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피해자 특수성 고려하지 않은 몰지각한 판결”비판
항소심 첫 재판 20일 오전 10시, 시민단체 공동대응 귀추주목

예비신부 여동생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이 무죄를 선고받자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 판결에 강하게 항의하며 도내 시민단체들이 대책위를 꾸려 피해자를 보호하고 사회공론화 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울러 시민단체들은 법원 판결을 비판하며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피해여성은 항소한 상태여서 20일 열릴 예정인 항소심 판결이 주목된다.

최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강간등 치상 혐의로 기소된 전모(38)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전씨는 지난 2016년 11월 30일쯤 필리핀 국적의 A씨(20,여)의 언니 이모씨와 혼인신고를 마친 뒤, 한국에서 2017년 2월 18일에 열릴 예정 이었던 결혼식을 위해 동생 A씨와 가족과 함께 전씨의 집에서 지냈다. 피해자 A씨는 아버지, 오빠와 함께 12월 30일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제주도에 들어왔다.

전씨는 아내 이씨와 직장 동료와 함께 식사를 한 뒤 시내 한 호텔을 예약해 투숙하도록 권유하고 2월 15일 새벽 혼자 자신의 집으로 돌아왔다.

혼자 집으로 돌아온 전씨는 피해자 A씨를 보고 다가가 옆에 누워 온 몸을 더듬었다. 잠에서 깨 당황해 하는 피해자 손을 잡고 전씨는 자신의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A씨를 힘으로 제압해 간음했다.

그러나 전씨는 재판과정에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은 있지만 피해자 A씨가 거부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뤄진 것으로 강간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에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증거들로만으로는 피해자를 강간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며 “피해자의 팔을 잡고 위에서 몸으로 누르는 방법만으로 피해자의 항거를 억압하고 피해자를 강간한다는 것이 가능한지 의심된다”고 무죄선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피해자 A씨는 강간을 당했다는 올해 2월 15일 피고인과 단둘이 차를 타고 전씨와 언니 이씨의 결혼식에 사용할 답례품을 찾으러 갔다가 함께 삼양해수욕장 인근 카페로 가서 차를 마시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는 점을 보면 강간 피해를 당했다는 사람이 보일 수 있는 행동이라고 보기에는 납득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재판부 판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피해자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몰지각한 판결이라는 것이다.

고명희 제주여성인권연대 대표는 “너무나 의아한 판결”이라고 전제하며 “성폭력 사건은 피해자들의 진술이 매우 중요한데, 이번 사건은 가해자의 특수한 관계, 피해자 관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피해자 A씨 언니인 이씨는 전씨와 지난 4월 3일 이혼한 상태로, 현재 제주도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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