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무한한 가능성 지닌 제주 향토자원X ⑧]
제주 지역 사회 짠맛·장맛 문화 상징하는 재료
거친 밭 환경 적응…육지 재배시 되려 품질 떨어져
[제주도민일보 이서희 기자] 지난 2014년 ’나고야 의정서’가 발효됐다.
나고야 의정서 발효에 따라 그간 인류의 공동 자산으로 인식돼 오던 생물자원은 국가마다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자원으로 인정되면서 해외 생물자원을 이용하게 될 경우 원산지국가에게 그 이익의 일부를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많은 나라에서 자국의 생물자원을 이용할 때에 필요한 이행체계 및 관련 법률 등을 마련하고 있으며,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자원의 수입 비중이 높아 향토자원의 활용성을 증대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 힘쓰고 있는 실정이다.
제주도 역시 향토자원의 활용과 바이오산업을 제주의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제주는 난대림과 온대림, 한대림까지 공존, 자생하는 생물자원만 해도 9787종에 이를 만큼 그야말로 보고라고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방대한 생물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연구는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으며, 실제 식생활을 비롯해 뷰티, 의약품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향토자원을 활용한 사례가 늘어가고 있다.
제주도민일보는 향토자원의 체계적 연구 및 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제주도, 제주테크노파크와 손을 잡고 ’제주 생물자원의 산업화를 위한 스토리텔링 구축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제주의 청정하고 다양한 향토자원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제주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산업화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스토리]
제주 전통 푸른콩은 식물학적으로 재배콩 Glycine max (L.) Merr.에 속하는 제주 토종(landrace)이다. 공식 품종명·학명이 널리 정식화된 것은 아니지만, 한반도와 중국 동북부 만주권을 원류로 하는 재래계통으로 분류되며, 제주에서는 ‘푸른콩’, ‘청콩’, 혹은 ‘푸른 독새기콩’이라 불린다. 여기서 ‘독새기’는 제주어로 ‘달걀’을 뜻해 둥글고 달걀 같은 꼴을 지닌 이 콩의 형태적 인상을 전한다. 가장 두드러진 형질은 녹색 종피와 자엽이며, 삶았을 때 단맛과 찰진 식감이 살아나고, 일반 된장에서 느끼기 쉬운 ‘큼큼한’ 취가 덜해 술향과 은근한 단맛이 돌아 아이들도 거부감이 적다는 평이 전한다.
이 푸른콩은 제주 장(된장·간장) 문화의 핵심 재료로 자리 잡아 오래도록 장콩*이라는 별칭으로 불려왔다. 돌담으로 구획된 바람 많은 밭, 물과 토양이 여의치 않은 섬의 농업환경 속에서도 비교적 잘 적응해왔고, 그러한 적응성은 자급적 장 문화와의 결합을 낳았다. 실제로 제주 남부(서귀포 일대)를 중심으로 토착화된 이 콩으로 담근 ‘푸른콩장’은 삶은 콩에 보리·밀 누룩을 넣어 발효시키는 누룩장 제법을 따르는 경우가 많아, 18세기 초 조리서 ‘주방문’(酒方文)의 방식과 닿아 있다. 이 장은 쌈채소는 물론 돼지고기 수육이나 생선회에도 곁들이고, 여름철에는 된장냉국·된장물회로 시원하게 즐기는 섬 음식 문화와 맞물려 전승돼 왔다. 또 제주의 말린 두부(Doombi) 전통에서도 토종 푸른콩의 비중이 크며, 콩잎을 깻잎처럼 여름(7~8월)에 쌈으로 먹는 풍습도 함께 이어진다.
섬의 격동기였던 4·3 시기, 피난길에조차 작은 항아리에 장을 지고 나섰다는 이야기는 장이 단순한 조미를 넘어 생존을 지탱한 저장식이었음을 웅변한다. 푸른콩은 그러한 장의 토대가 돼 제주 사람들의 일상과 기억을 지탱했고, 지역 사회의 짠맛·장맛 문화를 상징하는 재료가 됐다. 다만 20세기 들어 대기업 유통 중심의 특정 품종이 선호되면서 푸른콩 재배는 급감해 소멸 위기에 놓인 적도 있다. 이후 슬로푸드 운동과 전통 보존의 흐름 속에서 제주의 장이 Ark of Taste (맛의 방주)로 등재되고, 2014년 Presidia(맛지킴이) 프로젝트로 승격되면서 장 제조자와 콩 재배자의 연계가 강화되어 푸른콩의 가치가 다시 조명됐다.
현재는 약 3000평 규모의 채종포에서 종자 보존을 전담하고, 40여 농가가 매년 20~40t가량의 푸른콩을 생산·수매해 장을 빚는 체계가 운영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소재정보]
제주 푸른콩은 식물학적으로 콩(Glycine max)에 속하는 제주 고유의 토종 품종이다. 일반적인 콩(대두)과 동일한 학명을 공유하지만, 제주라는 독특한 환경에 적응하며 특별한 특징들을 갖게 됐다. 푸른콩이라는 이름은 콩의 껍질과 속(자엽)이 푸른색을 띠는 데서 유래됐다. 삶았을 때 단맛이 강하고 찰진 맛이 나 콩국수나 콩탕용으로도 인기가 높다. 또 이 콩으로 만든 된장은 특유의 큼큼한 냄새가 적고 은은한 술 향과 단맛이 돌아 된장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는 제주 푸른콩을 이용한 전통적인 누룩장 제조 방식과도 관련이 깊다.
제주 푸른콩은 주로 제주 남부(서귀포 일대)에 토착화된 품종이다. 키가 크게 자라 바람에 취약한데도 거친 제주의 밭 환경에 적응하며 자라왔으며 육지에서 재배할 경우 품질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 제주 환경에 최적화된 품종임을 알 수 있다.
한편, 푸른콩이라는 용어는 현대에 등록된 품종이나 녹색 껍질을 가진 일반 콩을 지칭하는 말로도 쓰일 수 있으므로 제주 고유의 토종 콩을 지칭할 때는 제주 토종 푸른콩임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처럼 제주 푸른콩은 단순한 곡물을 넘어, 제주의 자연환경, 전통 발효 기술, 그리고 지역 식문화가 응축된 귀중한 문화유산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연구현황]
Tetra Null 유전자형을 가진 푸른콩 계통 육종
강경영, 경상대학교 일반대학원 (2021)
Lipoxygenase 및 Kunitz Trypsin Inhibitor 단백질 결핍 푸른콩 계통선발
임희, 경상대학교 일반대학원 (2010)
모낭기관배양과 임상에서 제주푸른콩 발효추출물의 육모 효능에 미치는 영향
이용희 외, 대한화장품학회지, 47(3), 255-263 (2021)
콩 단백질 이용 고품질 펩타이드의 생산 효율성 향상 및 이용기술 개발
제주대학교/농촌진흥청, 2015, FTA대응경쟁력향상기술개발, 1395041332(과제고유번호)
표현체 이용 콩 내건성 분석 모델 개발
제주대학교/농촌진흥청, 2017, 차세대바이오그린21(R&D), 1395061443(과제고유번호)
[지적재산권]
- 발효된 제주푸른콩의 추출물을 함유하는 탈모방지 또는 발모개선용 조성물
| 출원번호 10-2020-0002441(2020.01.08) | 출원인 (주)아모레퍼시픽
- 제주산 푸른콩을 활용한 콩 스프레드 및 이의 제조방법
| 출원번호 10-2023-0115782(2023.08.31.) | 출원인 이찬희
- 제주 용암해수, 제주 보리누룩 및 천연식물을 이용한 발효물 제조방법 및 이를 포함하는 화장품 조성물 및 그 제조방법
| 출원번호 10-2021-0044433(2021.04.06.) | 출원인 ㈜브이에스신비
- 고감마아미노부티르산 함유 전통된장의 제조방법
| 출원번호 10-2014-0076535(2014.06.23.) | 출원인 도구리(영)
※ 이 기사는 (재)제주테크노파크 지원과 협조를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