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주해안이 멍들어가고 있다…①

원희룡 지사의 지침에도 아랑곳 않는 행정…“법적 문제없으니 허가”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구호로 내걸면서 제주의 자연경관을 헤치는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중산간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비판하면서 전면 금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중산간 개발은 전면 금지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관심이 중산간에 밀려 있는 사이 제주의 548km 해안은 멍들어 가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각종 건물들은 점차 바닷가 앞까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화산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아름답던 해안가는 콘크리트 건물 조각으로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제주도민일보>는 이처럼 멍들어 가는 제주 해안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건축물은 해안길과 거의 붙어있어 좁은 해안길을 오가는 차량뿐만 아니라 올레길을 걷는 관광객들에게 불편과 위험을 주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제주도 서귀포시 하예동 예래해안로 해안길은 제주올레 8코스의 마지막 구간으로 만큼 많은 관광객과 도민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한라산을 배경으로 주상절리와 논짓물, 그리고 푸른 바다가 어우러져 ‘힐링 로드’다. 해안길의 폭도 넓지 않아 그야말로 고즈넉한 분위기에 아름다운 제주 바다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 그야말로 ‘힐링’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 해안길 곳곳에 여러 건축물들이 들어서 있거나 들어설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좁은 해안길에 바로 붙어 들어서면서 해안 경관을 망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서귀포시로부터 휴게음식 시설로 허가를 받아 한창 건축 중인 한 건물은 한 눈에 봐도 해안 경관을 망쳐놓고 있다고 생각이 들 정도다.

해당 건축물은 해안길과 거의 붙어있어 좁은 해안길을 오가는 차량뿐만 아니라 올레길을 걷는 관광객들에게 불편과 위험을 주고 있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건물이 해안길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 한 눈에 봐도 해안경관을 망쳐 놓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건물은 해안길 높은 곳에 위치해 있어 이곳을 찾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도민 A씨는 “오랜만에 예래동 논짓물에 왔더니 보기 싫은 건물들만 가득하다”며 “해안도로에 돈으로 경관을 소유한 건물들로 넘쳐난다”고 지탄했다.

올레길을 걷던 관광객들도 모두 건물에 대해 위험과 경관을 생각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관광객 이모(여·51·서울)씨는 “제주여행을 올 때마다 올레길을 한 곳씩 걷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올 때마다 해안가에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다”며 “다양한 관광객들의 취향에 맞게 개발도 필요하지만 제주의 경관 보존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은 아무런 하자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귀포시 관계자는 건물이 해안갈에 바짝 붙어 건축 중인 것에 대해 “건축법상 도로를 넘어서지 않아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환경영향 심사까지도 통과했다”며 건물을 짓는 것에 대해 전혀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건축물은 해안길과 거의 붙어있어 오가는 차량뿐만 아니라 올레길을 걷는 관광객들에게 불편과 위험을 주고 있다.
지난해 8월 원희룡 지사는 간부회의에서 제주도내에 투자행태에 대한 기준과 관련 환경뿐만 아니라 미적 기준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는 제주경관에 대한 규제 기준을 강화한다는 뜻으로 풀이 할 수 있다.

원 지사는 특히 평화로 인근 아덴힐 사업을 예로 들면서 “법적으로 하자가 없다하더라도 적절한 통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지사의 지침에도 불구하고 행정당국은 법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건축허가를 내주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식으로라면 제주 해안가기슭이 콘크리트 조각으로 가득 찬다면 ‘자연의 가치’를 키우는 일을 포기해야 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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