 주장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지난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숨진 쿠팡 협력업체 택배기사 유가족 공식입장 및 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서희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지난 14일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숨진 쿠팡 협력업체 택배기사 유가족 공식입장 및 2차 진상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서희 기자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새벽 배송 중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제주 택배기사가 소속된 택배 영업점 대표가 음주운전 사고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제주 모 택배 영업점 대표라고 밝힌 A씨는 지난 15일 언론사 기자 20여 명에게 ‘제주 쿠팡 교통사고 음주운전 은폐 의혹에 대한 수사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메일을 보냈다.

A씨가 대표로 있는 택배 영업점은 지난 10일 교통사고로 다쳐 치료를 받던 중 사망한 30대 택배기사 B씨가 소속된 곳이다.

A씨는 메일을 통해 “우선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운명을 달리한 고인의 명복을 빈다. 장례 지원 약속과 동시에 유가족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라면서도 “다만 민주노총의 악의적인 주장으로 하루아침에 악덕 기업이 돼버린 것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하고자 한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 14일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와 B씨 유족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B씨가 일주일에 6일을 계속 밤마다 12시간씩 일해야 했으며 아버지의 임종도 보지 못한채 장례를 책임져야 했다. 또 장례를 치르고 충분한 휴식도 취하지 못한 채 일하러 나갔다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말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 자리에서 택배노조 제주지부는 “업무 대화방에서 대리점 관리자가 매일 올리는 근무표를 기준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B씨가 속한 대리점에서는 주 6일 연속 근무가 만연했으며 심지어 7일 이상의 초장 시간 노동이 횡행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노조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영업점에 대한 확인도 없이 보도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라며 “안타까운 교통사고는 민주노총이 개입하자 과로사가 돼버렸다. 고인이 발인 이후 50시간 넘게 휴식을 취하고 출근했음에도 SNS 메시지를 왜곡, 부친상을 당한 동료에게 출근을 강요한 악덕 업체가 돼버렸다”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이어 초장 시간 노동 의혹에 대해 “출근 일정 조정을 위해 SNS 메시지를 주고받은 내용을 노조 측에 왜곡한 것 같다”라며 “실제 배송 날짜랑 다른 것을 모를 리 없는 노조 측은 마치 연속으로 과로하는 구조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10일 새벽 2시9분께 제주시 오라이동 제주교도소 앞 오거리에서 30대 남성 A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사진은 운전석에 끼인 A씨를 구조하는 모습.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10일 새벽 2시9분께 제주시 오라이동 제주교도소 앞 오거리에서 30대 남성 A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사진은 운전석에 끼인 A씨를 구조하는 모습.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무엇보다 A씨는 고인의 동료기사들이 주고받은 SNS 대화 내용을 바탕으로 B씨의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A씨는 경찰에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경찰은 음주 정황을 확인하지 못 했다며 B씨가 새벽 배송 중이었던 점 등을 토대로 졸음운전으로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A씨가 B씨에 대한 음주운전 의혹을 제기하고 나서자 노조 측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택배노조 제주지부 관계자는 “A씨의 주장은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여론을 호도하려는 행위이자 명백한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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