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새벽 배송을 마치고 물류센터로 복귀하던 중 전봇대를 들이받는 교통사고를 낸 30대 택배기사가 끝내 숨을 거뒀다.
11일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와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새벽 2시9분께 제주시 오라이동 제주교도소 앞 오거리에서 30대 남성 A씨가 몰던 1t 트럭이 전봇대를 들이받는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A씨가 차량 운전석에 끼여 발목 등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사망했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쿠팡 제주1캠프에서 야간 배송을 담당하던 협력업체 택배기사로 확인됐다.
A씨는 야간 배송을 마치고 물류센터로 다시 돌아가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 전국택배노동조합 제주지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동료들은 숨진 A씨가 며칠 전 아버지 장례식을 치르고 충분히 쉬지 못한 상태에서 업무에 복귀했으며 사고는 업무 중이거나 복귀 도중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라며 “새벽 1~2시에 배송이 끝나는 것이 아닌 2~3회 반복 배송으로, 배송 중 다시 물품을 받기 위해 캠프에 복귀하는 중이었다고 봐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쿠팡 새벽배송 노동자들의 특성상 장시간 노동과 불규칙한 근무는 이미 생명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라며 “쿠팡은 반복되는 노동자 사망 사건에도 책임을 개인 건강 문제로 돌리며 근본적인 개선을 외면하고 있다. 이번 제주 노동자의 죽음 또한 단순한 사고가 아닌 과로와 구조적 위험이 만든 사회적 타살”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쿠팡은 노동자 사망 사건의 경위를 즉각 공개하고 책임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라고 했다.
또 고용노동부에 쿠팡 전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촉구했으며 제주도에는 지역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는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