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문근식의 '유기농 언담' - 5

문근식 e제주영농조합법인 대표.

농부로 산다는 건 결코 낭만적이거나 풍요로운 것만은 아니다.

제주로의 이주붐으로 귀농귀촌인들이 엄청 몰려오지만 그리 녹녹하지만은 않은 게 사실이기도 하다.

이주하는 귀농귀촌인들이 종종 나를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들은 나에게 한결 같이 물어본다.

“어떤 작물이 돈이 되죠?”

“싼값에 나오는 과수원은 없나요?”

세상에 그런 게 어디 있겠는가?

사실 돈이 되는 작물은 손이 많이 가는 작물이고, 싼값의 과수원은 급매물일 경우이다.

그렇다면 누군가는 또 손해를 봐야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해본다.

또한 그런 작물이나 과수원이 있다면 내가 재배하고 살지,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에게 왜 알려주겠는가?

혹 알고 있다손 치더라도 내 주위의 사람들에게 주선을 하는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나가 흡족하면 또 다른 하나는 불편할 수도 있는 게 세상사이다.

오늘도 그러한 일을 당했다.

풋귤.

요즘은 풋귤철이라서 감귤농가에서는 풋귤을 수확하고, 포장하고, 택배로 발송하는 게 그나마 낙이다.

친환경으로 재배를 하다보면 가벼운 상처가 있는 귤들은 비일비재하다.

화학농약을 친 것처럼 깨끗한 감귤을 원하면서도 친환경으로 재배한 풋귤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

건강인지? 아님 때깔인지? 명확해야 한다.

우리는 가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려한다.

그게 가능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만족의 수위를 정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풋귤청.

요즘은 풋귤철이다.

풋귤은 풋사과차럼 덜 익은 감귤이기도 하다.

풋귤일 때는 구연산이 풍부하고, 염증제거와 피부에도 좋다고 한다.

풋귤을 깨끗이 씻고, 꼭지를 제거한 후 예쁘게 자른 후 설탕과 1:1로 혼합하여 유리용기에 담아 2~3주간 상온에서 숙성시킨 후 냉장보관을 하면 풋귤청이 된다.

풋귤청에 얼음과 물을 타서 마시면 늦더위를 한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청량감을 품는다.

오늘도 나는 청귤청에 만족하며 사는 소박한 농부다.

이렇게 소소한 것에도 만족할 줄 아는 게 농부의 길인 듯하다.

▶ 문근식 e제주영농조합법인 대표이사는…

전 한국농업경영인 제주시연합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한농연 제주도연합회 정책부회장을 맡고 있다.

감귤, 키위, 한라봉, 레몬 등 직접 재배한 친환경농산물과 그 농산물로 만든 가공식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직접 농사를 짓는 농사꾼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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