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 수입 물량·가격 중도매인 결정…제주산 값 하락 ‘걱정’
서울시, “국내·수입산 당근 소비시장 달라 가격 하락 없을 것”
위성곤 의원, 29일 서울시·생산자단체와 대책마련 회의 예정

[제주도민일보 DB] 당근 수확중인 모습.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으로 반입되는 수입당근이 상장 예외품목으로 지정돼 오는 6월1일부터 상장경매가 아닌 방법으로도 유통이 가능해지면서 제주농민들에게 직격탄을 안길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수입산 당근이 시장을 잠식, 결국은 제주 당근산업에 큰 타격을 안길 수 밖에 없어 보여서다.

때문에 제주지역 당근 주산지인 구좌읍 농민들과 농협은 비상장거래 방식에 대해 의심과 회의를 품고 이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어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떤 식으로 진전될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은 이에 대해 긴급하게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위성곤 의원 측은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및 서울시 관계자, 현장 농민들과 함께 29일 간담회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서울시(시장 박원순)와 가락시장 중도매인 등 유통인들은 국내산과 수입산 소비시장이 다르고 만약 수입산으로 국내당근 가격 폭락사태를 맞는다면 상장예외품목 지정을 철회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중도매인들은 국내산 당근 가격 하락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며 제주를 찾아 중도매인 및 시장도매인에게도 제주당근을 출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제주지역 농민들과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관계자들 말을 종합하면 오는 6월 1일부터 가락시장으로 반입되는 수입산 당근이 기존 ‘상장경매’에서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 거래된다. 현재까지 모든 당근은 상장품목으로 지정돼 거래돼 왔다.

그동안 수입 당근은 국내로 들어올 때 단가가 어느 정도 정해져 도매시장에 상장돼 숱한 논란이 일어왔다. 이를 근거로 중도매인단체들은 유통비용을 줄여 소비자들에게 보다 싸게 공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생산자 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해 왔다. 공영도매시장으로 들어오지 않을 경우 수입산 당근이 무분별하게 시중에 풀려 국내 생산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락동농수산물 도매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오는 6월 1일부터 당근을 비상장품목으로 지정하고 거래를 시작하게 된다. 비상장품목 지정은 이날부터 올해 말까지다.

6월부터 가락시장으로 상장되는 수입 당근은 중도매인이 경매절차 없이 취급하고, 가격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농민들 및 생산자단체들은 중도매인들의 수입산 당근 가격 담합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시중에 얼마나 많은 양의 당근이 풀리게 될지 파악할 수 없게 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 측은 여태까지 다른 품목이 상장예외품목으로 바뀌어도 가격 하락은 없었고, 비상장 품목으로 지정된 후 국내산 가격 하락 시에는 상장품목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시장 박원순) 측은 수입당근을 상장예외 품목으로 지정한 이유에 대해 “수입당근 가락시장 물량 점유율은 14% 내외로 지난 10년간 거의 일정하다. 실제 85% 이상이 타 유통 채널로 거래돼 시장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며 “또한 현행 상장 경매를 유지할 경우 중도매인은 상장수수료와 추가 물류비 부담으로 외부 유통업체와 경쟁력 확보가 어렵고, 불필요한 비용이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돼 공공복리를 저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그러면서 국내산 당근 보호 대책으로 국내산 당근 취급 우대 정책, 수입당근 상장예외 지정에 따른 국산당근 거래 영향 분석 등을 제시했다.

서울시는 “국산당근 취급 실적이 높은 중도매인과 도매시장법인 평가시 우대하고 국내산 당근의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 정착으로 출하자, 유통인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수입 당근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돼 국내산 당근 가격이 폭락하는 등 많은 피해가 일어나면 올해 말 상장예외품목 지정시 심도 있게 재검토 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락시장 중도매인 등은 수입당근을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할 경우 국산당근 거래를 위축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하고 있다. 수입산 당근은 요식업체 등 대중식당에서 사용되고 국내산 흙 당근은 가정집에서 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산 당근 및 수입산 당근 가격 동향 / 자료=한국농촌경제연구원.

이신우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사무총장은 “국산 당근과 수입당근은 수요시장이 차별화 돼 있고 수입산 당근 가격과 물량이 국내산 가격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과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결과를 통해서도 확인되고 있다”며 “일부 농가의 우려대로 수입당근 비상장품목 지정이 국산 당근 거래를 위축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인들은 농민들의 출하선택권이 보장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 동안 도매법인에만 출하해야 했지만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되면서 중도매인과 시장도매인에도 출하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출하자들은 농산물 값을 더 많이 주는 상인에게 출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석 (사)농산물비상장품목정산조합 조합장은 “당근이 비상장품목으로 지정된다고 하더라도 경매로 출하할 수 있다”며 “다만 그 동안 독과점으로 위탁주체 역할을 해 온 도매시장법인의 경우 수입당근이 상장예외품목으로 지정된다 하더라도 여전히 출하자(수입업자)로부터 직접 위탁받아 거래할 수 있다. 다양한 거래 방법 및 위탁수수료 조정 등을 통해 중도매인과 경쟁할 수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출하자와 구매자의 편익을 도모해 도매시장 경쟁력과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제주지역 당근생산 농민들은 지난 4월 구좌농협과 제주당근연합회는 서울시 측에 수입당근 비상장품목 전환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표명했다.

제주지역 농민과 생산자 단체들은 국내 당근 시장의 60%를 수입산이 점유하고 있는 만큼 수입당근이 비상장품목으로 바뀌어 유통될 경우 출하 시기가 겹쳐 제주 당근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내 당근은 부산, 강원도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국내산 당근의 60% 가량이 생산되고 있다.

상황이 이 같이 급박하게 진행되자 중도매인 등 가락시장 상인들은 26일 제주도를 찾아 당근 주산단지인 구좌지역을 방문 생산자단체와 농협 관계자 등을 만나 상장예외품목에 대한 설명과 필요하면 제주산 당근도 도매법인을 통한 거래가 아닌 비상장으로 출하해 달라고 요청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사장 박현출) 관계자는 “지난 10년 동안의 자료를 토대로 분석해본 결과 국내산과 수입산 소비시장이 전혀 다르다”며 “농민들이 우려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당근은 현재 중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수입하고 있다. 실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2007년 8만6545톤이던 수입당근은 2016년 기준 11만351톤을 기록하고 있다. 연 평균 15%씩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가운데 한국은 지난해 기준 7만5000톤의 중국산 당근을 수입했다. 전체 수입 당근 가운데 가락시장으로 반입된 당근은 지난해 1만6000톤이다. 나머지 물량은 가락시장 내 외부에서 불법적인 직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수입당근은 경매사에 의존되는 거래구조, 비정상적인 수입당근 거래, 시장 밖에서 거래되는 문제가 숱하게 일어났다.

가락시장 상인들은 “일부 거래의 경우 중도매인이 수입업체에 주문을 한 뒤 이를 도매법인 정가수의매매로 처리하는 등 일종의 ‘기록상장’ 형태의 거래가 발생 한다”며 “이런 비정상 거래가 발생하는 주된 이유는 의무 상장 거래제도에 따른 비용 발생으로 당근 취급 중도매인이 외부 작업장 운영 등 물량 처리능력을 갖고 있어 수입업체에 직접 연락해 물량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수입당근은 단가와 수입업체가 정해져 있어 상장수수료 비용 절감 및 판매단가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락시장 내외부에서 불법적인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일어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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