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법원, 1심서 외국인 여성 성폭행 사건 가해자 ‘무죄’
제주시민단체, 항소심 ‘재판투쟁’ 선언’·피해자 적극변호

[제주도민일보]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사건에 따른 공동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제주에서 외국 여성이 피해자인 친족 성폭력 사건 특수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 나왔다며 전국 및 도내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항소심 재판과정에 적극 개입해 이른바 ‘재판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최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제갈창 부장판사)는 강간등 치상 혐의로 기소된 전모(38)씨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전씨는 지난 2016년 12월 30일 언니 결혼식 참석을 위해 입국한 피해자 A씨(20)를 거실에서 1차 강제추행, 2차로 방에서 강간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여러상황을 종합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도내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성단체들은 친족성폭력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가운데 친족성폭력은 피해자에게 가장 심각한 고통을 주는 범죄라는 것이다.

친족간에 성폭력을 당하면 기본적 신뢰관계가 무너지고 가족구성원에게 큰 충격을 주는가 하면 피해자는 가족을 파탄나게 만들었다는 자괴감과 절망감에 빠지게 된다는 것이 여성단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렇기 때문에 친족관계에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은폐하는 경향이 높다고 여성단체 측은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여성단체들은 이 사건을 두고 피해 여성이 형부 초청으로 입국한 외국인으로 적극 대응할 수 없었다는 위치에 있었는데 재판부는 이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 이주여성 친족성폭력 사건에 따른 공동대책위원회가 18일 오전 제주도의회 도민의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한 여성단체 관계자는 “많은 외국인 관계자들은 비자 때문에 초청한 한국인 가족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지낸다”며 “또한 입국 후에도 거주할 곳이나 생활에서도 한국인 가족들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초청받고 온 외국인 가족들도 이런 부분을 알기 때문에 한국인 가족과 더 친절하려고 애쓰고 불쾌한 스킨십이 있더라도 정색하고 대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에 따르면 이 사건 피고인 형부 전씨는 평소에도 피해자에게 가슴이 커서 좋다든지, 머리를 감겨주거나 어깨를 주무르고 포옹하는 등 불쾌한 언행과 과도한 스킨십을 해왔다. 그런데 피해여성은 이 같은 형부의 지나친 행동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강혜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공동대표는 “중요한 것은 한국에서 체류권을 쥐고 있고, 피해여성은 한국에서 유일하게 믿을 존재인 형부가 처제를 강간한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어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몸이 굳어져 버렸다. 그래서 저항하지 못했다”며 “재판부는 피해자에게 저항하지 않은 이유를 물을 것이 아니라 가해자에게왜 처제를 성추행, 강간 했는지 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공동대표는 이어 “저항하지 못한 것이 동의한 것은 아니다. 적극적으로 합의 했는지 물어야 한다”며 “재판부는 가해자에게 물어야 할 질문을 피해자에게 함으로 인해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으로 이주해온 한 베트남 여성은 “피해를 당한 이주여성의 고통을 깊이 느끼고 있다. 이주 여성으로 산다는 것은 커다란 산과 마주하는 것과 같다. 큰산이 고통과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며 “오늘을 산다는 것은 우리에게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법은 피해자를 보호해 주지 못해 슬프다. 우리는 더 이상 마음대로 해도 되고, 맘에 안들면 버려져야 하는 물건이 아니”라며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성폭력으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려달라. 성폭력으로 인해 이주여성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눈물로 호소한다”고 말했다.

제주지방검찰청 관계자는 “1심 공판검사와 성폭력전담 검사를 투입해 유죄선고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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