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제주바다의 바람은 차갑다. 아니 매섭다.
겨울바람은 바닷가에 모여든 뭇 문상들의 살갖을 송곳처럼 파고든다.
이 송곳같은 바람과 닮은 소리가 있다. 허연 숨을 연거푸 토해내며 부서지는 파도에 맞서 한 숨, 한 숨 울리는 해녀의 숨비소리, 우리네 어머니가 삶의 고단함에 맞서 내는 소리다.
오랜 잠수 생활로 만성이 돼 버린 두통은 ‘뇌신’ 한봉지에 털어버리고, 매서운 겨울바람은 ‘블턱’에 모여 앉은 동료 해녀들과의 수다 속에서 녹인다. 오는 길에 뜯어 온 쑥을 찢어 ‘눈(물안경)’을 닦고, 왁자지껄한 수다 속에 태왁을 들어메고 칼바람이 몰아치는 바다로 향한다.
제주 겨울바다의 그 짙푸름 속에서, 오늘도 해녀의 숨비소리가 바다를 메운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