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옛 지식산업진흥원 건물에 제주이전기업 입주위해 리모델링
반납위기서 도에 제안…임대 기간 등 없어 ‘예산 낭비·불용’우려

▲ 옛 지식산업진흥원 건물
제주도가 수년간 활용도 안 되고 있는 국가 건물에 대해 10억 원이나 되는 지방비를 투입하려 하고 있다. 정작 관리주체는 예산 타령만 하면서 허송세월 방치만 하고 있다가 제주도에 미끼를 던지자 도가 덥석 물어버린 것이다.

문제는 제주도가 확실한 계획도 없이 또 다시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산 낭비 또는 예산 불용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상 6층·지하 3층 규모의 옛 제주지식산업진흥원 건물은 지난 2009년 12월5일 입주벤처기업들이 제주테크노파크로 이전한 이후로 5년째 텅 비어있는 상태다.

이 건물은 매입 당시 20억 원이었는데 다시 그 가격에 매각을 하려했지만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제주도는 이후 2010년 해당 건물을 기부체납 형식으로 인수받았다. 1년 뒤인 2011년에 제주도와 제주대는 건물과 서귀포의료원 일대 1만1332㎡ 부지를 ‘맞교환’했다. 사실상 제주대가 2011년부터 건물을 관리하게 된 것이다.

열쇠를 넘겨받은 제주대 역시 청소년 시설로 활용하려 했지만 예산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어 무산됐다. 제주대는 이후 3년 동안 뚜렷한 활용계획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건물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제주대 관계자는 지난 4월 <제주도민일보>의 취재에서 “사용 계획 역시 정확히 나온 것은 없다”며 “(향후 사용 계획이) 언제쯤 잡힌다고 말하기 어렵다. 구두 상으로만 하고 있고 저희도 시설비예산 사업비를 반영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지식산업진흥원 간판이 걸려 있던 자리
그러나 취재가 진행되는 동안 1장짜리 ‘구)지식산업진흥원 공간 활용 계획(안)’을 통해 단기적 활용계획으로 1층에 한해 도서관 출판도서 2만권 보관 장소로 임시 활용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장기적으로는 ▲교육 및 연구 활동 공간 전환 ▲국고 예산 확보로 리모델링 추진 이후 아동청소년 교육 및 재능기부센터, 국책사업단 등 공간으로 활용 ▲공간 임대를 원하는 민간기업이나 단체가 있는 경우 유상 임대 고려(단, 시설사용에 따른 수선비는 사용자 부담 원칙) 등이 제시됐다.

향후 추진계획으로 리모델링비 20억 원 확보 노력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이런 계획은 <제주도민일보> 취재에 따른 급조한 계획임이 드러났다. 제주도에 건물 활용에 대한 제안은 이와 영 딴 판이었기 때문이다.

▲ 김동욱 의원
이러한 내용은 제주도 국제통상국에 대한 예산심의에서 밝혀졌다.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위원장 안창남)는 26일 제주도 국제통상국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해 심의를 진행했다.

도는 ‘투자유력(잠재)기업 입주 지원사업’으로 내년 3월부터 6월까지 총 예산 15억 원(제주도 10억 원, 제주대 5억 원)을 투입해 제주대 소유의 제주시 이도2동 구 제주지식산업진흥원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도가 리모델링 공사를 하는 이유는 제주이전 기업들에 대한 입주공간을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시행근거는 ‘제주특별자치도 투자유치촉진조례’에 의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까지 입주될 기업도 없고 임대 기간도 정해진 것이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구체적인 협약도 없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동욱(외도·이호·도두동) 의원은 “임대료와 사용기간이 어떻게 되느냐”고 묻자 김진석 국제통상국장은 “법적으로는 5년”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김 의원은 “임대료보다 몇 년을 사용할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 5년으로 끝날 수 있는데 이정도 투자해선 안 된다”며 “제주대가 5년 뒤 나가라고 하면서 나중에 제주대가 활용하겠다면 어떻게 할 것이냐. 잘못되면 제주대가 머리가 좋은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는 더욱이 “입주하려고 예정된 업체도 없이 하고 있다. 리모델링이 끝난 뒤 입주하지 않으면 관리비만 들어간다”며 “그렇게 되면 예산낭비다. 제주대에 기부하는 꼴 밖에 안 된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입주한 기업이 몇 년 사용하다 가면 또 비게 된다. 그러면 또 다시 유치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쏘아붙였다.

이에 김진석 국장은 “예산이 확정되면 MOU를 체결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 국장은 또 “임차권은 제주대가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제주대에서 건물 사용 협조요청을 해와 검토했던 것”이라며 제주대의 요청에 의한 것임을 실토했다.

그는 특히 ‘제주대가 머리가 좋은 것’이라는 김 의원의 우려에 “도청 공무원들이 더 똑똑하다”며 “충분한 계약기간 갖고 투자할 것이다. 예산 확정되고 입주가 확실히 되는 상황에 한해 예산 집행 할 것이다. 예산 낭비 안 되도록 노력 기울이겠다. 책임지겠다”고 장담했다.

▲ 안창남 문화관광스포츠위원장
그는 아울러 “수도권 기업은 5개 기업이 입지를 찾지 못해 하고 있다”며 “들어오려는 기업은 협의를 통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창남(삼양·봉개·아라동) 위원장은 “제주시에서 매입할 때 목욕탕 건물이었는데 사야 된다고 해서 반대를 무릅쓰고 시가 구입했더니 몇 년 못 썼다”며 “제주대에서 있는 재산도 활용 안하고 방치하는 꼴인데 도가 떠 안는 것밖에 안 된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장은 “거기든 제주대 병원이든 모두 국가 재산으로 국가가 팔라고 하면 팔아야 한다”며 “처음부터 섣부르게 리모델링한다”고 성토했다.

이에 김 국장은 “유념하겠다”고 답변했다.

제주대는 이 건물을 활용하지 못하면 기획재정부에 반납해야 한다. 결국 제주대가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다가 도에 사용방안을 제안하자 제주도는 덥석 물어버린 꼴이 된 것이다.

더욱이 구체적인 방안이나 계획도 없이 예산부터 편성하면서 자칫 예산 낭비 또는 예산 불용의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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