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거리’ 구태 못벗고 도민사회 갈등 확대·재생산

[진단] 우근민 도정 3년

민선 2기 지사 시절 여성단체장 성추행 전력으로 민주당에서 퇴출돼 무소속으로 출마했던 우근민 도정에 대한 도민들의 선택은 전임 김태환 도정의 극심한 ‘불통’의 그늘을 걷어내고 도민사회와 제대로 소통해 ‘제주의 길’을 바르게 열어나가라는 뜻이었다.

그러나 2010년 ‘컴백’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윈 윈 해법’은 온데간데없이 정부·해군편에서 일방통행하는 제주해군기지를 비롯해 육상풍력지구 지정과 애월항 LNG인수기지 부지 매립공사 밀어주기 시도 등 끊이지 않는 특혜 의혹 등으로 불통과 불신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명실상부한 특별자치도 실현도 구호뿐이고 300억원에 이르는 예산과 코흘리개 아이들의 주머니까지 털어 탕진한 세계7대자연경관 등 ‘개념이 없는’ 간판행정속에 제주의 미래에 대한 걱정은 더 깊어지고 있다.

5. ‘그들만의’ 제주

민선시대 이후 도지사 선거 승자가 독식하는 ‘제로 섬’사회는 제주사회 구석구석을 좀먹고 지방자치의 근간인 풀뿌리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심각한 병폐다.

‘제왕적’ 도지사에서부터 고위 공무원과 기업인·학자들,지역토호와 이른바 ‘유력언론사’ 등 기득권의 득세·횡포가 고착·강화되고 정치·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離合集散)하는 후원·수혜 구조속에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도지사가 바뀔때마다 측근과 선거공신들이 역량이나 전문성과 상관없이 친목계원들에게 떡반 돌리듯 도 주요 보직과 각종 기관·단체장 자리를 꿰차고 각 분야 ‘주류’로 자리잡아 쥐락펴락하면서 도민사회 갈등을 확대·재생산해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각한 것은 민선시대 개막이후 지금껏 이어져온 이른바 ‘제주판 3김 시대’속에 이런 ‘패거리’ 행태가 개선되기는커녕 고착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완성된 측근 체제…내년 선거로 GO!

우근민 도정 3년간 이뤄진 공무원,기관·단체장 인사는 측근·공신체제의 완성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무원들은 김태환 도정 6년간 우 지사의 측근들이 대부분 ‘씨’가 마르다보니 친정체제 복구에 시간이 많이 걸렸지만,지사의 입김이 미치는 기관·단체장은 1년만에 공신체제를 완성했다.

2010년 8월5일자로 이뤄진 민선5기 도정 첫 인사는 공무원 줄서기·줄세우기 폐해로 인한 ‘인재 풀’의 한계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우 지사의 측근은 오홍식 제주도감사위원회 감사과장이 사무국장 직무대리,행정자치부에 파견됐던 정태근 서기관이 인력개발원장 직무대리로 승진했다.

제주발전연구원에 파견됐던 한동주 부이사관이 문화관광교통국장,오정숙 설문대여성문화센터 소장이 보건복지여성국장,강관보 환경연구원장이 친환경농축수산국장으로 본청으로 입성하는 등 전임 도정때 한직을 맴돌았던 인사들이 우대를 받았다.

특별자치도 추진단장은 국회 사무처에서,공영민 지식경제국장은 기획재정부에서 영입했다.

반면 김태환 도정의 실세였던 김방훈 제주시장이 제주발전연구원,고경실 문화관광교통국장이 기획재정부,오승익 특별자치도추진단장 직무대리는 국회사무처로 파견되는 한편 박영부 서귀포시장은 도정연구관으로 밀려났다.

우 도정 친정체제는 올해 상반기까지 매년 이어진 정기인사를 통해 단계적으로 짜여져왔고, 우 지사의 재출마가 확실시되는 가운데 이달말 예정된 하반기 인사에서 내년 선거체제로 구축이 완료될 전망이다.

우 도정의 ‘넘버 2’인 환경·경제부지사는 신거공신인 언론인 출신 김부일씨에 이어 김선우 변호사로,서귀포시장 역시 고창후 변호사에서 김재봉 전 서귀포시의회 의원으로 공신끼리 바통이 넘겨졌다.

우 지사의 측근이자 선거공신인 김병립 제주시장을 애월 출신 김상오 전 농협제주지역본부장으로 교체한 것은 차기 선거를 겨냥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정 정책 브레인인 정책기획관도 선거공신인 장성철씨에서 측근인 이행수 서기관으로 바통이 이어졌다. 김방훈 전 제주시장이 지난해 1월 정기인사때 기획관리실장으로 깜짝 발탁됐지만,우 도정 실세들의 틈바구니에서 견디지 못하고 하차했다.

전임 도정의 실세들이었던 고경실 부이사관은 기획재정부,박영부 전 서귀포시장은 행정안전부,양치석 서기관은 제주발전연구원에 발이 묶여 있고,현을생 전 정책기획관은 전국체전기획단장으로 밀려났다.

지사의 영향력이 미치는 기관·단체 선거공신체제 구축은 우 도정 출범 1년만에 거의 완성됐다.

20여개 남짓한 자리 가운데 제주도감사위원장과 제주테크노파크 원장을 제외하고 모두 선거공신들의 잔치판이 됐다.

제주발전연구원장은 양영오 제주대교수에서 공영민 기획관리실장,제주도 개발공사사장 오재윤,제주국제컨벤션센터 대표 강기권,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 양영흠,제주관광공사 사장 양영근,제주에너지공사 사장 차우진 전 기획관리실장,제주 4·3평화재단이사장 김영훈 등등 선거공신·측근들로 싹쓸이 교체가 이뤄진 것이다.

여기에 제주도 환경영향평가위원회와 건축위원회 등 각종 위원회에도 선거캠프 인사들이 줄지어 입성했다.

우 지사가 ‘멘토’라 칭하는 이문교 제주관광대교수를 제주도 감사위원장에 임용하려다 도민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철회했던 ‘사건’은 우 도정의 인식과 수준을 단적으로 드러낸 해프닝에 가깝다.

 

▲ 우근민 도정 주요 기관.단체장.

맹목적 충성 경쟁…양산되는 특혜·의혹

새 도정이 ‘코드’에 맞는 인사들을 도정 요직이나 산하기관·단체장에 기용하는 것은 나쁘게만 볼것은 아니다.

문제는 자질이나 역량,전문성과는 상관없이 논공행상(論功行賞) 하듯 자리를 나눠주는 보은인사로 인한 맹목적인 충성경쟁속에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고 특혜·비리 의혹을 양산하면서 도민사회 갈등을 확대·재생산하는 구조가 고착화·강화된다는데 있다.

‘주인’인 도민이 아니라 ‘주군’인 지사에게만 충성하면 능력에 상관없이 승진하고 좋은 자리가 보장되는 구조속에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발상과 개혁은 기대하기 어렵고 지시에 맹종하는 공무원들만 득실거린다.

세계7대자연경관 선정 공식 후원기관으로 300억원에 이르는 혈세와 투표기탁금이라는 명목으로 코흘리개 어린아이에서부터 도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탕진하는데 혁혁한 공로를 세운 제주관광공사의 행태도 이와 다르지 않다.

중국인을 중심으로 외국인관광객이 늘어난 것을 오로지 7대경관 선정 때문인양 꿰어맞추기에 급급하며,이미 정체모를 뉴세븐원더스 재단 이사장이 설립한 사기업 NOWC의 돈벌이 캠페인에 놀아난 것으로 ‘답’이 나왔음에도 ‘불멸의 기록’이라 홍보하는 무개념도 그러하다.

제주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도내 판매용 삼다수 도외 무단반출 파문도 도지사 최측근 사장과 선거공신·친인척과 관련된 도내 대리점 선정에서 빚어진 ‘사태’였다는 것이 경찰 수사결과를 통해 드러난바 있다.

도지사 선거에 따른 지역사회 전반에 걸친 줄서기·줄세우기와 패거리 풍토 고착 등 갈등의 ‘원죄’을 안고 있는 우 지사는 철저히 일과 능력으로 평가하는 투명하고 공정한 인사를 통해 도민사회 갈등 요인을 제거하고 상생과 화합의 공동체를 만들어가야할 책무가 있었지만,지난 3년간 달라진 것은 거의 없다.

이달말 예정된 하반기 정기인사와 함께 8월에는 제주문화예술재단 이사장과 서귀포의료원장,10월에는 제주테크노파크 원장,내년 1월에는 제주도개발공사 사장의 임기 만료에 따른 후속 임용작업이 예정돼 있다.

하반기 인사에서 일단 유임으로 결론이 난 김상오 제주시장과 김재봉 서귀포시장을 비롯한 주요 기관·단체장들이 내년 지방선거 ‘표 관리’ 차원에서 현직 연임이나 ‘무늬만’ 공모를 통해 또다른 공신·측근으로 교체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역량과 전문성 등이 기준이 돼야할 도정 주요 보직과 각종 기관·단체장 자리가 선거용 ‘포석’으로 활용되고 있는 현실이 우 도정이 지금까지 보여준 수준이자 한계다.

이에대한 긍국적인 평가는 결국 도민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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