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관광지들 충전기 턱없이 부족…관광객 불편 가중
이용객들, “배터리 떨어질라 불안, 충전기 찾아 삼만리”
본격 휴가철 코앞 사설 관광지는 더 심각…“어쩌라고?”

[제주도민일보 DB] 충전중인 전기자동차.

제주도내에 전기차 보급은 비가온뒤 자라는 죽순처럼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배터리 충전기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어서 관광객들과 도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더욱이 본격 휴가철이 다가오고 있지만 도내 사설 관광지에 보급된 배터리 충전기는 전무하다 시피할 정도여서 대책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27일 제주도내 사설 관광지들을 찾은 강모(45)씨는 가는 곳 마다 전기차 배터리 충전기를 찾지 못해 전전긍긍 해야 했다.

강씨는 가족, 지인들과 함께 제주시를 출발 서귀포시로 향하는 도내 관광 일정을 세웠다. 하지만 전기차 배터리 충전을 위해 방문하는 관광지마다 충전기가 부족해 “배터리 충전기가 있는 곳으로 전체 여행 일정을 바꿔야 하는 건가”라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강씨는 제주시를 출발할 당시 100여km를 달릴 수 있었던 배터리 양이 점점 떨어지는 것을 보고 초조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천읍의 한 사설 관광지를 찾은 강씨는 전기차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배터리 충전소 앞을 찾았다. 하지만 이미 해당 사설 관광지 측이 구입한 전기차가 충전중이었다.

강 씨는 해당 관광지 차량 문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충전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우리차를 충전해야 하기 때문에 이용할 수 없다”였다. 이미 관광지 측 전기차는 충전이 다 된 상태였다. 바로 옆에 설치된 충전기에는 ‘충전기 운영 시스템 개보수 시행 안내’란 제목의 안내글이 부착돼 사용할 수 없는 상태였다.

주변을 둘러본 강씨는 주차장에 설치된 충전기 2대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옮겼지만 결국 헛수고였다. 작동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표소 직원은 “충전기가 작년인가 올해 설치된 것 같은데 작동이 되는지 안되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27일 제주시 조천읍의 한 사설 관광지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기에 붙여진 안내문.

강 씨는 해당 관광지에서 일정을 마치고 예정대로 서귀포 표선면으로 향했다. 표선면으로 가는 중간에 배터리 충전기가 있기를 바랐지만 ‘역시나’였다. 조마조마 차를 몰고 오후 3시쯤 표선면 한 관광지에 도착한 강씨는 애타게 전기자동차 배터리 충전기를 찾았지만 역시나 찾지 못했다.

결국 강씨는 운행거리 10km의 배터리 양을 남겨놓고 서귀포시에 도착, 한 공공도서관 주차장에 마련된 전기차 충전기를 이용할 수 있었다.

강씨는 “제주도가 전기자동차 보급에만 혈안이 된 나머지 충전기 등 제반 인프라 설치는 한참 뒤 떨어지는 것 같다”며 “전기차 보급은 계속해 늘고 있지만 관광지 등에는 충전기가 턱없이 부족해 사실상 불안한 마음을 갖고 전기차를 운전할 수 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충전기 전쟁은 이미 예고됐다. 지난해 말 기준 제주도내에 등록된 전기렌터카만 해도 1707대에 이른다. 올해 계약 신청 물량은 300여대이다. 전기 렌터카만해도 2000대 시대가 이미 예고 된 바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충전기 보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에는 5월 기준 개방형 충전기 603대가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276대는 급속, 완속은 292대다. 급속 35대는 설치될 예정이다. 유명관광지에 전기렌터카들이 몰릴 경우 충전 전쟁을 빚는 게 일상화되고 있다.

보다 과감한 충전 인프라 확충이 시급한 시점이다.

5월 기준 충전기 현황 지도. / 자료=제주도 제공.
저작권자 © 제주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