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들, “일할 의욕조차 안 생겨…희망 만들고 꿈꾸는 게 불가능”
“사는 것이 아닌 버티는 꼴”, 생산성 저하와 인재 도외유출 가속화

제주지역이 전국 최하위 임금 수준을 기록했다.

역시 제주도였다. 제주지역 월 평균 임금이 가장 낮은 지역으로 치욕스럽게 ‘최하위’를 차지했다. 살기 좋은 제주도가 아닌, 가장 살기 나쁜 곳으로 꼽히고 있는 셈이다. 수려한 풍광 뒤에 숨겨진 노동자들의 설움이 지표로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여전히 저임금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사회경제적 문화와 풍토가, 노동자들을 더욱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

이렇다 보니 젊은이들은 더 높은 임금을 찾아 뭍으로 떠나고, 제주를 찾아 왔던 이주민들도 ‘버티지’ 못하고 다시 돌아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노동자들은 “이 월급으로 어찌 살아야 하나”라며 막막함을 토하는가 하면 “더 일을 해봐야 월급도 오르지 않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더 열심히 일하고자 하는 의욕도 생기지 않는다”고 체념하고 있다. 낮은 임금이 노동자들의 생산성을 크게 떨어 뜨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다 보니 생산성이 떨어지고 지역 내 인재 도외 유출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실정이다.

도내 기업 대표들이 큰 결단을 내리지 않는다면 이 같은 악순환은 제주경제를 악화시키는 큰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5일 고용노동부가 발간한 2018년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에 따르면 제주지역 월 평균 임금(상용근로자 5인 이상, 2017년 4월 기준)은 264만9000원으로 전국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꼴찌를 기록했다.

제주지역 평균 월급은 전국 평균(352만1000원) 75.2% 수준으로, 87만2000원이 적었다. 임금이 가장 많은 울산(424만1000원)과는 159만2000원이나 격차를 보였다.

전국적으로는 울산에 이어 서울 394만2000원, 충남 359만5000원, 전남 355만원, 경기 343만3000원, 대전·경북 340만7000원, 경남 332만1000원, 충북 330만4000원, 인천 323만2000원, 전북 319만5000원, 강원 310만6000원, 광주 310만2000원, 부산 306만5000원, 대구 284만6000원 순이었다.

제주지역이 전국 최하위 임금 수준을 기록했다.

이 같이 제주지역 노동자들 월급은 최악인 반면 도내 노동자들 월 평균 노동시간은 177.3시간으로, 전국 평균 173.2시간에 비해 4.1시간이나 더 많았다.

전국적으로는 경북(182.1시간), 충북(181.1시간), 경남(180.8시간), 충남(179.7시간), 대구(178.3시간), 전북(178시간), 전남·인천(177.9시간)에 이어 제주가 9번째로 길었다.

제주상공회의소가 발간한 2018 제주경제지표 ‘산업별 임금 및 근로시간’에 따르면 숙박·음식점업과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 도소매업 등이 상대적으로 노동시간은 많으면서도 임금은 적었다.

숙박·음식점업은 월 평균 근무시간 204.2시간, 평균 월급 242만5000원으로, 도내 평균 노동시간에 비해 26.9시간 더 일하지만 임금은 20만원 이상 적었다.

이와 함께 도소매업은 185시간·228만3000원, 부동산업 및 임대업은 194.8시간·206만6000원, 예술·스포츠·여가관련서비스업은 182.4시간·239만9000원 등으로 상대적으로 근무시간은 길고 임금은 적었다.

숙박·음식점(26.9%)과 도소매업(24.4%) 등 2개 업종이 차지하는 비중은 도내 전체 사업체의 절반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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