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저명 작가들 제주포럼서 제주에 대한 충고 가감 없이 털어놔
조정래 “제주파괴, 발길 끊을 것”…현기영 “도민이 제주가치 몰라”

▲ 22일 열린 제주포럼에서 현기영, 조정래, 김훈, 신경림 작가, 방민호 문학비평가 등 문학인들과 민현식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석윤 김건축 대표, 양건 가우건축사무소 대표, 백혜선 LH수석연구원 등 건축가들이 참석 제주문화 육성방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문학인들이 제주의 아름다움을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이들은 제주의 난개발을 우려하고 제주의 순수함을 지켜내는 것이 제주를 위한 길이라고 입을 모았다. 문화를 통해 제주가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다.

제주포럼 마지막 날인 22일 조정래·김훈·현기영·신경림 등 국내 저명한 작가들이 대거 참석했다. 또한 제주를 사랑하는 건축가들도 참석해 제주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다.

우선 조정래 소설가가 제주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제주를 한글 다음으로 가는 보물이라고 치켜세웠다. 그러면서 제주를 지켜달라고도 도민과 행정에 호소했다.

그는 “제주도는 한글 다음으로 가는 보물”이라고 말한 뒤 “우리는 사람답게 살기 위해 살고 있다”면서 “도시와 고층빌딩이 우리를 얼마나 비인간적으로 만드느냐? 자연으로의 회기는 현대인이 찾아가야 할 첫 번째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그것이 사람들이 제주도를 찾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하지만 지금 제주도는 중국 사람들에게 외화유치라는 명목으로 땅을 팔고 있다. 난개발이 이뤄지고 있다”며 “높은 건물이 올라간다고 하면 제주도의 아름다움을 가려버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더욱이 “제주도가 파괴되면 제주도의 발길을 끊겠다”라고 엄포까지 놨다.

그는 특히 “제주의 땅을 지켜야한다. 후손들에게 물려줘야한다”며 “그러면 제주를 찾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아질 것이다. 자연의 순수함을 지켜내는 것이 제주를 위한 길”이라고 조언했다.

제주가 고향인 소설가 현기영 작가는 제주의 아름다움을 치켜세우면서도 제주도민들에게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제주도민이 제주의 역사 자연에 대해서 다 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민들은 제주의 자연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어렸을 때부터 봐왔기 때문에 귀중한지 모른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이주민들이 제주4·3을 더 잘 안다. 그래서 나는 원주민보다 이주민을 더 지지한다”며 “앞으로 이주민들이 연대조직을 만들어서 원주민을 각성시키고 제주개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 작가는 제주에서도 수준 높은 예술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관광객들이 풍광만 관람할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예술 작품도 감상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야 한다”며 “특히 이미 제주4·3과 관련된 좋은 작품들이 많다. 이를 전시할 수 있는 상설전시관이 있어야 할 것이다. 연극도 보고, 미술 작품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민호 문학평론가도 제주의 아름다움을 기록하고 기억하는데 문학이 일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언젠가 올레길을 걸었는데 굉장히 아름다웠다. 제주라는 곳이 작년 다르고 또 재작년이 다르다”며 “그런데 드는 생각은 ‘나쁜 짓은 막을 수는 없구나’는 생각을 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러면서 “예전에는 문학이 뭔가를 지키고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문학은 결국 기억하는 것”이라며 “문학이 제주에 관해서 쓸 수 있다면 기억, 기록하는 일을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한국을 보면 앞으로 나가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무튼 어디로 간다고 한다”면서 “근데 어느 소설 가운데 ‘모든 진보는 손실 없이 이뤄질 수 없다’는 글귀가 있다. 제주가 앞으로 나가는 것도 좋은데 손실 없이 이뤄지는 게 없으니 이를 잘 생각해보면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개발 중심적 사고에 대해 지적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인 신경림 작가도 제주도민들에게 문학적 인식을 심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조정래 선생의 입장에 동의를 표하면서 한 가지 더 보태고 싶은 것은 시를 써서 제주를 알리면 좋을 것 같다”며 “이와 함께 제주를 문학의 메카로 만들면 어떨까. 다시 말해 제주를 아름다운 섬이라고만 하지 말고 제주도에서 도민들에게 문학적 인식을 심어준다면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제주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기자 출신인 김훈 소설가도 제주를 주제로 한 대중가요가 많이 만들어 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는 “제주를 귀에 들리는 문학으로 만들어서 들려줬으면 좋겠다. 제주를 주제로 하는 대중가요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히트를 쳤으면 좋겠다”며 “대중가요처럼 효과 있는 것은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극한의 아름다움 속에 인간의 역사는 극한의 고통을 담고 있다. 장엄한 드라마가 제주에 숨어있다”며 “이런 스토리를 잘 다듬어서 제주를 잘 표현했으면 좋겠다”고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이 외에도 백혜선 LH수석연구원(제주버나클러 건축의 현대적 의미), 민현식(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김석운 김건축 대표, 양건 가우건축사무소 대표, 김원 건축환경연구소 관장 건축가 등이 참석해 제주의 아름다움을 건축학적 관점에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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