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방이라도 울어버릴 것 같은 진붉은 홍매화의 꽃망울 들판을 샛노랗게 물들인 유채와 꿀벌의 향연그리고 쪽빛 바다…봄은 컬러다. 제주에도 무지개빛 봄이 찾아왔다.
평화(平和). ‘전쟁을 하지 않는 상태’,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를 이루는 상태’...평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촛불을 들었다. 고사리손에서 주름진손까지.촛불을 든 사람들은 국가안보상 해군기지가 꼭 필요하고, 정당한 절차에 따라 추진된다면 반대하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공권력은 정당한
봄비가 내린다.포근한 바람을 타고 부슬부슬 내리는 봄비는 겨우내 언땅을 녹인다. 작은 연못위로 떨어지는 비는 요란스런 춤을 추며 땅위 생명들에게 봄을 알린다.제법 많은 비에 촉촉히 젖은 매화는 꽃망울을 활짝 터트린다. 봄의 전령이 내뿜는 꽃향기가 사람들을 끌어모으며 세상에 봄이 시작됐음을 알린다.
“올해도 가족들 건강하게 도와줍써”음력 1월 13일 구좌읍 송당리 본향당에서 해마다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네 가지의 제의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굿인 본향제가 열렸다. 소미(굿을돕는 심방)들의 흥겨운 북과 징소리가 본향당을 휘감는다. 굿을 집전하는 심방은 신명나는 도랑춤을 추며 금백조신을 맞는다. 오직 여성들만이 참여하는 본향제. 이른아
“제주백성 수명장수 만복수복을 두루두루 점지하시어 올수금년 신나락 만나락 살맛나는 세상 되게 만들어 주시옵소서”“만액과 우환질병, 잡귀잡신, 천지풍화 손재풍재 막아주고 수명장수 만복수복을 두루두루 점지해 주시옵소서”‘새철드는 날’ 도민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낭쉐(木牛)코사&rsq
제주시 동문시장 내 한성국수공장.송승준(72)·정훈(69)·정화(65)·정관(58) 네형제가 아버지의 대를 이어 65년째 한 곳에서 국수를 만들고 있다. 제주시 동문시장 한켠에 수십년째 국수를 뽑아내는 집이 있어 들렀다. 지난 세월 네형제와 함께 늙어버린 낡은 기계예서 하얀 국수면발이 보기좋게 잘라져 나온다.기계 옆에선
겨울...제주바다의 바람은 차갑다. 아니 매섭다. 겨울바람은 바닷가에 모여든 뭇 문상들의 살갖을 송곳처럼 파고든다.이 송곳같은 바람과 닮은 소리가 있다. 허연 숨을 연거푸 토해내며 부서지는 파도에 맞서 한 숨, 한 숨 울리는 해녀의 숨비소리, 우리네 어머니가 삶의 고단함에 맞서 내는 소리다.오랜 잠수 생활로 만성이 돼 버린 두통은 ‘뇌신&rsqu
“탕탕땡, 땡땡탕”오일장 한구석에 자리잡은 대장간에서 쇠망치 소리가 들려온다. 50년간 이일을 해왔다는 제주시 오일시장 거로대장간 대장장이 이익구씨(67).오늘도 그는 힘찬게 쇠망치를 두들기며 하루를 시작한다. “그래도 예전엔 마을마다 하나씩 있었는데. 친구들(대장장이)은 다 떠나고 이제 나만 남았어. 요새 젊은 사람들이 이
해군기지 문제를 풀기위한 대화와 소통은 없었다. 해군기지 문제의 대화를 요구하는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은 현장에 나온 시청공무원들에겐 그저 ‘불법행위’를 일삼는 범법자였다. 세밑한파를 피하기 위해 잡시 덮어놓은 비닐막조차 또다른 시민들에게 방해가 된다며 새벽 0시10분 경찰병력을 동원, 가차없이 걷어치워졌다.그날 밤 대화와 소
제주지방기상청과 제주도재해상황실에 따르면 산간에 대설경보, 동부지역에 대설주의보. 한라산 윗세오름에 45cm, 어리목 27cm, 성판악 25cm, 영실 20cm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빙판길로 변한 한라산 1100도로는 모든 차량의 운행이 전면 통제되고 5.16도로는 체인을 감은 차량에 대해서만 운행이 허용, 시내에도 눈발이 날리고, 해상에는 풍랑주의보가 내
한림항 조기작업 현장12월 18일 4:00. 오랜만에 나간 조업. 만선을 꿈을 이룬 배가 부두에 들어왔다. “날씨가 풀려 어제 조업나갔는데 오늘 새벽에 들어왔어요. 이정도면 한 850~900상자는 될 것 같아요” 한림항 어선부두에 모인 인부들 앞으로 조기가 주렁주렁 달린 그물이 쏟아진다. 한파는 누그러졌지만 바다에서 불어오는 칼바람은
불을 때지 않아도 펄펄끓는 냄비. 어떤이는 ‘사랑’이라고 하고, 어떤이는 ‘나눔’이라고 한다.지난 120년전 갑작스런 재난에 굶주리던 미국 샌프란시스코 시민들을 위해 조셉 맥피 정위는 주방에서 쓰던 쇠솥을 거리에 걸었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는 문구와 함께... 30여년 후 서울 1928
지난주 우근민 지사의 해군기지 설명회가 열린던 날.하늘은 맑았고 겨울 같지 않은 따뜻한 날씨를 보였다.해군기지 예정지인 중덕 해안에서 강정천까지 이어지는 해안가푸른 바다에 부서지는 햇살이 더없이 평화롭게 보인다.하지만 이 평화로운 바다를 우리는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해군기지는 아름다운 해안가를 무참하게 부셔버릴 것이고,푸른 바다를 메워 회색 콘크
“서귀포나 포슬포장엔 사람들이 좀 찾는데 시에 장엔 사람들이 없어” 해가 중천인데 아직 물건을 팔지 못한 한할머니가 푸념을 한다. 주말 장터를 찾은 수많은 사람들이 할머니들 옆을 지나가지만 말을 걸어오는 이들조차 드물다. 그래도 그녀의 손은 멈춤이 없다. 파를 다듬고, 크기에 맞게 정리하고, 좌판을 청소하고...할머니들의 손은 쉴 틈이
밤샘조업에 지친 배들이 하나둘 항구에 들어서면 차가운 어판장 콘크리트 위에는 하나둘 사람들이 모여들고 공판장에는 갓 잡아올린 은갈치 경매가 시작된다. 정돈된 생선상자 사이에 선 한무리의 사람들. 경매사의 목소리가 찬공기를 가르면 소리없는 가격 경쟁이 벌어지고 낙찰이 끝나면 공판장에는 다시 한바탕 부산스런 움직임이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다.제주항 입구와 인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