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변장.변복 등 치밀함…붙잡힌 중국인 ‘운반책’
운반책들, “제주를 급히 떠라 연락 받아” 공항서 덜미

제주지방경찰청이 21일 제주공항에서 붙잡은 중국인 용의자들. / 사진=제주지방경찰청

제주를 휩쓸다 잡힌 중국인 보이스피싱범들이 남긴 흔적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들은 조직적인 모습 뿐만 아니라 변장과 변복을 위해 가발과 모자 등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20일 3건이던 보이스피싱 사건은 21일에도 2건이 발생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22일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1일 오전 11시쯤 A씨(78.여)가 제주시농협 동문지점을 찾아 3800만원을 인출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농협직원은 A씨를 설득, 경찰에 신고해 실제 피해는 일어나지 않았다.

또한 오후 1시쯤 총경을 사칭한 한 남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70대 부부가 돈을 찾기 위해 은행을 방문하다, 의심을 품고 경찰을 먼저 찾아가 문의한 결과, 보이스피싱이라고 판단해 돈을 인출하지 않았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제주지역을 강타하고 있다. 특히 보이스피싱범들은 본인들이 주로 사용하는 ’치고 빠지는 전략’을 그대로 구사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총책은 얼굴을 내세우지 않고 아르바이트생을 모집, 돈을 운반하는데 악용하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 조사결과 21일 오후 제주국제공항에서 잡힌 중국인들은 운반책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중국 한 구직사이트에서 아르바이트 모집 광고를 보고 범행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짜오(21)씨 등 중국인 보이스피싱 운반책 2명은 해당금액의 10% 수수료(인센티브)를 받기로 총책과 약속하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앞서 경찰은 21일 CCTV를 분석해 모자, 가방, 신발, 빨간색 가방 등을 바탕으로 용의자를 특정하고 제주공항에서 붙잡았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가방에서는 가발도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이들은 총책으로부터 급작스럽게 “제주를 떠라”는 연락을 받고 긴급하게 제주공항에서 표를 구입하다 붙잡혔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들은 지난 1월과 2월 단기 및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2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에서 2차례에 걸쳐 2000만원을 인출하는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제주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있다. 다만 본인들은 심부름을 한 죄밖에 없다고고 주장한다. 보이스피싱 행동책 2명에 대해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겠다”며 “현재 잡힌 용의자 외에 3명 이상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를 벗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범인들이 가로챈 5만원권 36매 / 사진=제주지방경찰청
범인들이 사용한 가발. / 사진=제주지방경찰청
범인들이 사용한 모자. / 사진=제주지방경찰청
범인들이 가로챈 5만원권 90매 / 사진=제주지방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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