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퀴어축제 우여곡절속 28일 신산공원 일원에서 진행
극명한 찬반쪽 모두 거리행진…한때 '긴장된 분위기' 연출

제주시 호남석재 사거리 도로변에 내걸린 퀴어(동성애) 반대 현수막.

"제주도민들이 동성애를 인정하는 게 소수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인가”

찬반논란 끝에 제주 퀴어축제가 28일 제주시 신산공원에서 열린 가운데 동성애와 관련해 도민들의 의견차가 어느 정도 극명한 지를 보여준 하루였다.

제주시는 당초 제주시 신산공원에 신청된 퀴어축제를 승낙했다가 민원조정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여 이를 철회했었다.

당초 제주시 민원조정위원회는 도민사회 정서상 퀴어축제를 받아들이기 어렵고, 행사 참여자들의 돌발적인 행동 등을 우려해 신산공원내 부스 설치를 승낙한 것을 철회할 것을 제안했다.

시는 이를 받아들여 지난 18일 철회 결정을 내렸으나 우여곡절 끝에 결국 제주퀴어축제는 28일 열렸다.

축제는 신산공원에 여러 개의 천막(부스)이 설치돼 그 곳에선 스티커와 동성애와 관련한 책자 등을 제공하는 대신 후원금을 받는 형태로 운영되고, 주 무대격인 장소에선 노래와 춤 등 공연이 진행됐다.

퀴어를 반대하는 도민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는 도로 반대편 인도에서 역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퀴어(동성애)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문제는 행사가 끝나기 1시간전 진행되는 신산공원에서 제주 동부경찰서를 거쳐 광양사가로, 제주시청 대학로 등을 돌아 다시 신산공원으로 돌아오는 거리행진.

거리행진을 앞둔 시간이 다가오자 제주도 기독교 교단협의회 회원들과 한국부인회 제주시지회, 제주 동성애반대대책본부, 제주사랑 연합청년회 등의 동성애 반대를 외치는 움직임에 들어갔다.

제주시 신산공원 호남사가로 쪽에는 ‘퀴어축제와 동성애를 결사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리고, 신산공원 외곽을 두르고 있는 도로변에는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도민들이 하나둘씩 그 숫자가 점점 불어났다.

이어 오후 3시30분을 전후해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이 시작되면서 이를 반대하는 도민들도 인도변을 따라 행렬을 이어갔다. 서로 다른 입장을 보이는 관계자들이 도로와 인도를 행진하게 되면서 자칫 충돌할 우려도 없지않아 긴장된 분위기를 보였다.

퀴어를 반대하는 도민들이 현수막과 피켓을 들고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는 도로 반대편 인도에서 역시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제주시 호남석재 가사로 도로변에서 퀴어(동성애)를 반대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심지어 거리행진을 하는 동안 반대하는 쪽 일부에선 퀴어축제 거리행진을 막아서려는 움직임을 보여 경찰이 이를 제지하는 상황이 빚어지기도 했다.

퀴어축제 쪽에선 “소수의 기본권을 보장하라”, ‘제주에도 퀴어가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반면 반대쪽에선 “제주 민풍양속을 지키며 우리 아이들과 살고 싶다”, “남자 며느리도 싫고, 여자 사위도 싫다”, “동성애는 인권이 아니다” 등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퀴어축제 쪽에선 거리행진을 하는 동안 사진을 찍는 언론사 관계자들을 비롯한 도민들에게 ‘초상권을 보호하는’ 수준을 뛰어넘어 강압적으로 느낄 정도의 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했다.

이를 지켜본 도민 일각에선 “소수의 인권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축제를 통해 알리려는 것 아니냐”며 “초상권을 내세워 강압적 태도를 보이는 건 자신들이나, 자신들의 입장을 (무엇이 부끄러워서인지) 오히려 꽁꽁 숨기려는 행태에 다름없다”고 혀를 차기도 했다.

퀴어축제 참가자들이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퀴어축제 거리행진을 막아서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경찰이 막아서고 있다.
제주도 기독교 교단협의회가 신산공원에 퀴어축제를 결사 반대한다는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에 나서고 있다.
제주퀴어축제를 반대하는 도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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