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하다 부실경영·사드여파에 1년 새 최하위 ‘곤두박질’
굵직한 사업마다 닥친 위기, 위험 감안 않고 쏟아 붓기식 투자
돈 벌어 도민사회 환원 약속 커녕, 돈 없어 “도민혈세로 수혈”

[제주도민일보 DB] 제주관광공사.

제주관광공사가 창립 10여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제주관광공사는 창립이후 중앙정부 경영평가에서 최우수등급을 받아 국무총리상까지 받았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2006년 관광공사 설립을 추진해 2008년 6월 박영수 1대 사장 취임을 시작으로 호기로운 출발을 알렸다. 같은 해 10월에는 시내 내국인 면세점 운영 근거를 마련해 사업 확장에 발을 내딛고 2009년에는 시내 내국인 면세점까지 문을 열었다.

이후 제주관광공사는 승승장구했다. 거칠게 없는 듯 했다.

2010년 10월 면세점 매출이 첫 300억 원을 돌파하고 같은 해 11월에는 제주방문 해외관광객이 처음으로 70만 명을 돌파했다.

이듬해 2011년 7월 제주관광공사 양영근 제2대 사장이 취임했고 같은 해 제주도가 세계 7대 자연경관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래서였을까. 면세점 매출이 400억 원, 해외관광객 100만 명을 돌파하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웠다. 제주관광은 매년 새로운 기록으로 갈아치우고 역사도 새로 써 나갔다.

중앙정부도 이러한 노력과 공을 인정한 듯 관광공사는 2012년 10월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후 노력에 노력을 더한 결과 2013년에는 제주방문 해외관광객이 처음으로 200만명을 돌파했다. 이와 함께 제주를 찾는 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어섰다. 같은 해 12월에는 성산항 면세점이 문을 열기도 했다.

2014년 2월 관광공사는 또 다시 중앙정부에게 인정을 받았다. 바로 2013년 지방공기업 재정균형집행 안전행정부 장관상을 받은 것이다. 관광공사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기쁜 소식이었다. 같은 해 6월에는 제9회 대한민국 기상산업대상 은상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같은 해 8월 관광공사 최갑열 제3대 사장이 취임했다.

2015년 관광공사는 2년 연속 재정균형집행 10대 우수기관, 2015년 경영혁신 우수사례, 제주도 사장 경영목표 이행실적 평가 최우수, 지오브랜드가 한국관광의 별에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을 받는 등 각종 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이 해에는 지정면세점 매출이 처음으로 500억원을 돌파했고 크루즈 여객터미널 비관리청항만공사 사업자, 제주지역 신규 시내면세점 사업자로 선정됐다. 관광공사 창립 이래 황금기를 구가했다.

2016년에도 이 같은 황금기가 이어졌다. 지오브랜드사업이 글로벌경쟁력연구센터가 주관하는 국가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5월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외국인면세점)이 중문관광단지 내 롯데호텔 내에 문을 여는가 하면 행자부 주관 2016년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고객만족도조사 최고 기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최우수(행자부 주관)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제주도민일보 DB] 제주관광공사 시내 면세점.

제주관광공사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졌다. 지방공기업이란 특수성도 있었지만 대외적으로 소위 ‘잘나가는 공기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제주관광공사에 입사하려는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실제 2014년 관광공사 통계를 보면 일반직 6급 3명 채용에 257명(경쟁률 85대1), 전문직 6급 5명 채용에 111명(22대1)이 지원했다. 2015년을 보면 일반직 6급 14명 채용에 648명, 전문직 6급 10명 채용에 320명 등이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상황은 올 들어서면서 완전히 딴판으로 뒤집어졌다. 제주관광공사의 창립이후 펼쳐온 숱한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제주관광공사는 사드 보복에 따른 중국인 관광객 감소로, 면세점 사업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더불어 제주관광공사가 야심차게 추진했던 시내면세점 사업에서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실제 롯데면세점이 지난 2015년 서귀포시에서 제주시로 자리를 옮기면서 제주관광공사의 시내면세점(외국인면세점) 첫 매출은 44억 원에 그쳤다. 당시 제주관광공사는 650억 원의 매출을 호언했다. 이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낯부끄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에 더해 올해 제주관광공사는 제주항 출국장 면세점 설치공사를 마친 상태다. 하지만 사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 발길을 끊으면서 또 한 번 타격을 입게 됐다.

당초 중국과의 관계가 풀리면 6월부터 중국인 관광객들이 제주를 다시 찾아 면세점 사업에 활기를 찾을 것이라 기대를 모았지만 현재 8월이 넘었지만 한국과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요원한 상황이다. 최대 골칫덩어리로 남은 셈이다.

[제주도민일보 DB] 제주항 면세점 공사현장.

이에 따라 제주관광공사가 100억원을 들여 제주항에 건립한 면세점은 문을 열지 못한 상태로 아직까지 그대로 있다. 면세점을 계속 추진하자니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은 없고, 그대로 방치하자니 도민들의 비난이 쏟아질 수밖에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극한 상황에 놓였다는 얘기다.

당초 관광공사는 97억 원을 들여 제주항 출국장에 면세점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약한 지반을 보강하는 과정에서 설계를 변경, 추가로 예산이 들어가면서 총 예산은 109억 원 정도 투입됐다.

상황이 이 같이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지난해 제주관광공사는 29억원이라는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창립 10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혈세에 손을 내밀었다.

제주관광공사는 지난 6월 인건비 명목으로 제주도에 20억원을 긴급 요청했다. 도의원들은 “한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면서 사업을 벌여놓고 돈이 부족하니 제주도에 손을 벌린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돈을 벌어서 도민사회에 도움을 주겠다던 제주관광공사가 거꾸로 도민들의 낸 혈세에 손을 대야만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도내 관광업계 일각에선 “만에 하나 빚어질 수 있는 위험성 등을 감안, 적절한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여유 보유자금 중 일정 부분만을 투자했어야 했는데도, 한꺼번에 왕창 쏟아붓기식 투자가 원인이 된 것 아니냐”며 “앞으로 상황이 더욱 악화돼 현금 유동성 위기에까지 처하게 되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지켜볼 대목”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지방공기업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관광공사 지난해 정규직 직원 총 임금은 44억여원(151명, 기본급)이다. 수당과 평가급을 더하면 61억원 수준이다. 단순계산해서 정규직 1인당 평균 연봉을 계산하면 4000여만원 수준이다. 이 같은 연봉은 2015년 3600만원 수준에 비하면 약 13%수준 오른 셈이다.

최갑열 사장은 이번 경영평가 원인 가운데 임금인상도 있었다고 언급했다. 3일 제주관광공사 출입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최갑열 사장은 “지난해 임금을 너무 올렸다. (사실상 최하위 등급) 경영평가 결과는 이미 예견된 상황이었다”고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제주관광공사는 예산절감, 면세점 매출을 올리기 위해 직원들 지인들과 함께 쇼핑하기, 인건비 절감 목적으로 시간외 근무 자제 등을 자구책으로 내놓고 있다. 현재 최갑열 사장의 임기는 8월4일(공식임기는 5일)까지다. 관광공사는 제4대 관광공사 사장을 3일까지 공모하고 있다.

한편 이번 경영평과 결과 제주관광공사는 3년간 패널티를 받는다. 첫해에는 경영평가 점수에서 마이너스 1점을 받는다. 2년째와 3년째에는 각각 0.5점씩 감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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