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2학기부터 수행평가 개선안 시행
학생·학부모·교사 “형식 아닌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한목소리

국회 전자청원 누리집 갈무리.
국회 전자청원 누리집 갈무리.

[제주도민일보 최지희 기자] 교육부는 올해 2학기부터 전국 중·고등학교에서 모든 수행평가를 수업시간 내에 실시하고 암기형·과제형 평가를 지양하겠다는 개선안을 내놨다.

과제 대행이나 외부 개입을 차단하고 공정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교육 현장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언제 평가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문제”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 상당수 학교에서는 이미 수업시간 내 수행평가를 운영 중이다. 현장의 학생·학부모·교사들은 문제의 본질이 평가 ‘방식’이 아닌 조율되지 않은 총량, 반복적 구조, 제도적 통제 부재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수행평가, 준비보다 견디는 일이 됐다

제주시의 한 고등학교 3학년 A양은 “여러 과목의 수행평가가 비슷한 시기에 겹칠 때가 많아 준비가 벅찰 때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발표 위주의 과목에서는 “스크립트를 작성하고 외운 뒤 발표하는 방식이 반복되면서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응용하기보다는 발표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발표 순서를 정하고 순차적으로 평가받는 방식이 대회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고 덧붙였다.

◼ 고교학점제 속 ‘쏟아지는 수행’...조율 없는 과중

학부모 B씨는 “과제는 계속 쌓이는데 아이는 왜 하는지도 모른 채 제출만 반복한다”며 “공부를 위한 평가가 아니라 제출을 위한 과제로 변질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택 과목이 늘어난 고교학점제 체제 속에서 각 과목이 따로 평가 일정을 정하다 보니 학생 입장에서는 수행평가가 겹치고 누적되는 일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B씨는 “아이 말로는 기말고사 일주일 전에도 수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며 “수행평가 준비에 시험까지 겹치니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느껴질 정도”라고 안타까워했다.

◼ 제도를 지키고 있는데도 비판받는 구조

교사들도 문제의 본질이 “언제 평가하느냐”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제주시의 한 고등학교 교사 C씨는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과목 수가 늘어나면서 학생 한 명이 감당해야 하는 수행평가의 총량도 눈에 띄게 늘었다”며 “시험을 앞둔 5~6월 사이에는 9~10개 과목의 수행이 몰려 진행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학교에 수행평가를 시기별로 분산하거나 총량을 관리하는 시스템이 전혀 없어 일정이 겹치더라도 교사 개인 단위에서만 계획이 수립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목별로 개별 평가가 반복되는 구조에서는 학생의 부담이 줄어들 수 없다”며 “공동수업이나 융합형 평가를 통해 하나의 과제로 여러 과목의 평가를 통합하는 시도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교육부가 제시한 ‘학교 자체 점검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형식적으로는 이미 하고 있는 일”이라며 “실질적인 조율 구조나 설계 방식이 바뀌지 않으면 근본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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