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U-20월드컵 공무원 동원령을 바라보며
경기 관람 상시학습 인정… 티켓 비용에 야근은 덤
공직 내부에서도 의견차…이제는 지양해야 할 관행

지난달 21일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U-20월드컵 잠비아와 포르투칼의 조별예선 경기./사진제공=서귀포시

“월드컵 축구 경기 전부서 현원의 40% 참석하라는 지시입니다”

U-20 월드컵이 한창인 지난달 24일 서귀포시 공직 내부 내부통신망인 e-메아리를 통해 전 부서에 전달된 메시지다.

제주 공직사회에서 행사 때마다 내려지는 공무원 동원령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범위도 체육행사, 문화행사, 자생단체 행사, 축제 등등 행정과 관련된 행사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스갯소리로 도내 축제를 가면 공무원이 반이라는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과거에는 당연하다는 듯 생각됐던 공무원 동원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항상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는 감귤박람회 동원 및 입장권 강매와 관련해 공무원노조에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U-20월드컵 역시 공무원 동원과 관련한 잡음이 많다.

평일인데다 국제적 행사라는 명분하에 동원령이 떨어졌으며 서귀포시는 현원의 40%, 제주시도 현원의 30%를 동원하라는 지시사항이 공직 내부 통신망을 통해 하달됐다.

더욱이 서귀포시에서는 각 부서별 티켓 판매 할당량(읍면 100장, 동 70장, 실과 50장)까지 내려졌다.

입장권을 개별 구매해야 했으며, 각 경기별로 나눠지기는 했으나 상당수의 공무원이 중복 참여를 하며 입장권을 2~3장씩 산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실제 서귀포에 배정된 7경기 입장권은 모두 3만2979매가 팔렸지만, 입장객은 1만5213명(추정)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이번 U-20 동원은 출장계를 낼 경우 상시학습(제주 국제스포츠 대회 운영지원)이 인정되기도 했다.

지난달 24일 서귀포시 공직 내부 통신망인 e-메아리릍 통해 하달된 공무원 동원령.

상시학습은 직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6급 이하는 1년에 80시간 이수해야 하며, 이를 충족하지 못할 시 승진 등 인사에 불이익이 따른다.

이와함께 하위직들은 동원된 시간에 처리 못한 업무를 야근이나 주말 근무로 충당해야 하는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물론 공무원 동원이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지적은 아니다.

지금도 일손이 부족한 마늘 농가에 공무원이 동원돼 일손을 거들고 있으며, 제주시 지역은 중국에서 밀려든 괭생이모자반이 연안해변을 점령하며 매일같이 공무원과 민간이 수거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또한 태풍 및 침수피해 복구, 가뭄 극복 등 자연재해 때마다도 공무원들이 현장에 동원돼 큰 힘이 된다.

예전부터 행해져 왔다고해서 행사때마다 당연한 듯이 공무원을 동원해야 하는 행태를 외부에서는 어떻게 바라볼까.

이제는 과도한 동원은 지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