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고영관(52)씨가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에 위치한 창암재활원 문을 두드린다. 아들 고수완(19·영송학교2)군을 만나기 위해서다.한껏 들뜬 아들은 늘 그랬던 것처럼 조수석에 떡하니 앉아서는 차가 출발하기만을 기다린다. 어디로 가느냐고 묻지도 않고 그저 신난 표정이다. 스무번도 넘게 갔던 조근노꼬메오름에 또 오르러 간다.생수가 든 가방을 들춰매고 아버지의 손을 자연스럽게 잡는다. 이제 수염도 거뭇거뭇하게 난 녀석이 스스럼도 없다. ‘수완아, 안 힘들어?’라는 질문에도 답이 없다. '헥헥'거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씩씩하게 오름에 오른다.5년째 반복되는 일요일 풍경이다.수완군은 자폐성장애 1급의 발달장애인이다. 그때가 3세였다. 고씨는 ‘어떻게든 고쳐보자’는 생각에 10년간 다니던 직장도 때려치우고 아이에게만 매달렸다. 복지관에 가서 언어치료도 받았다. 유명한 사설기관에 가서 심리치료도 했다.
16일로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았다. 270여명의 학생과 30여명의 일반인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그야말로 비극이었다. 국민은 정부를 불신하게 됐다. 바다에 자식을 묻어야 했던 부모들은 오늘도 풍천노숙하며 참사의 원인과 진실을 요구하고 있다. 매일 슬픔의 나날을 보냈다. 아픔을 견뎌온 사람들에겐 지금을 살아가는 것조차 힘들다. 세월호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않는 한 계속해서 현재 진행형일 수 밖에 없다. 세월호의 슬픔과 아픔은 전 국민적 분노가 됐다. 그 분노는 권력의 심장부를 향하고 있다.1년
매일 악몽을 꿨다. 신경안정제(수면제)를 먹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신경안정제에 의지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사의 말에도 어쩔 수 없었다. 술을 마셔볼까도 고민도 했다. 하지만 참았다. 병원에서도 권하는 방법도 아니었고 술로 이겨낼 수 없다는 걸 그는 알고 있기 때문이다.눈을 감으면 배에 타고 있던 어린이들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미치고 환장할 것만 같았다. 혼자만 살아남은 죄책감이 시도 때도 없이 가슴을 짓눌렀다. 죄책감 때문에 못된 생각이 자꾸 들었다.참사 이후 5개월간 사람을 만나지 못했다. 사람을 만나는 게 무서웠다. ‘내가 사람을 만나도 되나…’는 회의적인 생각만 자꾸 들었다. 가만히 있어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렀다. 무의식 중에 그날의 모습이 신경을 자극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자본과 사람이 자유로운 그런 곳을 만들기 위해서다. 그래서 무비자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 이로 인해 수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로 몰려들고 있다.그런데 이에 걸맞게 외국인 범죄를 대응할 전담 조직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 때문에 제주지방경찰청(제주청)에 외사과 신설이 시급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외사과 신설 소식은 없고 경찰청의 검토는 정작 말뿐이라는 지적이다.제주청은 보안과 산하에 외사계와 국제범죄수사대를 두고 각각 6명의 인력만 편성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제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목이 매여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눈물이 앞을 가려서 꽃다발을 들고 와 준 자식들의 얼굴도 보이지 않았다. 단상에 올라 거듭 고개 숙여 감사인사를 했다.꾸벅 인사할 때마다 정수리를 비집고 자란 흰머리가 관객석을 향했지만 신경쓸 틈도 없었다. 60년만에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내가 이럴 수 있다니’ 머릿속이 하얬어요. 상타는 건 그저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제주의 무사증 제도는 외국 관광객을 유치하기에 더 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제도다. 하지만 무사증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갈수록 늘고 있다. 특히 제주를 불법 입국의 경유지로 활용되면서 좋은 취지의 제도가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서 개최된 아스틴도 페어(ASTINDO Fair) 관광박람회 참가해 세계 7대자연경관 글로벌 브랜드와 제주의 무사증제도를 핵심콘텐츠로 집중 홍보했다.제주 홍보부스를 방문한 수많은 인도네시아 관람객들은 제주의 무사증제도에 대해 많은 관심을
풀김수영풀이 눕는다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풀은 눕고드디어 울었다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다시 누웠다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라보다 먼저 일어난다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발목까지발밑까지 눕는다바람보다 늦게 누워도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바람보다 늦게 울어도바람보다 먼저 웃는다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할머니, 어젯밤엔 잘 잤어요? 허리는 좀 괜찮고?”행여 찬바람이 따라 들어올세라 부랴부랴 문을 닫고 방 안에 들어선다. 익숙한 몸짓으로 외투와 머플러, 가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지난 11일 해외신용카드를 위조해 수억 원을 부정사용한 중국인 차우모(30)씨와 한국인 조모(54·강원)씨 등 3명이 제주경찰에 붙잡혔다.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북제 프로그램과 복제 장비를 이용해 해외신용카드 11장에 68명의 신용정보를 입력, 모두 62차례에 걸쳐 1억1000만원을 결제해 가로챈 혐의다.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중국 강성에서 국내 신용카드 단말기로 강원도에 위치한 조씨의 의료기 판매업체와 무역거래를 가장해 결제하려다 실패하자 출입국이 자유로운 제주에 들어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제주도민일보=김영하 기자] 제주한라대가 교수들에게 대학 평의원회의 구성에 따른 제안서에 대한 찬반 동의서를 요구한데 이어 직원들에게도 이 같은 동의서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직원들에게는 보직부여 동의서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전국대학노동조합 제주한라대학교지부(한라대 노조)에 따르면 제주한라대는 지난 12일 오후 1시쯤부터 직원들에게 보직부여 동의서와 대학평의원회 구성절차 동의서를 나눠주고 당일 제출토록 하고 있다.한라대 노조가 공개한 보직부여 동의서에서는 ‘본기 상인은 현재 임명된
[제주도민일보=김영하 기자] 제주한라대가 대학평의원회 구성절차에 따른 의견을 수렴한다면서 일방적으로 추진, 대학평의원회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일방적인 제안서에 따른 의견에 찬성과 반대만 표기토록하고 이름까지 쓰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제주한라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제주한라대는 대학평의원회(대평의) 구성절차에 대한 의견수렴을 한다며 기획처장 명의로 전체교수들에게 제안서에 대한 서명안을 보냈다.서명안에는 찬성과 반대만 표기토록 돼 있다. 게다가 서명자의 소속학과와 이름까지 명시하라고 했다. 더욱이 의견수렴이라
학교에 간다나는 학교에 올 때마다 행복하다공부시간이 너무 행복하다글을 알게 될수록 더 행복하다이 행복이 계속 댔으면 좋겠다[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1985년 어느 겨울 새벽녘, 탕! 탕! 소리가 간밤의 정적을 깨운다. 소리는 공사현장에서 흘러나온다.흰 목장갑을 낀 한 여인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남자들도 옮기기 힘든 철근을 어깨에 메고 옮기고 있다.밤일을 하고 잠깐 눈만 붙이고 나와서 그런지 졸음이 몰려온다. 하지만 자칫 정신을 놓았다간 다치기 십상이다. 절대로 다쳐선 안 된다.그에게는 자신을 바라보는 자식만 무려 7명이나 된다
[제주도민일보=김영하 기자] 2년 전 3월6일은 ‘제주 건축문화가 사망한 날’로 기억된다. 제주를 넘어 전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세계적인 건축가의 마지막 유작이 사라진 날로 기억하고 있다.정확히 2년 전 그날 가건물이라기보다 예술작품이라고 칭송을 받던 건축물이 행정이 동원한 굴삭기의 이빨에 허무하게 무너졌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 순위 1위 ‘더 갤러리 카사 델 아구아 철거’.하지만 2년이 지난 뒤 그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잊힌 채 역사 속에만 남아 있을 뿐이다. 게다가 복원하겠다는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은 공공의 것이며 후손들의 것으로 어느 누구도 사유화할 수 없다. 때문에 그 누구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훼손해서는 안 되고, 가려서도 안 된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8월 정례직원조회에서 서귀포시 본태박물관을 가리는 휴양리조트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휴양리조트가 본태박물관 바로 옆에 건물을 지으면서 산방산을 조망하고 있는 박물관이 가리게 됐다”며 “본태박물관에서 산방산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박물관을 100% 가리는 건축물을 아무런 절충과 조정 없이 갔다는 것은 제주 개발사에 두고두고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주변 경관, 주변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행위, 경관을 사유화 한 행위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중산간의 사례지만 제주의 해안도 일부 개발업자나 개인들에 의해 이 같이 경관 사유화에 직면해 있다. 본태박물관을 가린 이 휴양리조트의 경우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개발되고 지어졌다. 마찬가지로 제주 해안가도 정해진 법률에 의해 허가도 받고 개발행위도 하고 있다.
제주의 해안경관이 거대 중국 자본 소유로 넘어가고 있다. 584km의 제주의 해안이 난개발로 멍들다 못해 제주의 명물로 부상한 제주올레길 조차 위기에 처해있다.게다가 이 때문에 제주의 해안 경관마저 바뀌고 역사적 문화적인 부분의 훼손도 날로 가속화 되고 있다.중국의 신해원 유한회사는 송악산 일대 400만㎡ 토지를 매입해 857실 규모의 호텔과 휴양콘도미니엄 등 뉴오션타운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지난해 10월 제주도 경관심의위원회는 이 사업에 대해 조건부 심의 의결했다.이 때문에 제주올레 10코스가 새롭게 바뀌고 해안파괴는 물론 전쟁 유적도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석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송악산 일대 제주올레 10코스에는 산방굴사와 산방덕이, 용머리 해안에 전해지는 진시황이 보낸 호종단 전설, 용 두 마리 싸움으로 해일이 일었다는 형제섬 등 제주 설화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제주 해안이다.
제주도지방노동위원회가 제주한라대학교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노조 조합원들을 전보조치 한 것은 부당하다는 판정을 내렸다. 그러면서 원직 복귀 명령을 내렸다.특히 학교법인인 한라학원은 노조 설립을 방해하고 새로운 노조에게는 차별적 지원을 하는 등 노조활동 방해의 정황도 드러난 것이다.제주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5일 민노총 제주한라대지부(노조) 조합원 5명이 정직과 전보 발령이 부당하다며 대학 측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정직, 부당전보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에서 조합원들의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노동위는 판정서에서 “근로자(조합원)들에 대한 인사발령은 각각 부당전보이며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한다”고 판정을 내렸다.노동위는 또 “판정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근로자들을 원직 또는 복직시키라”면서 “오는 23일부터 10일 간 모든 직원이 열람할 수 있는 회사 게시판에 게시하라”고 명령했다. 다만 일부 근로자가 신청한 내용에 대해서는 기각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구호로 내걸면서 제주의 자연경관을 헤치는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중산간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비판하면서 전면 금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중산간 개발은 전면 금지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관심이 중산간에 밀려 있는 사이 제주의 548km 해안은 멍들어 가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각종 건물들은 점차 바닷가 앞까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화산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아름답던 해안가는 콘크리트 건물 조각으로 본 모습을
코펜하겐은 세계에서 가장 자전거를 많이 타는 사람들이 있는 도시다. CO2가 가장 적은 도시이기도 하다. 또 깨끗하고 사람들의 건강관리가 잘 돼 있는 도시로 각광받고 있다.코펜하겐의 대중교통체계에서 자전거가 차지하는 비중은 60%에 달한다. 40%가 전철이나 버스, 자가용이다.코펜하겐 시민들이 자전거를 많이 타는 것은 가난하기 때문이 아니고 그게 삶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덴마크의 왕세자도 자전거 이용하는 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장관들이 자전거로 출근한다. 코펜하겐 시청 공무원들은 의무적으로 자전거를 타야 한다고 한다.코펜하겐은 차량 1대에 자전거 5대 비율로 시민의 60%가 자전거로 등·하교, 출·퇴근 시 사용 중이다. 이중 75%는 겨울에 폭설이 내려도 이용을 한다.게다가 자전거의 28%는 유모차가 달려있는 자전거를 가지고 있다. 이들이 자전거를 즐겨 타는 이유는 무엇보다 빠르고 이용이 편리하기 때문이다.
유치원에서부터 지역 미래비전은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 중 하나다.환경에 대한 일상적인 교육은 물론이고 에너지·교통문제·쓰레기처리 등 시작단계에서부터 교육이다.프라이부르크시에만 환경 NGO 국제단체 본부가 80개 이상 활동한다는 이야기 자체로도 그 실태를 알만하다.일상교육을 통해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 미래 자신들이 짊어져야 할 과제라는 사실을 깊이 있게 짚어주고 있는 것이다.골목골목 바닥에는 수공예 털옷을 짠 듯 다양한 색체의 자갈들로 장식해서 아름다움을 반영한 모습은 특히 인상적이었다.또 주요 도로변에 가지처럼 뻗어 있는 수로들은 예전에 강에서 연어, 송어 등을 키워서 팔기 위해 물을 끌어온 결과다.
프라이부르크의 주민들은 정부에서 추진하는 원전을 지방의회에서 반대한 이후 열효율에 대한 의식은 굉장할 만큼 뜨겁다.독일정부는 1975년에 프라이부르크에서 18km 떨어진 곳에 원자력발전소를 설치하고자 했다.그러나 프라이부르크의 모든 시민들이 반대시위를 통해 막아냈다. 에너지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원자력보다는 신재생에너지를 통해 친환경을 유지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프라이부르크 시내 한복판에 현수막이 걸려있다. ‘후쿠야마 원전에서 배우자.’ 그 의미로 지역 주민들은 원자력을 과감히 거부한 부분에 대해 상당한 긍지를 갖고 있다.스칸디나비아 3개국인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는 물론 독일에서는 내년이면 원전을 전면 중단한다는 이야기도 한다.우리는 국책사업으로 강원도에 추가원전을 건립하는 환경과 매우 대조적이다.프라이부르크의 에너지정책은 에너지절약과 에너지 효율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시는 재활용 가능한 품목을 제외한 연간 33만 톤의 쓰레기를 시 북쪽에 있는 아이헬북지구의 쓰레기매립지에 전부 매립해 왔다.그러나 1986년에 쓰레기매립지가 거의 다 차게 되자 특단의 조치를 취한다.매립 쓰레기양을 줄이기 위한 분리수거를 실시해 매립지의 수명연장을 도모했다. 게다가 전체 쓰레기의 절반인 건설폐자재 처리를 위해 리싸이클 회사를 만들어 재이용토록 했다.2005년 6월 이후는 매립을 금지하는 법을 제정해 더 이상 매립방식의 쓰레기정책은 추진되지 않고 있다.스칸디나비아 3개국 등 유럽 대다수 지방정부에서는 ‘쓰레기 매립’이라는 단어가 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