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대노조, 부서·이름 표기 보직부여 동의서 “상식 이하의 내용”
“대학평의원회 구성 동의서 과반수 단체가 결정…관련법 취지 무시”

▲ 제주한라대가 직원들에게 보낸 보직부여 동의서
[제주도민일보=김영하 기자] 제주한라대가 교수들에게 대학 평의원회의 구성에 따른 제안서에 대한 찬반 동의서를 요구한데 이어 직원들에게도 이 같은 동의서를 요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직원들에게는 보직부여 동의서까지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파문이 예상되고 있다.

전국대학노동조합 제주한라대학교지부(한라대 노조)에 따르면 제주한라대는 지난 12일 오후 1시쯤부터 직원들에게 보직부여 동의서와 대학평의원회 구성절차 동의서를 나눠주고 당일 제출토록 하고 있다.

한라대 노조가 공개한 보직부여 동의서에서는 ‘본기 상인은 현재 임명된 보직이나 향후 임명될 보직(처장, 본부장, 부장, 실장, 팀장, 반장 등 사무직원 일체의 보직)에 대하여 보직 임명이나 해임이 인사상의 직급 승진이나 강등과 관계없는 보직부여에 관한 사항이며 인사상의 승진 또는 강등은 호봉 및 직급 승진 또는 강등과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 동의합니다’고 돼 있다.

게다가 대학교수들에게 보낸 찬반 의견서와 마찬가지로 소속과 이름도 쓰도록 하고 있다.

이에 한라대 노조는 15일 성명을 통해 “제주한라대가 직원들에 대한 보직부여 동의서와 대학평의원회 구성절차 동의서를 비민주적이고 강압적인 방법으로 제출을 강제하고 있다”며 규탄했다.

한라대 노조는 “이 동의서는 직원들에게 학교가 부여하는 보직에 대해 향후 이들 보직의 임명이나 해임에 대해 사실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일반적인 상식 이하의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더욱이 “어느 날 갑자기 대학에서 일방적으로 작성한 이 동의서를 받는 이유나 취지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없이 오직 달랑 동의서 한 장에, 그것도 직원들의 소속부서와 이름을 반드시 명기토록 해 제출토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이러한 동의서에 당일 서명하라고 한다면 어느 누가 대학의 눈치를 보지 않고 소신있게 부동의에 서명을 할 수 있겠느냐”며 “과연 대학이 민주적이고 직원들을 대학운영의 동반자로 여기는 마음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기 그지없다”고 성토했다.

한라대 노조는 대학이 우월적 갑의 지위를 남용해 직원들에게 침묵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업무상 중요한 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직책은 직원의 주요한 근로조건 중 하나”라며 “해당 직책에 따라 직원의 업무상 권리와 의무가 변경되기 때문에 사용자는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배치를 해야 한다. 또 사용자에 의한 부당한 인사배치는 법의 보호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그러나 한라대는 우월적인 갑의 지위를 남용해 을의 지위에 있는 직원에게 부당한 보직임명이나 해임에 대해서도 침묵하도록 강요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한라대가 노동조합에 대한 활동을 이유로 조합원들을 탄압하기 위한 일환으로 활용된 보직해임과 부당한 전직을 했다고 제주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성하기는커녕 사실상 백지계약 동의서 작성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제주한라대가 대학 전 직원들에게 보낸 대학평의원회 구성에 따른 절과 관련 의견 수렴 동의서
한라대 노조는 대학이 요구한 대학평의원회 구성절차 동의서조차도 관련법의 취지를 무시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노조는 “한라대는 지난 10일 전 교직원들에게 업무협조 공문을 통해 대학평의원회 구성절차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토록 했다”며 “이 문서에 의하면 대학평의원회를 전체 교원·직원의 수 중 과반수를 차지하는 교원 및 직원의 단체조합에 추천권을 부여한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그러나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대학평의원회는 교원·직원 및 학생 중에서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로 구성하도록 돼 있다”며 “그런데 대학은 이들 구성단위를 대표할 수 있는 자를 과반수 단체·조합으로 한정하는 독단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즉, 각각의 구성단위를 대표하려면 그 구성원 전체의 의견을 물어 대표성이 인정되는 자를 추천받아 선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과반수 단체조합으로 결정케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한라대는 지금까지 구성원 집단에 의견을 물은 적이 없이 업무협조 공문 하나로 관련 법률이 추구하는 취지인 개방성·민주성·투명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그러면서 “대학평의원회 구성단위 대표자의 선정방법을 과반수 단체·조합으로 한다고 대학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각각의 구성단위별로 합의된 방법으로 선출해야 한다”며 “교원과 직원들의 전체 의견을 물을 수 있는 각각 별도의 공식 토론회 등의 자리를 만들어 자유로운 토론 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민주적으로 합의된 방법에 의해 선출될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한라대 노조는 이날 모두 3가지의 요구사항을 대학 측에 촉구했다.

노조가 대학 측에 요구한 사항은 ▲우월적인 갑의 지위를 남용해 을의 지위에 있는 직원들에게 신분상의 불이익을 강요하지 말 것 ▲공정하고 민주적인 대학 운영체계를 확립할 것 ▲평의원 후보 선출은 직원들이 자유로운 토론 하에 공정하고 객관적이며 민주적으로 합의된 방법에 의해 선출될 수 있도록 하고 선거절차 또한 비밀선거, 보통선거, 평등선거, 직접 선거 원칙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제주도에도 “비민주적이고 노동탄압적인 대학의 행위에 대해 책임 있는 지도감독을 강화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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