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만 보는 해바라기 행각에 정당 원칙도 실종

진단=패거리·철새정치의 그늘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별자치도 제주에서 촌스럽고 낮뜨거운 패거리·철새정치 놀음이 재연되고 있다. 당의 기본이념이나 정책 등과는 상관없이 추종자들을 이끌고 ‘둥지’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중앙’만 바라보는 해바라기 행각에 지역사회 갈등과 분열의 근원인 줄서기·줄세우기 등 구태를 연출하고 있는 것이다.

무소속 우근민 제주지사가 1만7000여명이라는 지지자들을 ‘동원’해 새누리당 입당을 신청하는 과정에선 당사자도 모르는 가짜 입당 신청과 당비 대납 약속 등 의혹이 불거지면서 전국적으로 망신살도 뻗쳤다.

제주가 민선시대 개막이후 20년 가까이 이어져온 ‘제주판 3김’ 정치의 그늘에서 허우적거리면서 내년 지방선거 역시 고질적인 편가름으로 분열·갈등이 확대·재생산되고 도민사회에 큰 생채기를 남기지 않을지 걱정되는 이유다.

▲ 김태환 전 제주지사와 우근민 지사.

 2. ‘해바라기’ 철새 행각  

우근민 제주지사는 지난 1994년 새누리당의 전신으로 당시 집권당인 민주자유당 국책자문위원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놓았다. 민선 자치단체장 선거가 부활한 1995년 직전 관선 제주지사였던 신구범 전 지사를 밀어내고 민자당 후보로 출마했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한 신 전지사에게 고배를 마셨다.

1998년 지방선거때는 집권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 소속이었던 신 지사와 경합 끝에 후보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여성단체장 성희롱 문제가 불거진 2002년 선거에서 새정치국민회의 후신인 새천년민주당 후보로 나서 한나라당 후보인 신 전 지사를 물리치고 재선돼 2004년 노무현 대통령 측이 창당한 열린우리당에 입당했으나 선거법 위반 확정판결로 낙마했다. 2006년엔 대법원에서 성희롱 확정 판결도 내려졌다.

2010년 지방선거때 열린우리당 후신인 통합민주당에 복당했으나 여성 단체장 성추행 전력이 불거지면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당선됐다. 우 지사는 민주당 탈당 이후에도 ‘정치적 뿌리는 민주당’임을 공언해왔다.

때문에 우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 ‘노크’는 내년 지방선거 당선을 위해 ‘양지’만 찾는 ‘철새 정치인들의 전형’으로 낙인찍히고 있다. 도민들의 지지도가 전반적으로 떨어진데다 민주당 복당도 모양이 그렇고,집권여당인 새누리당 후보로 나서야 당선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행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때 ‘이번이 마지막 봉사’라고 했던 약속도 내팽겨쳤다.

우 지사에 한발 앞서 새누리당에 입당한 김태환 전 지사의 철새 행각도 우 지사에 못지않다.

김 전 지사는 199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국민회의 후보로 제주시장에 당선됐다 2002년 선거를 앞두고 당내에서 후보 경선 움직임이 일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재선됐다.

2004년 우 지사의 낙마로 실시된 재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된 김 전 지사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현명관 후보 공천 움직임에 발발해 탈당,민주당 입당을 타진했으나 진철훈 후보측의 단식농성 등 강력한 반발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2008년 국회의원 총선에선 민주당 후보를 도왔다는 눈총을 받기도 했던 김 전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입당을 저울질하다 친인척 비리 수사가 확대되던 2월 돌연 불출마를 선언해 숱한 의혹을 낳았다. 이후 ‘야인’으로 우근민 도정에 견제구를 날리던 김 전 지사는 지난해 대통령선거때 제주특별자치도 지원 특별위원장으로 박근혜 후보 캠프에 합류했고,우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 추진이 본격화된 지난달 24일 한발 앞서 입당했다.

▲ 우근민 제주지사의 입당을 반대하는 새누리당 제주도당 당원들의 기자회견.

우·김 현·전직지사의 철새행보는 자신의 정치적 이념·소신과는 상관없이 집권여당 줄서기를 통해 입지를 확보하고 내년 도지사 선거에서 당선돼 권력을 다시 누려보려는 정략일 뿐이다.민주당과 시민사회단체 등이 도민들을 부끄럽게 하고 지방자치의 수준을 후퇴시킨다며 강력하게 질책하고 나서는 이유다. 

지난해 국회의원 총선때 성범죄를 비롯한 4대악을 공천배제 원칙으로 내놓았던 새누리당의 행태도 비판을 받는 대목이다. 김용하 전 도의회 의장 등 새누리당 당원들도 우 지사 입당 반대 기자회견을 통해 성희롱 전력과 철새 행보,지지자 무더기 입당신청에 따른 문제 등을 제기한바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의 ‘7인회’ 멤버인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현경대 민주평통 수석부의장,김용갑 전 국회의원 등 ‘중앙’을 통한 우 지사의 새누리당 입당은 성사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 7일 새누리당 도당 당원자격 심사위원회에서 우 지사의 입당 심사가 보류됐지만,내일(13일) 열리는 회의에선 당내 반발 등을 감안해 중앙당에 위임해 입당을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될 전망이다.지난 주말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제주를 방문해 강지용 제주도당 위원장 등을 만난 정황도 이를 뒷받침한다.

선거때마다 당선만을 위해 이리저리 둥지를 옮겨다니는 전·현직 지사 등 철새 정치인들과 추종자들,당선 가능성을 명분으로 당이 공식적으로 내세웠던 원칙마저 무용지물화하는 정당이 패거리·철새정치의 진원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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