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막식에 정부 인사 없어…정부, 포럼 위상 아나?
전직 각국 지도자 초청해놓고 외교부 장관은 개막 전날 떠나

▲ 최병근 기자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10년째를 맞이하는 제주포럼. ‘열 번째’라는 의미가 보여주듯 그 규모도 커졌다. 참석자들도 보면 세계 각국을 대표했던 지도자들이다. 그만큼 세계적으로 위상이 커졌다는 것을 실감케 할 수 있다.

제주포럼은 한반도와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공동번영을 모색하기 위한 역내 다자협력 논의의 장으로 출범해 ‘제주평화포럼’이라는 명칭으로 2001년 제1회 포럼을 개최한 이래 2011년 제6회 포럼까지 격년제로 개최돼 왔다.

제6회 포럼부터 명칭을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으로 변경했으며 2012년 제7회 제주포럼을 시작으로 매년 개최하고 있다.

제주포럼 한반도와 동아시아의 평화정착과 공동번영을 위해서는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로는 불충분하다는 데 인식, 역내 평화와 협력을 위한 대화의 장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이라는 일관된 주제에 대한 국제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올해 제주포럼은 경제·문화·관광·여성·환경·에너지 등으로 그 논의 주제도 영역도 확대해 아시아의 공동 번영의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뜻에 비춰 2001년 첫 해에는 김대중 대통령이 참석했고, 2회와 4회 포럼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참석해 국제적 위상을 드높였다. 5회 때에는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참석해 세계적인 포럼임을 확인시켜줬다.

▲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하여’를 주제로 하는 제10회 제주포럼이 21일 공식 개막했다.
각국을 대표했던 전직 지도자들도 대거 참석하는 등 제주포럼이 명실상부한 국제 행사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프로세스’를 발표하고 한반도 평화를 제주에서부터 시작하자고 선언하기도 했다. 이러한 제주포럼으로 인해 정부는 지난 2005년 제주에 ‘세계 평화의 섬’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줬다.

하지만 제주포럼은 2011년 제6회 때부터 정부의 관심으로부터 멀어졌다. 대통령 대신 총리가 참석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임기 동안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제주포럼은 늘 총리가 오는 행사로 내려앉았다.

박 대통령은 올해 포럼에 참석한다고 했지만 돌연 불참을 통보했다. 외교부 장관마저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는 등 제주포럼은 정부로부터 더욱 외면을 당하고 있다.

더욱이 올해는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전 총리, 수실로 밤방 유도요노 전 인도네시아 대통령,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존 하워드 전 호주 총리, 조클라크 전 캐나다 총리 등 전직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 리샤오린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회장 등 주요 인사들도 참석했다.

전직이라지만 한때 각 국가를 통치했던 국가 수장들이다. 국빈 대우를 받아도 손색이 없는 이들이다. 이러한 이들을 초대해 놓고 외교부 장관은 전날 만찬을 끝으로 황급히 제주를 떠났다.

▲ ‘신뢰와 화합의 새로운 아시아를 향하여’를 주제로 하는 제10회 제주포럼이 21일 공식 개막했다.
특히 올해 제주포럼에서는 북한이 참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제주포럼이 한반도의 실질적인 평화를 기인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이 참석해야 북한 지도자도 참석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장관급 인사는 눈을 씻고서도 찾아볼 수 없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도 이런 취급을 받지 않을 정도’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정부는 매정하게 제주를 외면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박 대통령은 제주포럼만 불참한 것이 아니다. 아직까지 제주 4.3희생자 위령제에 단 한 번도 얼굴을 비치지 않았다. 제주도민에게 얼굴을 보인 것은 지난해 열린 전국체육대회 몇 시간이 전부다.

정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주를 ‘평화의 섬’, ‘특별자치도’라고 치켜세우고 있다. 그러한 정부가 제주포럼의 위상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주포럼의 위상을 일부러 깎아 내리려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제주도민들은 이러한 정부를 과연 어떻게 받아들일까?

심하게 말하면 과연 제주도를 위한 정부가 맞는지 의심이 든다. 올해 제주포럼은 정부가 버렸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다.

결국 올해 제주포럼은 동네잔치에 각국의 전직 지도자들이 참석해 빛을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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