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휘청대는 제주전세버스下]‘제 살 깎아먹기’ 출혈경쟁
과잉 공급에 가격 현실화 업체간 ‘눈치’…자정노력 절실

제주관광의 한 축이었던 전세버스가 최근 몇 년새 휘청이고 있다. 메르스와 세월호라는 연이은 악재를 만난데 이어 현실과 동떨어진 조례, 수학여행·현장학습 학교측의 ‘갑’질, 그리고 ‘제 살 깎아먹기 식’ 출혈 경쟁으로 인해 업체들의 ‘속 앓이’가 심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제주도민일보>는 3회에 걸쳐 ‘휘청대는 제주 전세버스’를 진단한다. - [편집자 주]

 

▲ 제주도내 관광지에 길게 늘어선 전세버스들.

[제주도민일보=허성찬 기자] 부가세를 포함해 1일 상한 40만원.

제주에서 전세버스를 임대하는데 드는 비용이다.

육지부 전세버스 업체들의 1일 임대료가 50~60만원임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 대한민국 관광 1번지라는 프리미엄을 무색케 하고 있다.

이처럼 낮은 임대료가 형성된 데는 과잉 공급에 원인이 있다.

지난해 기준 도에서 운행중인 전세버스는 모두 2162대. 10년 전인 2005년 당시 1324대였음을 감안하면 1.5배 급증했다.

이는 제주를 찾는 단체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단체관광 위주였던 여행성향이 최근 개별 관광으로 변하고 있는 상황.

여기에 세월호 사고와 메르스 여파 등 연이은 악재로 수학여행단을 포함한 내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감했다.

그나마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며 부족한 내국인 수요를 채웠지만, 중국인 관광객도 단체관광에서 개별관광으로 점차 성향이 바뀌고 있다.

또한 수학여행단의 경우 차령 제한을 5년 이하나 3년 이하로 요구, 노후화된 전세버스를 보유한 업체들은 중국인 관광객 수송 밖에 나설 수 없는 실정이다.

이처럼 단체관광 수요가 줄어들면서 업체간 ‘제 살 깎아먹기 식’ 요금덤핑이 빈번히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버스 업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도내에서 40만원은 최대 상한선이며, 30만원 선에 거래를 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수학여행단을 수송하기 위한 신차 구입도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버스 1대당 가격이 1억 7000만원~2억원 사이로 고가인 것을 차치하더라도, 총량제로 인해 신규 증차가 안되기 때문이다.

경영난으로 업체 경영을 포기하거나, 매물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는 게 업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세월호와 메르스 등으로 단체 관광객이 급감, 업체간 과당경쟁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요금 현실화가 되겠느냐”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 관계자는 또 “세금 혜택이나 주유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메르스 때에도 할부 유예가 전부였다”며 “자정노력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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