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동부 대표 맛집 ‘해월향’ 놓고 남매가 고소전
살인예비vs사문서 위조…이미 건너버린 ‘루비콘 강’

▲ 제주 성산 동부권 대표적 흑돼지 맛집인 해월향. 자매가 같이 운영하며 돈독한 형재애를 과시했지만 땅값 상승 등으로 소유권 분쟁이 벌어지며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제주도민일보=허성찬 기자] 의좋은 남매 사이가 재산분쟁에 풍비박산이 나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더욱이 처제가 형부를 살인예비죄로, 언니가 여동생을 사문서 위조로, 동서지간끼리 사기죄로 고소하는 등 TV에서나 볼듯한 막장드라마가 펼쳐지고 있는데다, 남매간 의를 끊는 등 루비콘강(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 씁쓸함을 더하고 있다.

# 맛집 ‘해월향’ 소유권 놓고 벌어진 전쟁

제주 동부권의 대표적 흑돼지 맛집 해월향(성산읍 고성리 소재).

2008년 4월에 오픈한 해월향은 초기부터 ‘맛있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식당으로서의 자리를 잡아갔다.

그 후 지금의 위치로 가게를 확장하면서 제주 동부권, 특히 맛집이 많다는 성산 인근에서도 대표적인 맛집으로 성장했다.

6남매(5녀 1남) 중 2명의 자매가 동업 형식으로 시작한 해월향은 제주 신공항 등의 여파로 땅값 등이 큰 폭으로 상승, 현재 감정가가 수십억원에 이른다. 수억원에 불과하던 게 몇배나 그 가치가 급상승했다.

당초 2자매 간 싸움으로 시작됐지만, 감정가 상승 등으로 6남매 모두가 이런저런 이유로 얽혀있으며, 서로 간에 비방과 고소 등 난타전이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 주인은 누구? ‘명의신탁’ 속 혼란 지속

해월향은 첫 출발부터 소유권을 놓고 논란의 소지가 있었다.

식당을 처음 시작한 건 넷째 A씨와 막내 B씨 자매.

그러나 B씨가 신용불량자 등의 이유로 가게 명의를 할 수 없게 되자 분쟁의 소지를 막기 위해 큰언니 딸의 이름으로 가게를 시작하게 됐다.

이후 장사가 잘되면서 명의신탁을 놓고 남매간 금이 가기 시작할 조짐이 보이자, A씨의 이름으로 명의를 신탁하게 된다.

문제는 A씨 이름으로 명의 신탁하면서의 조건.

이를 놓고 양측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B씨는 “당초 우리가 원하면 언제든지 돌려주기로 한 부분이며, 변호사 앞에 가서 각서까지 받아놓은 상태다”고 말했다.

또 B씨는 “명의가 깨끗하지 않다는 이유로 돈을 뜯어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A씨는 “명의신탁을 하면서 대출금 6억원까지 고스란히 떠안은 상황이다”며 “동생의 남자(사실혼 관계. D씨)를 개입시키지 못하게 하기 위해 동생과 명의신탁을 하기로 합의했던 부분이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A씨는 “각서 부분은 알지도 못하는 상황이고, 잠깐 동생에게 인감도장을 빌려주고 바쁜 와중에 확인서 2장을 써준 부분이 있는데 그게 각서가 돼서 돌아왔다”고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명의신탁의 관건이 될 각서에는 현재 인감 도장이 찍혀져 있지만, 친필이나 그런 부분은 하나도 없는 상황.

이 때문에 A씨는 B씨를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맞고소 한 상태다.

▲ 해월향 명의신탁 최대 쟁점이 될 각서. B씨는 다같이 변호사 사무실에서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A씨는 B씨가 자신의 인감증명을 무단으로 도용해 각서를 작성했다며 반박하고 있다.

# “피도 눈물도 없는…막장드라마” 형부를 ‘살인예비죄’로 고소한 처제

해월향을 둘러싼 논쟁은 현재 처제가 형부를 살인예비죄로 고소하는 등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현재 B씨가 고소한 사안은 살인예비죄와 업무방해죄 등 2개.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3월 28일 A씨와 A씨의 남편 C씨가 ‘해월향’을 찾아와 난동을 부려 기물을 파손하고 영업을 방해했다는 것이다.

또한 C씨의 경우 칼을 들고 집앞을 서성이는 등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B씨는 주장하고 있다.

그날 해월향 정문 CCTV에는 C씨가 칼로 추정되는 물체를 주머니에 담고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B씨는 “C씨는 자신의 배우자를 도둑년으로 몰았다면서 찾아와 해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은 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또 B씨는 “CCTV를 확인하고 심한 정신적 충격에 쓰러지기까지 했다”며 “아직도 그 일을 생각하면 두려워서 식은땀이 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갖은 수모를 당하면서도 ‘내 동생이니까’ 하고 참으며 식당일을 도와줬는데, B씨와 D씨(사실혼 관계)가 나를 도둑으로 몰았고, 거기에 화가 난 남편이 분에 못이겨 따지는 과정에 화분 몇 개가 부셔졌다”고 말했다.

CCTV에 찍힌 장면에 관해서는 “홧김에 갔을 뿐 그런 의도는 없었을 것이라며, 내가 동생에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렇게 돌아오냐”며 배신감에 치를 떨었다.

한편 C씨는 현재 서귀포해경에 근무중으로, 해경 측은 검찰 고소사건의 진행상황을 보면서 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 “의좋던 남매가 어쩌다가…” 인근 주민들 ‘안타까움’

인근 마을 주민들이 기억하는 A씨와 B씨, 그리고 형제들은 그야말로 의좋은 남매였다.

특히 A씨에 대한 신뢰가 깊었다.

초등학교 앞 조그마한 슈퍼를 운영하던 A씨는 조손가정이 많은 촌의 특성상 소풍 등의 행사때마다 자진해서 조손가정 아이들의 도시락을 챙겼다고 한다.

또 노부모를 모심에도 소홀함이 없었으며, 이혼한 남동생의 아이들마저 자신의 자녀들보다 더욱 아끼면서 키웠다고 입을 모은다.

남편인 C씨 역시 약간 무심한 면이 없지는 않지만 조카들은 물론 어르신들에게도 잘하고 20여년을 넘게 살면서 부부간에 싸운 모습을 보인 적이 한번도 없다고 한다.

B씨 역시 식당을 운영하면서 남매간 우애 있는 모습을 보여줬으며, 동네 어른들에게도 잘했다는 평이다.

한 주민은 “어쩌다가 저런 일까지 벌어졌는지 모르겠다”며 “아무리 돈이 원수라지만… 형제지간에 저렇게까지 할 필요까지야 없지 않느냐”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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