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민일보 최지희 기자]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 제주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체감기온은 35도를 넘나들고 열대야로 인한 수면 장애와 온열질환 발생이 일상이 됐다. 바닷물 수온 상승으로 양식장에서는 집단 폐사가 발생했고 농가 역시 작황 부진에 시름이 깊다. 삶의 현장에서 기후위기를 체감하고 있는 지금 교육은 이 변화 앞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제주도교육청이 지난 7일 개최한 ‘기후위기 시대, 제주형 환경교육의 방향’ 정책토론회는 이 물음에 응답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의 자리였다. 발표자들은 감응 중심의 생태전환교육, 지역 자원을 활용한 교과 통합 수업, 학생 주도 실천 구조 구축 등 다양한 방향을 제시했다. 학교는 기후위기의 배경과 구조를 이해하고 삶의 방식을 변화시키는 교육을 실행할 공간이라는 점에서 토론회가 제기한 제안은 의미 있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이 제안들이 모든 학교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지난 2023년부터 전국 학교에서 환경교육이 의무화됐지만 실행력은 제도 도입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생태교육이 특정 교사나 학년 중심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일회성 행사나 체험 활동에 그치는 실정이다. 교사 연수는 선택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생태 감수성과 수업 설계를 다루는 전문적 내용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현장 목소리도 있다.
학교 간 격차도 뚜렷하다. 일부 학교는 지역과 연계한 생태 프로젝트형 수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많은 학교들은 시간과 인력, 예산 등의 제약으로 접근 자체가 어렵다. 같은 교육청 소속임에도 학교마다 환경교육의 수준과 밀도에 큰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교육의 형평성과 지속 가능성 측면에서 우려를 낳는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방향 제시에 그치지 않는 실행 가능한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감응 중심의 수업이 학교에 뿌리내리기 위해선 커리큘럼 재설계와 정규 교육과정 내 편성이 선행돼야 하며 교사 연수는 전 교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체계화돼야 한다. 생태전환교육이 교사 개인의 관심과 열정에 의존하는 구조를 넘어서야 하며 누구나 일정 수준의 전문성을 갖추고 수업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 기반이 갖춰져야 한다.
학교마다 생태전환교육을 기획하고 조율할 전담 인력 배치도 함께 논의돼야 한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생태코디네이터’ 제도는 제도화되지 않아 실행 논의조차 본격화되지 못하고 있다. 교육청 차원에서 이 제도의 필요성을 분명히 인식하고 제도 설계와 배치 기준 마련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
또한 정형화된 일률적 수업 모델만을 요구하는 방식도 한계가 있다. 도심과 읍면, 학교 규모와 여건이 서로 다른 상황 속에서 환경교육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유연한 설계가 필요하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한 교사도 따라올 수 있도록 모듈형 커리큘럼, 수업 예시, 실행 가이드라인 등이 마련돼야 하며 지역 자원과 연계해 자율적으로 변형·적용할 수 있는 탄력적 실행 모델이 병행돼야 한다.
무엇보다 학생의 행동으로 이어지는 실천력을 키우려면 생태 감수성과 내면의 동기 형성이 선행돼야 한다. 불편함을 감수하면서도 행동을 지속할 수 있는 의지는 지식이나 외적 동기만으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생들이 환경 문제를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삶의 선택으로 연결하도록 이끄는 감수성과 공감 능력,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는 수업과 문화가 중요하다.
교육은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를 준비하는 장치다. 기후위기가 일상의 문제가 된 지금, 생태전환교육은 일부 학교의 실험이나 교사 개인의 열정으로는 결코 지속될 수 없다. 모든 학생이 일정 수준 이상의 생태 감수성과 실천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교육청과 학교는 이제 실행 가능한 구조와 유연한 체계를 갖춰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 교육이 내놓아야 할 가장 중요한 해답은 바로 모든 학교에 작동 가능한 생태전환교육의 실행 기반을 세우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