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여성가족연구원, ‘제주지역 청소년 삶의 질 진단과 시사점’ 발간
삶의 만족도·행복감, 전체평균은 중상위권...여학생·고등학생·취약계층은 전국 하위권
자기효능감·정신건강·사회적 지지 모두 낮아...맞춤형 정서 지원과 정책 개입 필요

[제주도민일보 최지희 기자] 제주 청소년의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은 전체 평균만 보면 전국 중상위권에 해당하지만 세부 집단별로 분석한 결과, 여학생과 고등학생, 경제적으로 취약한 청소년은 삶의 질 전반에서 전국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형적 수치에 가려졌던 구조적 격차가 드러나면서 위기 집단에 대한 정서적 개입과 통합적 지원 체계 마련이 과제로 떠올랐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12일 ‘제주지역 청소년 삶의 질 진단과 시사점’ 보고서를 발간하고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2023년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조사’ 원자료를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청소년의 평균 삶의 만족도는 7.04점(전국 10위), 행복감은 7.12점(전국 5위)으로 집계됐다.

겉으로는 양호한 수치지만 세부 집단별로 보면 양상이 달라진다. 

여학생의 삶의 만족도는 6.59점, 행복감은 6.74점으로 남학생(각각 7.51점)보다 0.9점 이상 낮았다. 전국 기준으로 보면 여학생의 삶의 만족도는 14위, 행복감은 10위 수준에 그친다.

학교급별 격차도 컸다. 초등학생은 삶의 만족도 8.00점, 행복감 7.92점으로 가장 높았고 고등학생은 각각 6.14점, 6.42점으로 가장 낮았다. 중학생은 7.20점, 7.17점이었다. 특히 고등학생의 삶의 질 지표는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경제적 조건에 따른 차이도 분명했다. 가구의 경제 수준이 낮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삶의 만족도 6.13점, 행복감 5.20점으로 전국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반면 경제 수준이 높다고 응답한 집단은 각각 7.98점, 7.92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중에서는 ‘자기효능감’이 가장 큰 변수로 나타났다. 자기효능감은 자신이 유능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느끼는 정도를 뜻하는 정서적 자산으로 삶의 질 전반에 밀접한 영향을 준다. 전체 평균은 2.94점(4점 만점)이었고, 여학생은 2.86점, 고등학생은 2.91점, 경제적 취약계층은 2.32점으로 특히 낮았다.  

정신 건강 역시 주요 변수였다. 여학생의 정신 건강 점수는 2.75점, 남학생은 3.31점으로 0.56점 차이가 났고 고등학생은 2.73점으로 모든 학교급 중 가장 낮았다. 신체적 건강과 사회적 지지도 고등학생과 취약계층에서 낮게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와 행복감을 조합해 ‘만족한 행복’, ‘만족한 불행’, ‘불만족한 행복’, ‘불만족한 불행’의 네 유형으로 분류한 결과, 여학생·고등학생·경제 취약계층 청소년은 대부분 ‘불만족한 불행’에 속했다. 반면 남학생·초등학생·경제적 여유가 있는 청소년은 ‘만족한 행복’ 유형에 분포됐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은 삶의 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첫 번째 과제로 여학생을 위한 맞춤형 정서·진로 지원을 제시했다. 자기효능감과 정신 건강 지표가 낮은 여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링, 심리 안정 프로그램, 진로 탐색 활동 등이 체계적으로 제공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두 번째 정책 방향으로는 학교급별 특성에 따른 정서 대응과 취약계층 청소년에 대한 문화복지 지원 강화가 제시됐다. 고등학생은 스트레스 관리와 정서 회복 프로그램이 요구되며 초·중학생은 교사 및 또래 관계 중심의 예방적 정서 교육이 효과적이라고 분석됐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에게는 문화 체험, 진로 탐색 등 실질적 기회를 보장하는 복지 기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로는 삶의 질 변화와 격차를 상시로 파악할 수 있는 모니터링 체계 구축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외형상 문제가 없어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정서적으로 위태로운 청소년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제주여성가족연구원 관계자는 “청소년의 삶의 질은 지역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지표”라며 “공평한 교육 기회와 정서적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통합적 시스템 구축과 함께 성장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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