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자위서 원 도정-도의회 갈등이 된 기자회견에 집행부 ‘사과’
“진실을 밝혀라” 요구에 박 실장 “…”…고 위원장 “뭔가 있는데”

제주도정이 제주도의회와의 예산문제로 갈등을 빚은 모습에 대해 도의회와 도민들에게 사과했다. 그러나 논란이 일게 된 배경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함구하면서 의문표를 남겼다.

제주도의회 행정자치위원회(위원장 고정식)는 22일 오전 제322회 임시회 제2차 회의를 열고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제출한 ‘제주특별자치도 협치정책위원회 조례안’에 대해 심의를 벌였다.

이날 심의를 벌이는 과정에서 최근 불거진 예산 관련 집행부와 도의회 간의 직접적인 갈등이 계기가 된 제주도정의 대응 기자회견에 대해 지적됐다.

▲ 제주도의회 고정식 행정자치위원장(왼쪽)과 이상봉 도의원이 집행부를 향해 질문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봉(노형 을) 의원은 “왜 기획조정실장의 기자회견 내용이 구성지 도의장의 기자회견 내용과 차이가 있느냐”면서 “내용들이 차이가 있기 때문에 도의원들이 재량사업비를 요구하고 예산편성권을 침해하는 것처럼 비춰지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박 실장은 “뉘앙스가 달랐다”고 말한 뒤 “내년 예산편성과 관련해서 집행부와 의회 간에 소통이 안 되고 문제가 있는 것에 대해 의회와 도민께 죄송하다”며 “도민의 대의기관에 대해 반박하거나 경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원칙을 말하고 설명하다 보니 오해가 있고 반박한 것처럼 비춰졌다”며 사과했다.

이어 고정식(새누리당·일도1동 갑) 위원장은 재량사업비가 불거진 일련의 과정을 공개적으로 설명할 것을 요구했다.

고 위원장은 박영부 실장에게 발언대로 나오라고 지시한 뒤 “두 기자회견문의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며 “도민사회에서는 재량사업비 20억 원 관계에 의혹이 많다. 제가 직접 구성지 의장에게 물었을 때에는 20억 원 얘기가 나온 사실은 없다고 했다. 그러면 박 실장은 도의회가 20억 원을 요구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박 실장은 사실 관계에 대해 말하지 않고 “도의회와 집행부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고 혼란을 준 것에 대해 죄송하다”며 이상봉 의원의 질문 때와 같이 답변했다.

그러자 고 위원장은 구성지 의장의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한 뒤 “정무부지사나 박 실장이 사전에 ‘의회의 요구가 문제가 된다’고 했다면 될 사항이었다”며 “도정이 대립각을 세우는 기자회견을 한 것이기에 도민사회에서는 의원들에게 불신을 갖는다. 이것은 경솔하게 한 것”이라며 재차 20억 원 요구 사실에 대해 재차 추궁했다.

▲ 제주도 박영부 기획조정실장이 도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실장은 “대립각을 세울 생각 없었다”며 “말씀을 못 드린다고 해도 양해해 달라”며 즉답을 회피했다.

고 위원장은 “뭔가 있다는 말인 것 같다”며 구 의장의 기자회견 취지를 강조했다.

박 실장은 “예산부서나 집행부서나 다 같은 생각이다. 의원님들이 제시하는 지역 사업은 충분히 받아들여져야 한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의원님들의 예산 요구는 당연하다”며 “의회와의 관계에서 오해되는 부분에 대해 경솔한 것도 있지만 죄송한 것도 있다”며 재차 고개를 숙였다.

고 위원장은 재차 “(박 실장이) 얘기 못할 사항이 있는 것 같다”면서도 “이런 일이 안 벌어지도록 소통도 하고 엉뚱한 요구를 하더라도 이해를 시키면 어느 의원을 막론하고 다 풀어가는 능력이 있다. 밖에서 잘못 비춰지는 내용이 나왔을 때 의회는 일하는데 힘이 들다”며 박 실장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제주도민일보 김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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