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무한한 가능성 지닌 제주 향토자원X ⑩]
껍데기 ‘구쟁기딱살’·내장 ‘구쟁기똥’ 등 생활 속 언어 깊숙이 스며들어
활발한 가공식품 개발로 부가가치 높여…화장품 원료로도 넓게 활용돼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지난 2014년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됐다.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따라 그간 인류의 공동 자산으로 인식돼 오던 생물자원은 국가마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자원으로 인정되면서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게 될 경우 원산지국가에게 그 이익의 일부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많은 나라에서 자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할 때에 필요한 이행체계 및 관련 법률 등을 마련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자원의 수입 비중이 높아 향토자원의 활용성을 증대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힘쓰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 역시 향토자원의 활용과 바이오산업을 제주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제주는 난대림과 온대림, 한대림까지 공존, 자생하는 생물자원만 해도 9787종에 이를 만큼 그야말로 보고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생물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으며, 실제 식생활을 비롯해 뷰티, 의약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향토자원을 활용한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제주도민일보는 향토자원의 체계적 연구 및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주도, 제주테크노파크와 손을 잡고 ’제주 생물자원의 산업화를 위한 스토리텔링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의 청정하고 다양한 향토자원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제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산업화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스토리]
제주 뿔소라는 제주어로 ‘구쟁기’라고 불리며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해녀의 삶과 제주의 문화가 응축된 상징적인 자원이다. 거친 바다에 적응하며 발달시킨 패각의 ‘뿔’은 물질로 생계를 이어 온 해녀들의 강인한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과거 뿔소라는 한때 국내 소라 생산량의 80% 이상을 차지할 만큼 제주 지역 경제의 중요한 기반이다. 물질을 마친 해녀들이 불턱에 모여 뿔소라를 구워 먹으며 서로의 고단함을 위로했던 것처럼, 뿔소라와 해녀의 숨비소리는 제주 바다의 오랜 역사를 증언한다. 또한, 제주에서는 껍데기를 ‘구쟁기딱살’, 내장을 ‘구쟁기똥’이라 부르는 등 생활 속 언어에도 깊숙이 스며들어 있다.
현대에 들어 뿔소라는 전통적인 식재료를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회, 구이, 물회는 물론, 구쟁기 김밥, 통조림, 소라장, 라면 등 가공식품이 활발하게 개발돼 부가가치를 높이고 해녀들의 소득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지자체와 생산자는 온라인 마케팅을 통해 판로를 확장하고, ‘구쟁기=제주’라는 정체성을 강화하며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다.
최근 연구를 통해 뿔소라의 육질과 내장에서 유래한 저분자 펩타이드가 항산화 및 항염 효과를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뿔소라에 풍부한 타우린과 아르기닌 같은 아미노산은 기능성 식품으로서 간 건강과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이러한 효능을 바탕으로 기능성 식품과 화장품 원료로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으며, 특히 체내 흡수율을 높이기 위한 효소 가수분해 및 전달 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이처럼 제주 뿔소라는 해녀의 노동과 공동체 기억을 품은 문화유산인 동시에, 과학 기술과 브랜딩이 더해져 전통과 미래를 잇는 제주의 핵심 자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소재정보]
뿔소라는 전복과 함께 소라과(Turbinidae)에 속하는 복족류 연체동물이다. 제주도와 남해안의 암반성 천해(얕은 수심)에 서식하며, 대형 갈조류(톳, 미역 등)를 주식으로 하는 초식성으로 낮에는 암반 틈에 숨어 있다가 밤에 활동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뿔소라의 가장 큰 특징은 껍데기에 뿔처럼 솟은 돌기이다. 이 돌기는 거센 조류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란기는 주로 여름 말에서 초가을이며, 유생의 부유 기간이 약 5일로 짧아 인근 해저에 정착해 성장한다.
뿔소라는 우리나라 소라 생산의 중심이며 국내 생산량의 80% 이상이 제주에서 나올 만큼 경제적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원 감소와 분포 북상 현상이 관찰되면서 제주도에서는 뿔소라 자원 보호를 위해 6월 1일부터 8월 31일까지를 금어기로 지정하고 있다.
제주 뿔소라에 대한 학술적 정보는 최근의 분류학적 변화를 포함해 이해해야 한다. 과거에는 Turbo cornutus라는 학명으로 널리 알려졌으나, 2017년 분류 개정 이후에는 제주와 일본 연안에 서식하는 뿔소라를 Turbo sazae로 표기하는 것이 가장 타당하다는 학술적 견해가 지배적이다. 또한 Batillus cornutus는 Turbo cornutus의 이명(동의어)으로, 현재는 Turbo 속명으로 통합해 사용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편, 한국어 통용명인 ‘뿔소라’는 우리가 흔히 먹는 소라(Turbo sazae)와 학술적으로 ‘뿔소라’로 등재된 전혀 다른 종(Chicoreus asianus)이 혼용되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연구현황]
- 제주도산 소라, Batillus cornutus의 자원평가 및 관리에 관한 연구
장대수, 제주대학교 일반대학원 (2002)
- 16S rD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한 제주연안 소라(Turbo cornutus) 장내세균 다양성 조사
김민선 외, 생명과학회지, 32(9) 721-728 (2022)
- 제주도산 소라 Turbo (Batillus) cornutus Lightfoot, 1786의 자원평가 및 관리방안 연구
권대현 외, 한국패류학회, 26(4), 291-296 (2010)
- 문화관광 콘텐츠와 결합된 제주산 전복 및 소라를 함유한 기능성화장품 개발
(주)대한뷰티산업진흥원/산업통상자원부, 2017, 경제협력권산업육성, 1415155485(과제고유번호)
- 제주산 생물자원을 활용한 맞춤형 화장품 소재 및 제품개발
(주)로나스코스메틱/중소벤처기업부, 2022, 지역특화산업육성+(R&D)(제주), 1425176119(과제고유번호)
[지적재산권]
- 소라 및 전복 유래 펩타이드를 포함하는 피부의 주름개선 또는 보습용 조성물
| 출원번호 1020210142547(2021-10-25) | 출원인 (주)대한뷰티산업진흥원
- 소라 내장 가수분해물을 유효성분으로 포함하는 피부 보습 또는 주름 개선용 조성물
| 출원번호 1020200140106(2020-10-27) | 출원인 한국해양과학기술원
- 제주산 3종 식물 유래 유사 세라마이드 복합체 및 소라 펩타이드를 포함하는 기능성 화장료 조성물
| 출원번호 1020190120718(2019-09-30) | 출원인 (주)대한뷰티산업진흥원
- 소라 유래 펩타이드 분말을 포함하는 미백 및 주름개선용 화장료 조성물
| 출원번호 1020170184300(2017-12-29) | 출원인 (주)대한뷰티산업진흥원
※ 이 기사는 (재)제주테크노파크 지원과 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