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근식의 '유기농 언담' - 3

▲ 문근식 e제주영농조합법인 대표

태풍 ‘나크리’가 올라온다.

어제 태풍을 맞이할 준비로 하루 종일 농장에서 이것도 치우고, 저것도 치우고, 옮기고, 가두고, 싸고, 쌓고, 묶고….

그래도 불안해 농장엘 와보니 밀감컨테이너 박스는 비바람에 이리 뒹굴 저리 뒹굴 한다.

비만 쫄딱 맞으면서 허겁지겁 박스들을 옮기고 관리사에서 머리며 젖은 옷을 수건으로 닦다보니 갑자기 이런 행동이 우스워 보인다.

분명 어제 다 치웠다면 이런 생고생을 안 해도 되는데 말이다.

이래서 어머니는 ‘미리미리 준비하라’고 하셨나보다.

대충 옷을 갈아입고, 농장을 다시 둘러보려고 하는데 비바람이 장난이 아닌지라 엄두가 나질 않는다.

때마침 아내한테서 전화가 온다. ‘따르릉 따르릉’ 자초지경을 애기하니 그나마 토닥거려준다.

어차피 지금 애쓴다고 전부다 완벽하게 치우지는 못할 것이고 태풍이나 지나고 난 다음 사태를 수습하자는 것이다.

대충 큼직한 것들은 다 치운 상태이니 자질구레한 것들은 그 후에 정리하자는 아내의 말에 조금은 위안을 삼는다.

일찍 들어오면 파전을 부쳐 줄 테니, 오랜만에 같이 막걸리나 한잔 하고 싶단다. 얼마나 다행인지…. 휴~. 그나마 내 입장에서 말을 해주는 아내가 사랑스럽다.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들도 많이 힘들어 한다. 자신이 어쩔 도리가 없으니 가지며, 잎이며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 같다.

강풍에 부러지지 않을려고 자신의 힘을 빼어 유연하게 바람을 맞이하는 나무들을 보며 ‘나도 과연 저렇게 유연하고 살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요즘 많은 곳에서 강함보다는 유연성을 이야기한다.

농업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농산물의 생산, 유통, 가공,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같다. 단품목 대량생산보다는 다품목 소량생산을 기반으로 하는 유연성을 통해 안정적 농업활동을 하려고 하는 농민들이 대폭 증가하는 이유가 그러하다.
유통은 어떠한가?

공급과 수요라는 시소게임을 유연성하게 파고를 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가공 또한 다양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제품들이 맞춤형으로 생산되고 있기도 하다.

서비스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어차피 유연성을 대표적으로 도입한 분야가 바로 서비스 분야이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도입했고 성과를 만들어 냈기에 다른 분야에도 영역을 넓힌 것이 아닌가.

우리의 삶에서도 유연성을 이야기한다.

특히 어머니는 종종 내게 이런 말을 하신다.

“쒜도 괄민 부러진댄 했져!”라고.

옛말에 태강즉절(太剛則折)이란 말이 있다. 이 말은 “지나치게 강하면 부러진다”는 말이다. 또한 유능제강(柔能制剛)이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부드러움이 강함을 누를 수 있다”는 말이다.

너무나 많이 듣고 있고 너무나 쉽게 내뱉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져본다.

요즘 언론과 행정이 그렇다.

마치 서로 철전지 원수인 냥 시퍼런 날을 세우는 형상이다.

서로가 조금씩 뒤로 한 발짝씩 물러나 서로를 이해하고 인정한다면 하는 생각도 해본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무리일까?

‘어떤 것이 우릴 풍요롭게 만들고 무엇이 우릴 행복하게 해 줄 것 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어제도 어머니는 내게 이런 말을 하셨다. “근시가! 쒜도 괄민 부러진댄 했져!”

▶ 문근식 e제주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는…

현재 한국농업경영인 제주시연합회장을 맡고 있다.

감귤, 키위, 한라봉, 레몬 등 직접 재배한 친환경농산물과 그 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직접 농사를 짓는 농사꾼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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