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최지희 기자] 제주 지역 1인 가구 중 중장년층이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도내 1인 가구 가운데 40~64세가 48.2%를 차지하고 이 중 남성 비율은 65.3%에 달한다.

고립과 단절, 그리고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인 중장년의 삶이 더는 예외적인 사례가 아니다. 이 같은 흐름은 지역 인구 구조의 변화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적 고립, 경제적 불안정, 정신적 위기, 그리고 고독사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는 이미 곳곳에서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제주처럼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이 문제가 더욱 예민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최근 고립·은둔 문제 해결을 위한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고립·은둔 청년 및 중장년 지원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하기 위한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 ‘은둔·고립 대응 시범사업’도 민관 협력으로 진행 중이다.

문제는 지금의 대응이 여전히 ‘드러난 위기’ 이후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중장년 1인 가구가 이미 고립 상태에 빠진 뒤 개입하는 구조로는 근본적인 예방이 어렵다. 사회와의 연결 고리를 사전에 복원할 수 있도록 일상에 뿌리내린 촘촘한 체계가 필요하다. 지역 내 커뮤니티 공간, 소모임, 이웃 관계망이 자연스럽게 접촉점을 형성하도록 하고 심리·건강 상태를 살필 수 있는 조기 경보 시스템, 생활밀착형 안전망도 함께 구축해야 한다.

또한 중장년층이 노동시장과 사회활동에서 밀려나기 쉬운 구조 역시 손봐야 한다. 경제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일자리 연결, 커뮤니티 기여를 통한 존재감 회복,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이라는 자존감은 어떤 복지보다 먼저 다가갈 수 있다.

중장년 1인 가구의 증가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 구조 변화의 결과다. 이제는 ‘나중의 복지’가 아닌 ‘지금의 연결’이 필요하다. 고립되는 중년이 홀로 외면당하지 않도록 공동체의 눈과 손이 먼저 닿아야 한다. 복지 시계는 이제 ‘지금’을 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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