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協 출범, 과다 송객수수료 넘겨주다 제주관광 폭망
전문가들, “저가 관광의 주범 대대적인 수술 절실” 지적

[제주도민일보 DB]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에 입점한 제주관광공사 시내면세점.

제주도내 주요 시내면세점(외국인) 2곳에서 지불하고 있는 송객수수료가 무려 40% 가까이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 문제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를 매출액에 대비하면 제주에서만 한해 무려 2000억원을 웃돌고 있어 더욱 그렇다.

송객수수료. 국내 면세점들이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여행사와 관광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수수료를 말한다.

하지만 송객수수료가 오히려 제주도의 저가 관광을 견인하고, 관광업체들의 과도한 송객수수료 요구로 관광수익이 도내에 머물지 않고 거꾸로 해외로 유출되고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면세업이 제주 관광산업을 이끌어 왔지만 역설적으로 ‘저가관광’이라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허향진 제주대학교 총장은 이 문제에 대해 “저가관광은 관광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며 제주관광의 구조적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며 “면세업은 제주관광을 이끌어온 핵심 동력이다. 2014년에 이미 제주 면세업 총 매출액이 1조원을 넘어섰다”고 말할 만큼 관광과 면세업은 불가분의 관계처럼 자리매김 하고 있다.

실제 국내 면세산업은 매년 기록을 깨면서 성장하고 있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확대되고 면세점 소비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올해는 약 12조원 규모의 사상 최대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제주지역의 경우에는 매년 17% 수준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며 국내 면세산업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송객수수료’ 때문에 관광 산업의 질적 도약은 아직 멀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도열 한국면세점협회 이사장은 “면세산업의 양적 팽창에도 불구하고 질적 도약은 아직 멀었다”고 전제 “이 기저에는 관광시장의 저질 덤핑관광을 심화시키는 한 요인으로 면세점 업계의 과도한 여행사 송객 수수료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약 5279억원 수준이었던 여행사 송객 수수료는 최근 면세점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올해는 작년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으로 급증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최근 중국 아웃바운드 여행사에도 엄청난 수준의 송객수수료가 지급되면서 외화유출 논란까지 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홍성화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의 ‘거버넌스체제 구축을 통한 지역사회와 면세점의 상생전략’이란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으로 오는 중국인 관광객의 95%를 조선족 여행사가 가져가고 이 가운데 특정여행사가 80% 이상을 독점하고 있다.

홍성화 교수는 “이들 여행사는 마케팅 명목으로 중국관광객 유치를 위해 ‘인두세’를 건네고 이를 회수하기 위해 송객수수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며 “심지어 중국여행사가 1인당 10만원이 넘는 인두세를 만회하기 위해 시내면세점 등에 송객수수료를 최대 40%까지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인 관광객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제주 관광산업의 한계상 이 문제는 자칫 지역경제 붕괴로 이어질 만큼 중요한 문제인 셈이다.

제주지역면세점협의회가 5일 오후 제주웰컴센터에서 발족됐다. 면세점협의회는 신라면세점, 롯데면세점, 한화갤러리아면세점, 제주관광공사로 구성됐다.

실제 2015년 말 기준 제주지역 면세점 이용 현황을 보면 외국인 구매 비율이 99%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면세점 이용자 수에 있어서도 97.74%로 압도적인 수치를 보이고 있다. 금액적인 측면에서도 내국인은 538만 달러에 그치지만, 외국인은 6억504만 달러 어치를 구매하고 있다.

제주도내 면세점 총매출액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송객수수료’ 문제는 더욱 심각하게 다가오고 있다.

관세청 자료에 의하면 제주지역 면세점 총매출은 2013년 8966억원, 2014년 1조207억원, 2015년 1조1726억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이 가운데 롯데와 신라면세점 매출액은 2014년 5106억원, 2014년 6131억원, 2015년 6294억원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면서 수혜가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여행사의 요구대로 40%의 송객수수료를 넘겨주면 절반에 가까운 외화가 중국으로 빠져나간다는 소리다. 옛 속담처럼 재주 부리는 사람과 이득 챙기는 사람이 다르다는 말이다.

한편 제주지역 면세점 시장 점유율은 2015년 기준 롯데 2292억원, 신라 4002억원, JDC 4882억원, 제주관광공사 550억원 수준이다.

특히 제주도내 신라와 롯데면세점 2곳의 올해 총 매출액만 해도 1조원에 육발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송객수수료’ 문제와 저가 관광상품 근절을 위해선 면세점 관련 거버넌스 체제 구축을 통해 상생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홍성화 제주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중국관광객 유치와 국산제품의 면세점 판매라는 순기능을 살리면서 저가패키지 관광객의 근원인 과다한 송객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방안이 필요하다”며 “고객유치 전략을 개별관광객 중심으로 이동할 필요가 있다. 또한 송객수수료가 불가피 하다면 중국 특정여행사 대신 중국개별관광객 유치 제주여행사에 지불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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