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기준 29개 농가·748마리 폐사 신고
전년보다 빠른 속도…더위 취약한 돼지 피해 속출

지난 13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양돈농가에서 사육하는 돼지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누워있다. 이서희 기자
지난 13일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양돈농가에서 사육하는 돼지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누워있다. 이서희 기자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제주에서 30도를 웃도는 무더위가 계속 맹위를 떨치면서 축산농가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찾은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양돈농가.

열대저압부 영향으로 비가 내리면서 비교적 선선한 날씨였지만 축사 내부에 있는 돼지들은 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바닥에 누워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사람은 더우면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지만, 땀샘이 없는 돼지들은 숨을 내쉬는 게 다였다.

진성축산 강명수 대표는 고온에 취약한 돼지들을 위해 축사 내부에 냉방기, 대형 선풍기 등을 24시간 가동하고, 냉온수기를 통해 시원한 물을 공급하고 있지만, 돼지가 가장 편안하게 느끼는 온도인 14~16도를 맞추기엔 역부족이었다.

강 대표는 “땀샘이 없는 돼지는 더위에 취약한데 날씨가 더우면 밥을 잘 먹지 않아 성장률이 더디고 모돈의 수태율(임신)도 떨어진다”라며 “폭염 스트레스로 폐사하는 개체도 있어 농가 입장에선 피해가 심각하다”라고 푸념했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양돈농가 내부에 냉방기가 가동되고 있다. 이서희 기자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양돈농가 내부에 냉방기가 가동되고 있다. 이서희 기자

실제 지난 11일 기준 제주지역 29개 농가에서 돼지 748마리가 폐사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9월 30일까지 52개 농가에서 5800여 마리의 돼지가 폐사한 것으로 신고된 가운데 전년보다 이른 더위로 인해 폐사 피해가 빠르게 늘고 있다.

무엇보다 날이 갈수록 더워지면서 냉방기 가동을 위한 전기세 등 운영비 부담도 축산 농가를 짓누르고 있다.

강 대표는 “날이 계속 더워지니 냉방기 등 전기 시설을 늘리고는 있는데 운영비 부담으로 마냥 시설을 늘릴 수는 없는 상태”라고 했다.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양돈농가에서 모돈이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이서희 기자
제주시 한림읍 금악리의 한 양돈농가에서 모돈이 새끼에게 젖을 물리고 있다. 이서희 기자

또 다른 축산농가 관계자 A씨는 “소규모 축사를 운영하고 있는데도 전기세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라며 “폭염이 심각할 때 태어난 새끼 돼지들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성장도 더디고 폐사하는 경우도 많다. 더위가 계속 기승을 부릴 것이라는 예보가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주말 내렸던 소나기가 지나고 다시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보여 가축 폐사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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