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식당가 ‘반토막’ 매상에 연일 울상
중저가 음식점 오히려 손님 ‘바글바글’
공무원들, 청탁부담 덜어 “속 편안해요”

‘법 하나로 울고 웃고….’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이해 당사자마다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주요 외식업소에서는 손님이 뚝 떨어지면서 한숨만 내쉬고 있다. 법 적용 대상인 공무원들은 부정청탁 부담이 줄면서 속 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20일 제주시 연동의 한 참치식당 업주는 지난달 28일 김영란법 시행 이후 “영업이익이 반토막으로 줄었다”고 했다. “예약은 아예 없다”고 할 수준이 됐다.

‘개선을 요구할 것이 없느냐’는 물음에 업주는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며 손을 내저었다.

이처럼 관가 주변에서 밀려오는 손님을 주체하지 못했던 중고급형 식당들은 대부분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

도민 A씨는 “평소 점심때면 손님으로 북적이던 복집이 빈 식탁이 많은 것을 봤다”고 전했다. 유명 일식집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는 것이 목격자들의 전언이다.

제주시 노형동의 B업소는 점심시간 파스타 손님이 뚝 끊겼다. 저녁에 주로 판매하던 와인도 매출이 줄면서 업주는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이처럼 점심‧저녁을 가리지 않고 모임이 줄면서 대리운전 업계도 찬바람만 냉랭하다. 한 소규모 대리운전 업체 운영자 C씨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콜 수가 확 줄었다”고 했다.

제주도의회 좌남수 의원은 지난 20일 제주도 추경안 심사 중 “도내 꽃가게 주인들이 파리만 날리며 울고 있다”며 도 차원의 대책을 촉구한 바 있다.

이에 반해 김영란법이 반가운 도민들도 많다.

우선, 대리운전 이용자들이 편해졌다. 이용자들이 줄면서 한때 적어도 30분은 족히 기다려야 했던 대기 시간도 5~10분 이내로 짧아졌다.

최근 직장 동료들과 술자리를 했던 D씨는 대리운전을 부른 뒤 급히 차까지 뛰어가야 했다. “평소 20~30분은 기다려야 대리운전 기사가 도착했는데 전화를 하자마자 연락이 와서 깜짝 놀랐다”는 것이 D씨의 말이다.

공무원들도 요즘 ‘마음의 부담을 많이 덜었다’는 반응이다.

도청에 근무하는 E계장은 “청탁 전화가 사라져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퇴직한 전 국장이 갑자기 전화를 하면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 얘기만 하자”는 말이 방어막 역할을 한다.

“그러면 그저 인사만 주고받다가 끝난다”는 것이 E계장의 설명이다.

중저가 식당도 ‘김영란법 특수’를 누리고 있는 사례가 종종 목격되고 있다.

F씨는 “최근 삼겹살집을 갔더니 평소보다 손님들이 더 많았다. 주인 말로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손님이 늘었더라”고 전했다.

E계장은 “부서 회식 때도 요금을 균등하게 나누는 ‘n분의 1’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전해 김영란법으로 인한 관련업계 개편이 심화될 것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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