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주해안이 멍들어가고 있다…②
문화·역사는 물론 해수욕장까지 훼손 우려…“해안, 누구의 재산도 아니”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구호로 내걸면서 제주의 자연경관을 헤치는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중산간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비판하면서 전면 금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중산간 개발은 전면 금지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관심이 중산간에 밀려 있는 사이 제주의 548km 해안은 멍들어 가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각종 건물들은 점차 바닷가 앞까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화산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아름답던 해안가는 콘크리트 건물 조각으로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제주도민일보>는 이처럼 멍들어 가는 제주 해안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제주의 해안경관이 거대 중국 자본 소유로 넘어가고 있다. 584km의 제주의 해안이 난개발로 멍들다 못해 제주의 명물로 부상한 제주올레길 조차 위기에 처해있다.

게다가 이 때문에 제주의 해안 경관마저 바뀌고 역사적 문화적인 부분의 훼손도 날로 가속화 되고 있다.

중국의 신해원 유한회사는 송악산 일대 400만㎡ 토지를 매입해 857실 규모의 호텔과 휴양콘도미니엄 등 뉴오션타운 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제주도 경관심의위원회는 이 사업에 대해 조건부 심의 의결했다.

이 때문에 제주올레 10코스가 새롭게 바뀌고 해안파괴는 물론 전쟁 유적도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석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악산 일대 제주올레 10코스에는 산방굴사와 산방덕이, 용머리 해안에 전해지는 진시황이 보낸 호종단 전설, 용 두 마리 싸움으로 해일이 일었다는 형제섬 등 제주 설화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제주 해안이다.

더욱이 송악산 해안가에 있는 역사의 흔적들도 위기에 처해 있다. 송악산 해안가에는 일제강점기 당시 지어진 일본군들의 동굴진지가 있다. 이 동굴진지들은 지난 2006년 등록문화재 313호로 지정됐다.

환경단체들은 제주해안의 경관 파괴‧사유화‧일제강점기 전쟁유적 훼손 등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개발사업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제주 이호분마랜드 조감도.
이뿐만이 아니다. 제주해안에 대규모 유원지에 공공 해수욕장이 포함돼 해수욕장마저 중국 자본에 팔아넘기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중국 자본이 참여하고 있는 제주이호분마랜드는 지난 2006년부터 제주시 이호동 27만6218㎡에 해양수족관과 해양생태관, 해양박물관, 워터파크, 호텔, 콘도미니엄, 마리나, 상가, 조각공원 등을 갖춘 유원지 개발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제주이호분마랜드가 지난해 11월 제주시에 제출한 이호유원지사업변경계획서에 따르면 사업부지에 포함된 해수욕장 면적은 2만3175㎡로 전체 사업부지의 8.38%다. 이호천은 3708㎡(폭 205.4m·연장 180.2m)로 전체부지의 1.31%다.

이호동 주민 A씨는 “어떻게 해수욕장을 사업자의 사업부지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며 “처음부터 포함이 됐더라도 공유수면을 사업부지로 내주는 것은 어쩌면 독점권을 허용할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 B씨는 “제주의 해안인 해수욕장이 그 누구의 재산이 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사업부지에서 제외시키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 송악산 주변 중국인 토지 소유 분포.
제주도는 지난해 7월18일 도청 회의실에서 제주도경관위원회를 개최, 제주분마랜드 조성사업에 대해 제동을 걸었다.

주변 해안 경관 등과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건축물을 재배치하라고 행정명령을 내렸다. 또 제주도에는 이호동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 해수욕장 백사장을 부지에서 제외하도록 도시정비계획에 반영하라고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 이호동의 아름다운 해안은 매립된 상태며 바다로 뻗은 방파제로 인해 매해 모래가 유실이 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해안가 파괴는 진행된 상태다.

현재 제주도 해안 곳곳은 관광과 개발이라는 명분 아래 해안이 매립되고 파괴되고 있다.

제주도 곳곳에 산재해 있던 몽돌해안은 각종 매립과 해안도로 개설로 인해 이제는 제주시 내도동 알작지 해안가만이 유일하게 남을 정도다.

여기에 거대 중국 자본들이 몰리면서 중산간만 아닌 해안가마저도 위기에 처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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