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립합창단 조 전 지휘자 부당해고 구제신청 ‘승소’
"합창단을 산하기관으로 두고 전횡 도구로 악용" 지적
“공무원의 행정집행 잘못된 관행과 문제 안될말" 강조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조지웅 지휘자가 5일 제주시내 한 카페에서 관련 조례를 보여주면서 기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그 일이 있고 난 뒤, 수면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었다"
 
"잠을 자기 위해 의사에게 수면제 처방을 받아 먹고, 간신히 잠을 이뤄왔다"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어 무척 괴로웠다. 악순환이 그렇게 반복됐다. 몸무게가 10kg이나 빠졌다"
 
문득 “이러다 진짜 죽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이 있듯, 다행히 지난 2월말 악몽에서 벗어나 평상심을 찾게 됐다. 빠졌던 살이 점점 붙기 시작했다. “아 이제 살겠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지난 2012년 제주도립합창단 지휘자로 위촉돼 활동해왔던 조지웅 전 지휘자의 근황이다.

최근 그는 지방노동위원회의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승소했다.

9살때부터 합창단원 활동을 시작, 45살인 현재까지 음악을 위해서만 살아온 그가 지난 1월 “단원들의 인격모독”, “단원들을 정신과 치료를 받게 만든 지휘자”로 낙인 찍히는 사건이 발생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2월말까지 사람이 이렇게 살 수 있구나. 매장될 수 있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이 일을 겪고 난 뒤 그는 지휘자로서의 삶, 사람과의 관계가 모두 깨졌다. 그는 이러한 상실감에 “앞으로도 이런 일을 겪어야만 한다면 일을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몇번이나 다짐하기도 했다.

그는 자신에게 쏟아지는 각종 의혹은 견뎌낼 수 있었다. 자신의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가 이런 평가를 받는 것에 대해 가족들과 형제들 모두 아파했다. 그를 걱정하는 ‘노조단원’들은 올해 초 그를 둘러싼 각종의혹에 대한 반박 기자회견도 했다.

그는 궁금하다고 했다.

자신이 왜 그렇게 ‘매장’을 당했어야 했는지 누군가에게 묻고 싶다고 했다.

실제 조지웅 지휘자가 부임한 뒤 합창단의 실력이 굉장히 늘었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이 영향으로 정기연주회 횟수 증가와 입장료도 늘었다. 그는 “왜 나를 이렇게 몰아가야 했는지 아직도 궁금하다”며 김병립 시장을 만났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그러면서 그는 2013년, 2015년 운영실적을 비교 평가한 자료<사진참조>를 보여줬다.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조지웅 전 지휘자가 보여준 2013년, 2015년 운영실적을 비교 평가한 자료.

그는 지난해 12월 31일 이후로 김병립 시장을 3번 만났다. 당시 김병립 시장은 지휘자의 임기 연장을 바랐다. 담당공무원이 지휘자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결재를 두번이나 올렸지만 김병립 시장은 모두 반려했다고 기억했다.

그러면서 그는 올해 2월 김병립 시장과 담당 국장, 계장 등과의 면담 자리에서 지휘자 모집공고를 재고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2월 중순 연주도 있었고, 임기중에 모집공고를 하는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는 “도립합창단에 지휘자가 2명이 되는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것이다. 임기도 남았고, 연주회도 예정돼 있는데 공고를 한다는 건 나에게 나가라는 소리밖에 안된다”며 “이에 따라 발생되는 문제를 공무원들이 모두 책임져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김병립 시장의 문제가 아니라고 전제한 뒤 “일을 이 상황으로 만든 다른 힘이 있다. 궁금하고 묻고 싶다”며 “공무원이 이렇게 나를 몰아붙인 이유가 뭘까. 아직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조지웅 지휘자가 인터뷰가 끝날 무렵 환하게 웃고 있다. 조 지휘자는 수면제 복용으로 몸무게가 10kg 빠지는 고통을 겪었지만 최근에 다시 예전 모습을 점차 찾아가고 있다.

다음은 조지웅 지휘자와의 일문일답.

■ 최근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어떻게 보나?

= 도립합창단을 담당하는 공무원은 행정지원을 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번 감사결과를 보면 지휘자의 점수를 과장이 줬다. 이건 말도 안되는 시스템이다. 이렇다 보니 담당공무원이 왕인 시스템에서 일이 진행돼 왔다. 김병립 시장과의 면담에서 객관적인 평가를 해달라고 지속적으로 요청했다. 근데 결과는 객관적이지도, 적절하지도 않았다. 이는 이미 감사위원회 감사결과에서 모두 드러났다.

■ 도립합창단으로 복귀할 것인가?

= 애초 이 싸움을 시작할 때는 돌아가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행정의 과정과 집행의 잘못된 관행과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었다. 도립합창단이 예술단의 기틀을 갖추고 활동한 지 15년 정도 됐을 것 같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오래된 기간은 아니다. 그동안 합창단 지휘자가 9번이 바뀌었다. 이렇게 지휘자가 바뀔 때마다 시끄러운 문제가 발생했다. 그동안 지역사회와 제주도와 제주시는 지휘자를 새로 교체하는 것으로 문제를 봉합하는 방법으로 일관해 왔다. 이 문제가 제주에서 끝나길 원치 않는다. 중앙노동위원회까지 갖고 가고 싶다. 그래서 제주가 처한 이런 문제를 더 많이 알려내고 싶다. 

■ 잦은 지휘자의 교체는 단원들의 실력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나?

= 맞다. 잦은 지휘자 교체는 단원들의 정체성 혼란을 겪게 되고, 실력 향상에도 차질을 빚는다. 현재 문제가 있는 단원들은 현직 지휘자를 꺼려하기 마련이다. 아무래도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휘자가 바뀌길 희망한다. 아주 극소수의 단원들이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 문제를 제기한 5명의 단원들은 현재 연락조차 안되는 걸로 알고 있다. 지휘자 자리가 탐나서 이러는 게 아니다. 인천, 안산, 대전, 수원시립 등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합창단의 특징은 지휘자가 오랫동안 단원들과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활동해 왔다는 것이다. 제주지역과 같은 단체는 전국 어디에서든 찾아보기 어렵다.

■ 천안, 제주합창단의 사례를 두고 지자체 마다 각기 다른 잣대인 조례와 문화에 이해가 부족한 공무원을 둘러싼 불공정한 심사 관행을 더 방치할 경우 합창계가 공멸(攻滅)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해결책은 없는 건가?

=
근본적인 원인은 가장 창조적이고 자유스러워야 할 예술단체를 공무원이 산하기관처럼 여기고 쥐고 흔들려는 때문이다. 춘천, 대전시립 예술단 처럼 잘 되는 곳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조지웅 지휘자가 인터뷰가 끝날 무렵 환하게 웃고 있다. 조 지휘자는 수면제 복용으로 몸무게가 10kg 빠지는 고통을 겪었지만 최근에 다시 예전 모습을 점차 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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