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제주해안이 멍들어가고 있다…③
섭지코지는 이미 경관 사유화…전문가들 "경관자원 전수조사 통해 관리"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를 구호로 내걸면서 제주의 자연경관을 헤치는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특히 중산간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 비판하면서 전면 금지를 표명했다. 실제로 중산간 개발은 전면 금지된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관심이 중산간에 밀려 있는 사이 제주의 548km 해안은 멍들어 가고 있다. 우후죽순 늘어나는 각종 건물들은 점차 바닷가 앞까지 물밀듯이 밀려오고 있다. 화산섬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아름답던 해안가는 콘크리트 건물 조각으로 본 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제주도민일보>는 이처럼 멍들어 가는 제주 해안의 현 주소를 진단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제주도민일보=이석형 기자] 제주의 아름다운 경관은 공공의 것이며 후손들의 것으로 어느 누구도 사유화할 수 없다. 때문에 그 누구도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훼손해서는 안 되고, 가려서도 안 된다.

원희룡 지사는 지난해 8월 정례직원조회에서 서귀포시 본태박물관을 가리는 휴양리조트를 비판한 바 있다.

그는 “휴양리조트가 본태박물관 바로 옆에 건물을 지으면서 산방산을 조망하고 있는 박물관이 가리게 됐다”며 “본태박물관에서 산방산을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박물관을 100% 가리는 건축물을 아무런 절충과 조정 없이 갔다는 것은 제주 개발사에 두고두고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주변 경관, 주변 건물과 어울리지 않는 건축행위, 경관을 사유화 한 행위에 대해 비판한 것이다.

중산간의 사례지만 제주의 해안도 일부 개발업자나 개인들에 의해 이 같이 경관 사유화에 직면해 있다.

본태박물관을 가린 이 휴양리조트의 경우 정해진 법적 절차에 따라 합법적으로 개발되고 지어졌다. 마찬가지로 제주 해안가도 정해진 법률에 의해 허가도 받고 개발행위도 하고 있다.

문제는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경관을 가리면서 제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행위다.

지금 제주는 제주도민과 국민의 재산인 해안경관을 개발과 투자라는 명분으로 기업과 개인에게 넘겨주고 있다.

대표적인 해안 경관 사유화 논란에 휩싸였던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

섭지코지는 성산일출봉과 함께 화산섬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곳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찾기도 하고 주변 바닷가에서는 주민들의 생계의 터전이기도 하다.

특히 섭치코지 등대에서는 바라보는 성산일출봉을 기품 있다. 뿐만 아니라 그림 같은 언덕과 푸른 바다가 조화를 이루는 제주의 대표적인 해안이다. 고운 노란빛깔의 유채꽃과 파란 바다와 하늘 가운데 있는 성산일출봉이 펼쳐지는 곳이다.

그러나 이곳은 더 이상 제주의 대표 해안 경관 명소가 아니다. 기업 소유의 정원이라고 말해야 할 판이다. 행정당국이 섭지코지를 팔아넘기면서다.

▲ 사업자가 지은 건축물에 가려 섭지코지 등대에서는 성산일출봉의 기품 있는 모습을 바라 볼 수 없게 됐다.
사업자는 섭지코지와 성산일출봉 사이에 건물을 지었다. 이 때문에 이제는 섭지코지 등대에서 성산일출봉을 한 눈에 바라보는 것은 사진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

개발과 투자라는 미명하에 대기업에 해안 경관을 돈과 맞바꾼 결과다.

제주로 여행 온 관광객 임모(38)씨는 “섭지코지 등대에서 바라보는 경관이 예전만 못하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건물 하나가 다시 만들어 질 수 없는 해안 경관을 망쳐놨다”며 “유명 건축가가 건축한 건물을 보러 섭지코지를 찾지는 않을 것”이라고 뼈있는 한 마디를 했다.

그렇다면 합법적으로 멍들어 가고 있는 제주해안 보존 방법과 대책은 없을까?

전문가들은 해안을 장기적인 안목에서 계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김태일 제주대 교수는 “제주해안경관의 가치는 지역별로 틀리다”며 “제주 해안지역의 경관자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절대·상대보전지구로 지정해 개발을 할 곳과 억제할 곳을 분리해 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모든 지역에 무조건 개발을 제안해서는 안 된다”면서 ”해안경관의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경관 사유화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에게 경관에 따른 이익을 환수, 보전해야 할 지역에 투입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제주환경운동연합 이영웅 사무국장은 “제주 해안을 중심으로 해안도로가 만들어 지면서 접근성이 좋아지다 보니 자연스럽게 시설물들이 들어서고 있다”면서 “이는 행정이 나서서 해안선을 파괴하는 행위를 자초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사무국장은 그러면서 “해안 경관의 관리 측면에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되고 추진돼야 한다”면서 “지금이라도 행정이 해안가 근접 시설물 건축에 대한 이격거리 기준을 마련해 해안 경관을 보존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욱이 “중산간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처럼 해안가 개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해안경관 보존에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하고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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