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옛 제주지식산업진흥원 건물의 위기…①

제주도 2년-제주대 3년…제주대 “뚜렷한 활용계획 없어”

 

  ▲ 지난 21일 제주 지식산업진흥원 건물.

21일 오후 1시 이도2동 제주문예회관 인근 동광로 길가. 쉴 새 없이 사람이 오가는 양옆 건물과는 달리 홀로 인적 전혀 없는 한 건물이 있다. 누가 봐도 사람 손이 닿은 지 오래돼 보이는 건물의 출입구는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다. 건물 출입구는 켜켜이 먼지가 쌓여있었다.

바로 지난 2009년 이후 방치된 옛 제주지식산업진흥원 건물이다.

건물 출입구에는 셔터가 내려가 있어 건물 내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건물 주변을 살피는 것만으로도 관리 여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건물 입구에는 ‘제주지식산업진흥원’이라는 간판 흔적이 희미하게 남아있어 여기가 제주지식산업진흥원으로 사용된 적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간판을 떼어낸 자리에는 담쟁이덩굴로 반쯤 뒤덮였다. 녹슨 셔터 하단에는 마른 나뭇잎과 종이박스가 엉켜있었다.

  ▲ 묵은 먼지와 '사용'이라는 글자가 대조를 이룬다.

  ▲ 굳게 내려진 건물 셔터 앞 공간은 아예 누군가의 주차공간으로 쓰이고 있었다.

건물 왼쪽 앞에는 유리문이 나 있었지만 그곳 역시 잠겨있었다. ‘사용’이라고 붙어있는 종이와 대조적으로 실제 이 건물은 폐건물을 방불케 했다. 건물 앞 공간은 아예 누군가의 ‘주차공간’이 돼 있었다. 건물 오른쪽 부분에 지하를 볼 수 있는 창문이 열려있었다. 쇠창살 사이로 고개를 내밀자 지하에 잘린 나무가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관리가 이뤄지는 건물이라고 전혀 볼 수 없는 상태다.

지상 6층·지하 3층 규모의 옛 제주지식산업진흥원 건물은 지난 2009년 12월5일 입주벤처기업들이 제주테크노파크로 이전한 이후로 5년째 텅 비어있는 상태다.

옛 지식산업진흥원측은 해당 건물을 매각하려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옛 지식산업진흥원 관계자는 “당시 매각을 생각했지만 그쪽 지역이 거래나 매매가 원활치 않았다. 매입 당시 20억 원 수준이던 가격으로 매각을 생각했지만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다보니 매각 자체가 어려웠다”고 밝혔다.

제주도는 이후 2010년 해당 건물을 기부체납 형식으로 인수받았다. 1년 뒤인 2011년에 제주도와 제주대는 해당 건물과 서귀포의료원 일대 1만1332㎡ 부지를 ‘맞교환’했다. 사실상 제주대가 2011년부터 건물을 관리하게 된 것이다.

열쇠를 넘겨받은 제주대 역시 청소년 시설로 활용하려 했지만 예산확보 등에 어려움을 겪어 무산됐다. 제주대는 이후 3년 동안 뚜렷한 활용계획을 내놓지 못했고, 결국 ‘멀쩡’하던 지식산업진흥원 건물은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했다.

  ▲ 구멍난 방충망 사이로 보이는 건물 지하.

  ▲ 제주 지식산업진흥원 건물 뒷편. 유리가 아예 떨어져나간 모습도 눈에 띈다.

제주대 관계자는 <제주도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진흥원 건물을 현재 사용을 하지 않고 있다. 사용 계획 역시 정확히 나온 것은 없다”며 “구두로 개인사업자 등 여러 곳에서 사용 가능 여부에 대해 요청이 오고 있지만 사용계획이 수립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언제쯤 사용계획이 수립 되냐는 질문에는 “언제라고 확정하기 어렵다. 현재는 구두 상으로만 하고 있다. 저희도 교육부에 시설비 예산 등 사업비 반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결국 2011년 이후로 뚜렷한 사용계획이 3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는 소리다.

  ▲ 제주 지식산업진흥원 전경.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우리 같은 작은 기업들은 사무실을 구하려 해도 마땅히 구할 데가 없다”며 “시내에 위치한 이런 건물을 활용하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그런데 막상 이런 공공건물을 놀리고 있는 것은 관리자의 직무유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제주지식산업진흥원은 이 건물에 지난 2009년까지만 해도 총 22개의 입주실과 CG실, 프리젠테이션실, 출력센터와 영상·음향편집실, 더빙부스, 캐릭터제작실, 촬영스튜디오 등을 보유한 바 있다. / 제주도민일보 이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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