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택배노조 제주지부, 12일 자체 진상 조사 결과 발표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2일 부민장례식장 정문 앞에서 지난 10일 교통사고로 숨진 쿠팡 협력업체 택배기사 30대 남성 A씨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서희 기자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2일 부민장례식장 정문 앞에서 지난 10일 교통사고로 숨진 쿠팡 협력업체 택배기사 30대 남성 A씨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서희 기자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제주에서 새벽 배송 중 교통사고로 숨진 30대 택배기사가 심각한 과로에 시달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12일 부민장례식장 정문 앞에서 지난 10일 교통사고로 숨진 쿠팡 협력업체 택배기사 30대 남성 A씨에 대한 자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택배노조 제주지부는 고인의 휴대전화 쿠팡 근무 기록 앱을 분석하고, 유족과 동료 기사들의 증언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아버지 장례식을 치른 뒤 8일 하루를 쉬고 9일 오후 7시부터 업무에 복귀, 다음 날인 10일 새벽 2시9분께 전봇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크게 다친 A씨는 119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치료를 받던 중 숨졌다.

10일 새벽 2시9분께 제주시 오라이동 제주교도소 앞 오거리에서 30대 남성 A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사진은 운전석에 끼인 A씨를 구조하는 모습.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10일 새벽 2시9분께 제주시 오라이동 제주교도소 앞 오거리에서 30대 남성 A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봇대를 들이받았다. 사진은 운전석에 끼인 A씨를 구조하는 모습. 제주도 소방안전본부 제공

택배노조 제주본부는 쿠팡 새벽 배송이 2일에 걸쳐 철야 노동 방식으로 이뤄지는바, 고인은 9일 오후 7시에 출근해 다음 날인 10일까지 배송 업무를 하다 2차 배송을 위해 배송지에서 캠프로 복귀하던 중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실제 사고지점은 배송 구역과 A씨가 소속된 쿠팡 제주1캠프 사이에 위치한 도로이고 보통 제주1캠프 2차 배송 간선차 도착 완료가 새벽 3시께 이뤄지는 점을 고려했을 때 고인이 사고 당시 2차 배송을 위해 배송지에서 새로운 배송 물량을 싣기 위해 캠프로 복귀하는 과정이었다는 게 자연스럽다는 설명이다.

무엇보다 A씨의 쿠팡 근무 기록 앱 분석 결과 A씨는 주 6일로 근무했으며 하루 평균 300개 이상 배송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A씨는 하루 2회 반복 배송과 고중량 상자를 취급하는 육체적 강도가 높은 노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 A씨의 업무 시작 시간은 캠프 입차 기준 오후 7시, 퇴근 시간은 다음 날 새벽 6시30분으로 추정, 고인은 하루 꼬박 11시간30분을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주 6일로 계산하면 주간 노동시간은 69시간, 법적 과로사 인정 기준에 따라 계산하면 주 노동시간은 83.4시간이다.

이와 관련 강민욱 전국택배노조 쿠팡택배본부 준비위원장은 “지난해 5월 숨진 쿠팡 노동자 고 정슬기씨가 최근 과로산재를 인정받았다. 그의 주 근무시간은 74시간으로, A씨의 근무시간은 이보다 10시간 가까이 많다”라며 “사고 발생 시점 고인은 정신적 고통과 함께 매우 심각한 과로에 시달리고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에 대한 추가 진상조사를 진행할 예정으로, 고용노동부 등의 특별근로감독이 진행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제주본부는 12일 정부제주지방합동청사 앞에서 쿠팡 특별근로감독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서희 기자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