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숙 의원 “중학생이 진학을 포기하는 현실…IB 정책 설계부터 재검토”
김광수 교육감 “확대는 공감…추진은 학교·지역 여건 고려해 신중 판단”
[제주도민일보 최지희 기자] 제주도 내 IB 교육이 확산되고 있지만 고등학교가 표선고 1곳에 머물면서 지역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표선 지역에서는 중학생이 표선고 진학을 단념하는 상황까지 나타나면서 제주도교육청 대응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17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444회 제2차 정례회 본회의에서 고의숙 의원(교육의원, 제주시 중부)은 표선 지역의 현실을 “표선이 대치동이 됐다”고 표현하며 IB 정책의 불균형을 강하게 비판했다.
고 의원은 “지금 표선 지역 상황을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향후 몇 년간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고 지적하며 “학급 수 증가에 대한 대책과 예산, 자율학교 규칙 전반을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먼저 IB 도입의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제주에서 IB를 시작한 이유는 천 명의 아이가 천 명의 답을 쓰는 논서술형 체제로 가기 위한 것이었고 읍면지역 교육 균형 발전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나타나는 현실은 다르다는 설명이다. 고 의원은 “한 표선중 3학년 학생은 표선고를 간절히 원했지만 ‘지금 성적으로는 힘들다, 들어가도 경쟁할 자신이 없다’며 포기했다고 한다”며 “중학생이 일반고 진학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IB 학교 수 확대 과정의 불균형도 지적했다. 그는 “최근 3년 동안 IB 초·중학교는 2배 이상 늘었는데 고등학교는 여전히 1곳뿐”이라며 “그 결과 내신 50%가 넘는 학생들의 탈락이 이미 발생하고 있고 표선 지역 학생들이 자신이 다닌 학교로 진학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표선고의 경쟁 상황을 언급하며 “제주시 동지역 일반고 커트라인이 67점인 상황에서 표선고는 오히려 더 높은 진입장벽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IB를 위해 표선고를 찾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정작 표선 학생들이 진학 문턱에서 밀려나는 역설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도교육청이 직접 진행한 용역에서도 IB 고등학교 확대 필요성이 제안됐는데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책 설계 단계에서 고등학교 단계가 빠져 있었기 때문에 이런 불균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표선중학생 증가 문제도 제기됐다. 고 의원은 “표선중은 지금 560명인데 2030년이면 843명으로 늘어난다. 학급도 22개에서 32개가 된다”며 “이 상황이 뻔히 보이는데 내년 예산에는 아무 대책도 없다. 특별실을 일반교실로 바꾸겠다는 수준으로는 대응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광수 교육감은 IB 고교 추가 지정 필요성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추진 과정에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김 교육감은 “IB 고등학교 확대는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학교 수용성과 지역 여건, 교원 배치 등 여러 요소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표선고 쏠림 문제는 도교육청도 인지하고 있다”며 “추가 지정 여부는 고교체제 개편과 연계해 중장기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IB 초·중을 지정했으면 당연히 고등학교도 연계돼야 한다. 학생들은 IB 고등학교를 원한다”며 “지금 같은 구조에서는 불균형만 더 커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 의원은 표선 지역 학급 증가 문제에 대한 선제적 대책 마련, IB 초·중·고 연계 로드맵의 전면 재정비, 고교체제 개편과 연계한 IB 고등학교 추가 지정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표선 지역 민원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교육정책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