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동지점 7월 오픈 예정 박차 “대출사업에 올인?”
전문가들 “2금융권, 신용사업 경쟁 힘들다” 분석속
“협동조합 원칙에 부적절, 조합원만 피해 우려” 파문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24일 제주시 아라동 주공아파트 건너편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서귀포수협 아라동지점.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제주도내 수협중 성산포수협과 제주시수협 등의 잡음으로 파문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서귀포수협이 관할 구역도 아닌 제주시 아라동에 지점 개점을 준비중이어서 그 이유 등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협동조합 정신에도 맞지 않는데다, 그동안 유지해오던 권역룰이 하루 아침에 깨지는 것은 물론 당초 협동조합 설립취지와는 달리 "돈놀이에 치중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24일 서귀포수협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서귀포수협은 제주시 아라주공아파트 입구 맞은편에 7월초 공식 지점을 개점키로 하고 준비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중으로 다음달인 6월 준공될 예정이다.

아라동지점에는 여수신 등 금융상품을 다루게 될 은행과 더불어 직매장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서귀포수협 관계자는 "사업을 확충과 미래를 내다보고 제주시 아라동에 개점을 결정해 추진중"이라며 "수협중앙회와 서귀포수협 이사회를 모두 거쳐 절차상 저촉되는 문제는 없다"고 밝혔다.

서귀포수협 또다른 관계자는 "자체 이사회와 수협중앙회 현장 실사단의 현장 검사를 거쳐 절차상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서울에도 직매장을 낸 경험이 있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노형동에도 지점 개설을 고민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귀포수협 측이 밝힌 사업 확충과 미래를 내다보고 있다는 입장과는 달리 또다른 속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시 지역, 그 중에서도 아라동 땅값 상승에 따른 대출사업을 하기 위해 개점했다는 관측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어서다. 

특히 서귀포수협 측이 밝히고 있는 직매장 개설도 "대출사업에 올인한다"는 비난 여론을 피하기 위한 '방패막이용'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 서귀포수협/사진=네이버지도.
도내 협동조합 전문가는 "협동조합은 지역 조합원들과 함께 호흡하고 조합원들의 이익을 극대화 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때문에 조합원들이 생활하는 지역에서 협동조합을 개설하고, 조합원들을 위한 경제사업 등 활동을 해야 맞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전문가는 또 "뜬금없이 서귀포수협이 조합원을 두고 있는 서귀포 관내도 아닌 제주시 아라동이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경제사업은 포기하고 그냥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아라동 땅 값이 뛰니 신용사업으로 돈벌이 하려는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서귀포지역의 또 다른 협동조합 관계자는 농협의 예를 제시하며 "농협은 일단 이사회에서 승인을 거친 뒤 농협중앙회의 '결재'를 받아야 지점을 낼 수 있다"며 "수년 전 도내 전체를 커버하는 감귤농협이 대정읍에 지점을 내려다가 500m 이내에 두 개의 조합이 있어선 안된다는 규정에 따라 외곽지역에 감협 지점을 만든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24일 제주시 아라동 주공아파트 건너편에서 한창 공사가 진행중인 서귀포수협 아라동지점.

이 관계자는 또  "이런 상황에서 서귀포수협이 서귀포 관내도 아닌 제주시 아라동에 지점을 낸다는 것은 협동조합 원칙에도 맞지 않고 절차상 그게 가능하겠냐"고 의문을 제시했다.

협동조합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녀름연구소의 이호중 박사는 "수협의 이같은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협이 조합원을 중심으로 구매, 판매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며 "그러나 지금 거의 모든 협동조합을 보면 준조합원, 도시민들을 대상으로 신용사업을 통해 이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박사는 "생산한 수산물을 직매장에서 판매한다고 하지만 대개의 경우를 보면 신용사업이 중심이 되고 판매장이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며 "이렇게 되면 앞으로 수협의 미래는 그리 밝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박사는 또 "2금융권으로 분류되는 협동조합이 소위 말하는 1금융권과 차별화를 갖고 생존을 하려면 조합원과의 금융사업을 통해 혁신을 기해야 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미래를 만들지 않으면 상호금융만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고 분석했다.

더불어 이 박사는 “이런 식으로 가다간 자칫하면 최근 농협중앙회가 큰 위기를 맞고 있듯 농협보다 규모도 작은 지역수협은 신용사업 부실화로 붕괴될 가능성도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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