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대는 제주전세버스上] 학교 ‘갑’-업체 ‘을’ 관계
제출서류만 11개 이상…과도한 연령제한 요구 ‘한숨’

제주관광의 한 축이었던 전세버스가 최근 몇 년새 휘청이고 있다. 메르스와 세월호라는 연이은 악재를 만난데 이어 현실과 동떨어진 조례, 수학여행·현장학습 학교측의 ‘갑’질, 그리고 ‘제 살 깍아먹기 식’ 출혈 경쟁으로 인해 업체들의 ‘속 앓이’가 심해지고 있는 현실이다. 이에 <제주도민일보>는 3회에 걸쳐 ‘휘청대는 제주 전세버스’를 진단한다. - [편집자 주]

 

▲ [뉴시스]수학여행단(본 기사 내용과는 상관없음)

[제주도민일보=허성찬 기자] 제주에서 전세버스업을 하고 있는 A업체는 최근 황당한 일을 당했다.

도내 B학교와 현장학습 차량 대여 계약에 따라 아침부터 전세버스를 현장에 대기시키고 있었는데 학교측에서 일방적으로 취소를 통보한 것이다.

전날 저녁부터 이어진 비바람 날씨가 원인이었다.

이미 배차까지 다 이뤄진 상황이지만 학교측은 “학생들이 모은 비용이므로, 학생들에게 돌려줘야 한다”며 ‘나 몰라라’ 하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업체 사장이 전날 해당 학교에 “내일 비날씨가 예정돼 있으니 수학여행 일정을 연기하는게 어떻겠냐”고 말했지만, 학교측은 “괜찮다”고 한 뒤 아침에 돌연 당일 취소를 통보했다는게 해당업체의 설명이다.

문제는 이처럼 당일 취소가 도내에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수학여행단의 횡포(?) 역시 업체들의 속앓이의 주된 원인이다.

전세버스 기사들 사이에는 수학여행단을 맡고 나면 일명 ‘폭풍이 지나갔다’고 표현한다고 한다.

버스 내부를 점령한 쓰레기는 말할 것도 없고, 박살난 키홀더, 뜯겨나간 안전벨트, 찢어진 창문시트지 등 차량이 엉망이 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해당 수학여행단에 관련 비용을 청구하려면, “애들끼리 놀면서 그럴수도 있지 않느냐”며 적반하장으로 나온다는 게 업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와 함께 학교 측의 차령 제한 및 과도한 서류 요구 역시 문제다.

현재 전세버스의 경우 도 조례로는 12년까지 운행이 가능하다. 그러나 수학여행이나 현장학습에 투입되는 차들은 대부분 5년 이하의 차들로 한정된다.

2년전 세월호 사태 이후 안전에 대한 인식 때문이다.

확인 결과 제주도교육청 차원에서 일선 학교에 현장학습시 9년(2년 연장 가능) 이하의 차량을 계약할 것을 지침으로 내린 것으로 확인됐으며, 대부분의 학교는 학부모들의 요구사항이라며 5년 이하(3년 이하를 요구하는 학교도 있는 것으로 파악)를 요구하고 있다.

▲ 수학여행단에 의해 부서진 키홀더(좌), 찢어진 창문 시트지(중간), 뜯겨진 안전벨트(우)

하지만 제주 전세버스 가운데 5년 이하의 차령은 전체 차량(2162대)의 35%(757대)에 불과한 실정.

제출 요구 서류도 학교마다 차이는 있으나 계약서, 견적서, 사업자등록증 사본, 여객자동차운송사업등록증 사본, 자동차등록증 사본, 공제(보험)가입 확인서 사본, 자동차 교통안전정보 조회결과 통보서, 운전자 적격여부 조회결과 통보서, 배차 확인서(차량안전점검표), 청렴서약서, 계약보증금 지급각서 등 11부를 거의 기본적으로 요구한다.

도내 전세버스 업체가 대부분 영세해 사무실 직원이 1명임을 감안할 때, 각기 다른 곳에서 서류를 증명·배부 받아야 해 업무과중에 시달리는 셈이다.

여기서 몇몇 학교는 버스운전기사 면허증 및 업체 근저당설정 관계 사본 등을 과도하게 요구하거나 버스기사 범죄경력 조회를 직접 실시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교 측에서는 혹시 모를 성범죄자나 범죄자를 사전에 확인하기 위한 절차라고 하고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제출하는 운전자적격여부 조회결과 통보서, 운송사업등록증 사본 등에도 해당 내용은 전부 들어있는 실정이다.

계약에 앞서 ‘갑-을’ 관계를 명확히 하기 위한 학교측의 관행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업체 관계자들은 “학교측의 과도한 차령제한과 과도한 서류요구, 그리고 당일 취소 등은 사실상 갑질이나 마찬가지”라며 “추후 계약을 걸고 넘어지면 대응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사실상 도 조례와 학교 지침, 그리고 학교의 요구는 따로 놀고 있다”며 “최소한 행정과 교육기관간 방침이라도 통일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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