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평화의 개념 ‘치유·관용·에너지’로 확대…‘문화선언’ 발표
향후 北 참석으로 한반도 평화 꾀해야…정부의 무관심에 빛바래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59개국 3700명이 참가한 제10회 제주포럼이 3일간의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만큼 세계 각국의 전직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해 그 빛을 더했다.

새로운 평화의 개념이 제시됐으며 한반도의 통일을 위한 과제도 주어졌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평화의 글로벌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계기가 됐다. 문화가 제주의 미래라는 향후 국제자유도시 성공을 위한 방향성도 제시됐다.

하지만 정부의 무관심과 홀대로 인해 그 많은 성과는 제주와 참석자들의 공허한 외침으로 그치는 아쉬움도 남겼다. 게다가 ‘제주선언’이 없는 점도 섭섭함을 더했다.

▲ [제주도민일보 DB]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하여’를 주제로 하는 제10회 제주포럼이 21일 공식 개막했다.
# 평화의 새로운 개념

제주포럼 조직위원장인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1일 열린 개회사에서 새로운 ‘평화’의 개념을 제시했다.

원 지사는 “새로운 아시아를 위해 한반도와 중국·일본·동남아를 아우르는 평화의 기운이 흘러 넘쳐야 한다”며 전쟁 없는 평화를 넘어 치유의 평화, 관용의 평화, 에너지의 평화로 확산된 새로운 평화를 세계평화의 미래상으로 제시했다.

전쟁과 폭력의 근절이라는 근대적 평화의 개념에서 환경·에너지·관용 등으로 그 개념을 확장시킨 것이다.

특히 제주포럼 참가자들은 이를 실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섬이 ‘제주’라는 것에 공감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는 “개혁을 하는데 진통이 없을 수 없다”는 조언과 함께 “정치인들은 개혁을 위해서는 과감한 결단을 해야 한다”고 한국 정치인들에게 충고를 아끼지 않았다.

슈뢰더 전 독일총리는 또 야스쿠니를 향하는 아베의 발걸음을 미래로 돌리라고 일침을 놨다.

# 신뢰와 화합이 가득한 새로운 아시아

세계 각국 지도자들과 패널 참가자들은 아시아의 미래가 신뢰와 화합으로 가득한 새로운 아시아가 돼야 한다는데 공감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아시아의 협력’ 세션에서는 최근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변화 관련 규제가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상황에서 기후 변화에 대한 아시아국가 간 협력을 통한 신뢰와 화합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됐다.

‘동북아 역사화해와 평화공동체의 선결과제’ 세션에서 중국 푸단대학교 거자와광 교수는 “문화적으로 공감대를 이루고 정치적으로 상호 신뢰하고 경적으로 상호 보완을 이뤄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동아시아의 역사를 반성하고 동아시아의 문화를 고찰하고 서로가 융합해서 분리되는 역사를 다시 돌이켜 보면서 공감대를 형성해야하는 문제를 진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충고했다.

우성민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한·중·일 상호이해와 역사화해를 위해 “인문교류를 확대시키고 한·중·일 역사·문화공동위원회를 만들어 역사와 문화 갈등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더욱이 “더 나아가 한중일 일반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역사문화체험, 미래지향적인 한·중·일의 언론 소통으로 이어진다면 동아시아가 평화적으로 발전 할 수 있는 선순환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제주도민일보DB] 제10회 제주포럼 개회식이 21일 오전 해비치호텔에서 열리고 있다. 이날 개회식에는 해외 전직 국가정상과 리사오린 중국 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 등이 참석해 한반도와 아시아 글로벌 현안에 대한 진단과 처방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한·중·일 공존관계

‘산림치유에 관한 한·중·일 협력’ 세션에서는 산림 테라피 및 치유는 최근 과학적으로 신체 및 정신적 건강을 증진시키고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식되며 세계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으로 규정했다.

특히 한·중·일이 이 분야에서 공통적이면서도 상이한 경험을 갖고 있다는 점을 바탕으로 세 나라 학자 및 관리들이 경험과 견해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를 통해 세 나라 국민들에게 산림 테라피 및 치유의 혜택을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협력을 증대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다.

‘한·중·일 소통장벽 극복 프로젝트 : 한중일 공동상용 808 한자’ 세션에서는 한·중·일 정치, 경제, 문화, 학술계 오피니언 리더로 구성된 ‘한중일 30인회(Northeast Asia Trilateral Forum, NATF)’가 공표한 한·중·일 공동상용 808 한자표가 갖는 의미와 활용방안, 동아시아의 문화적 공통성, 한중일 3국의 소통과 협력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특히 말이 통해야 뜻을 모으고, 함께 일을 도모할 수 있다면서 긴밀한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한중일은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 제시를 했다.

이 외에도 ‘G2시대의 아시아와 한중일 경제협력의 과제’ 세션에서는 중국의 세계 경제협력 방향은 향후 아시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진단이 있었다. 또 조선족 출신의 성공기업인 신동일 회장과 함께 한·중 경제협력과 글로벌 아시아 시대 공생법을 찾기도 했다.

#한반도 통일의 과제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독일 통일 이후 구조개혁과 한반도 통일의 성공조건’이라는 주제로 권영세 전 주중대사와 대담을 열었다.

슈뢰더 전 총리는 “독일 통일의 초석은 대화의 정치를 통한 긴장 완화로, 장벽만이 두 나라를 갈라놓은 것이 아니라 사회, 경제, 사회시스템, 사람들 머릿속에 장벽이 있었다”며 “통일 후 반드시 필요한 구조개혁을 소홀히 해 통일 후 10년 만에 독일은 유럽의 병자로 불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분단 극복을 위해 어젠다 2010을 만들어 구조개혁에 매달렸지만 개혁이 쉽지는 않았다”며 “근본적으로 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며 한국도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UN창립70주년 : 새로운 도전과 한반도의 미래’ 세션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창립 70주년을 맞은 UN의 역할과 미래를 모색했다.

참석자들은 “유엔은 그간 다자주의 추진 동력으로 기능하면서 세계평화와 인류 삶의 향상을 위해 중요한 기여를 해왔다”면서도 “하지만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중대한 도전들을 해결해나가는 데 있어 내재적 한계가 있고 무기력하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앞으로 유엔을 더욱 효율적이고 강력한 기구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했다.

나아가 유엔에 부여된 헌장상의 임무와 그간 유엔과 한반도의 역사적 관계에 비춰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와 통일을 앞당기는 문제에 대해서도 집중 논의했다.

더욱이 한반도의 미래를 개척해나가는 데 있어 유엔의 잠재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집중 진단이 있었다.

‘광복70년, 남·북 민간교류 발전을 위한 과제’ 세션에서는 통일연구원 조한범 선임연구위원은 “남북교류의 민간교류는 정부차원의 공식적인 관계와 달리 비정치성과 유연성을 지니고 있다”며 “그런 점에서 남북교류와 관계 개선에 있어서 다양한 가능성이 잠재돼 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민간대북지원활동의 확대를 위해서는 대북지원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과 취약계층 구호 및 집중적 지원과 개발지원체제로 지향해야 한다. 국제적인 NGO와 연대 및 협력관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북한의 미래 : 핵·인권·사이버전쟁이 주는 함의’ 세션에서는 김정은 정권이 들어선 이후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한반도 주변 정세에 기반해 북한을 둘러싼 이슈들과 북한의 미래에 대한 전망을 논의했다.

▲ [제주도민일보DB]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 권영세 전 주중대사가 21일 특별대담을 열고 한반도 통일의 성공조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문화를 호령하는 제주, 그리고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나가야할 방향

이번 제주포럼에서는 지난해에 없었던 ‘문화’를 주제로 한 세션도 마련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원희룡 지사는 문화선언을 발표하는 등 제주를 문화의 섬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원 지사는 “행복한 지구촌을 만들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가겠다. 다채로운 문화가 전시되고 어울리는 열린 교류의 장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지역과 인류 발전에 이바지한 문화적 노력들을 발굴하고 지원할 것”이라며 “세계 지역 간 문화정책과 실천방안을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창의적인 문화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국내 내로라하는 문학인들도 대거 참석 제주에 대한 충고와 애정을 아끼지 않았다. 조정래 소설가는 제주를 한글 다음으로 가는 보물이라고 추켜세우면서 난개발의 원인이 행정에도 있지만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제주도민들의 잘못도 크다고 일침을 가했다.

소설가 김훈, 제주가 낳은 소설가 현기영, 시인 신경림씨 등도 제주의 아름다움을 극찬했다.

김훈 작가는 “극한의 아름다움 속에 인간의 역사는 극한의 고통을 담고 있다. 장엄한 드라마가 제주에 숨어있다”며 “이런 스토리를 잘 다듬어서 제주를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며 제주가 품고 있는 4.3의 아픔과 제주자연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현기영 작가는 제주도민에게 “제주도민이 제주의 아름다움을 모른다”며 일침을 가했고, 신경림 작가는 “제주를 문화의 메카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헀다.

‘제주형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미래 전략’ 세션에서는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로 조성하기 위해 중국·일본·스페인 등의 국제자유도시의 추진 사례를 통해 성공적인 미래 전략을 모색하는 방안들에 대하여 집중 논의 됐다.

인프라 구축을 위한 개발도 중요하지만 이를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해야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도 제시됐다.

▲ [제주도민일보DB] 원희룡 제주도시와 홍석현 월드컬쳐오픈 위원장이 22일 제주포럼에서 문화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 성장한 제주포럼, 앞으로의 과제는?

제주포럼은 다양한 분야에서 성과를 이뤄냈지만 향후 과제도 제시됐다.

‘제주포럼의 선구자들 : 회고와 전망’이라는 주제의 세션에서 공로명 전 외교부 장관은 “제주포럼은 아시아에서 대화의 장을 만드는데 성과를 올렸다”며 “제1회 때는 김대중 대통령이 왔지만 세계 각국의 대통령 및 대표들이 왔다. 이런 분들의 경험과 식견을 대화한 내용들이 정책으로 반영된 것들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이어 “다양한 이슈를 다루는 포럼은 제주포럼이 유일하다. 그래서 지금 그림은 잘 그려놨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그러나 “제주포럼은 눈을 그려 넣어야 하는 작업이 남았다”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섬인데 북한의 참여가 필요하다. 북한이 이러한 대화의 장에 나와 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이 의혹과 걱정을 덜고 이 자리에 나오면 한반도의 평화가 더 가시적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북한이 없는 평화포럼은 뭔가 좀 아쉽다”고 안타까워했다.

북한이 참여가 제주포럼의 위상과 의미를 더욱 드높여 세계적인 관심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도 제주포럼을 높게 평가하면서 제주포럼이 임팩트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문 교수는 “포럼이 잘 되려고 하면 새로운 아이디어, 어젠다를 만들어야 한다”며 “백화점식 어젠다 세일을 하는 게 바람직한가? 평화나 경제에 특화를 시켜야할 것인가? 이건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더욱이 “선택과 집중이 없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있다”며 “이를 좀 더 고민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제주포럼의 정체성을 잡아갈 것인지는 조금 더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문 교수는 더욱이 대통령의 참석은 북한 지도자의 참석을 이끌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는 “포럼은 사람들의 네트워킹이다. 다보스포럼에 돈을 내고 가는 이유는 인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아이디어를 찾기 위함”이라며 “평화로 포커스를 맞추면 어떻게 참여를 확산시키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 DB]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하여’를 주제로 하는 제10회 제주포럼이 21일 공식 개막했다.
# 북한 측 불참과 정부의 무관심, 그리고 규모에 비해 미약한 목소리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평화와 번영을 추구하는 제주포럼에 북측의 참석이 불발이 됐고 정부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번 제주포럼에 북한 측의 참가를 요청했다. 수차례 접촉도 진행했지만 북한 측은 끝내 불참을 통보했다.

세계 평화의 섬 제주가 진정 한반도의 평화를 이뤄내기 위한 시발점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제주포럼에 북한 측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정세는 제주포럼에 북한 측의 참여를 가로막았다.

정부는 제주포럼에 무관심을 보였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가장 중요한 것은 포럼은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다보스포럼이 유명해진 이유는 임팩트가 크기 때문”이라며 “마찬가지로 제주포럼에서 나온 의제와 담론들을 어떻게 실천할 것이냐를 제시해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정상이 참여해야 한다”고 대통령 참석의 필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올해 포럼에 참석한다고 했지만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외교부 장관마저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는 등 제주포럼은 정부로부터 더욱 외면을 당했다.

전직이라지만 한때 각 국가를 통치했던 전직 국가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국빈 대우를 받아도 손색이 없는 이들이다. 이러한 이들을 초대해 놓고 외교부 장관은 첫날 만찬을 끝으로 황급히 제주를 떠났다. 게다가 정부의 장관급 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규모에 비해 세계를 향해 낼 수 있는 목소리가 없었던 점도 아쉬운 점으로 남고 있다.

이번 제주포럼은 ‘문화선언’이라는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한반도와 동북아, 더 나아가 세계를 향해 낸 ‘제주선언’은 없었다.

규모에 맞게 수많은 토론과 논의, 해법을 도출해 냈지만 이를 정리해 하나된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이다.

제주판 다보스포럼, 동북아의 평화와 번영, 그리고 신뢰와 화합을 위해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제주포럼의 위상을 높일 그런 목소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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