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로 발묶인 수천명의 관광객 노숙 감행
다음날 대기표 구하기 전쟁에 앞서 줄서기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23일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제주지역에서 항공 300여편이 결항되면서 관광객들의 발이 묶인 가운데 제주국제공항 카운터에는 대기표를 받기 위한 수백개의 카트가 줄지어 서 있다.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친 23일 제주국제공항에 수천명이 노숙을 하고 있는 가운데 초대형 카트 줄이 생기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날 제주공항에서 300여편에 항공기가 결항되면서 6000여명의 발길이 묶였다.

이들중 약 2000여명이 혹한의 한파에도 불구 제주공항 대합실에서 노숙을 감행했다.

이들이 노숙에 나선 이유는 다음날 떠나는 항공편을 구하지 못한 관광객들이 대기좌석을 구하기 위해서다.

항공사들은 다음날(24일) 오전 6시부터 선착순으로 대기항공권을 발행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제주공항에서 천재지변으로 항공기가 멈춰서면 표를 구하지 못한 수천명의 승객들이 밤을 지새우는 모습을 종종 볼 수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짐을 나르는 카트가 대신하고 있었다. 카트 줄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수백미터 늘어서 있었다.

그 이유는 추위때문이다. 바닥이 차가워 카트를 세워놓고 그 위에서 잠을 청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가 있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길게 늘어선 카트.

때마침(?)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지난해 엄청난 양의 새로운 카트를 구입하면서, 제주공항 이용객들이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었다.

특히 엄동설한에 관광객 수천명이 노숙 소식을 접한 제주특별자치도 김방훈 정무부지사를 중심으로 관광, 교통 관련 부서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만일에 사태에 대비했다.

제주관광공사도 직원들이 나와 삼다수와 초코파이 등을 나눠주며 제주공항에서 밤을 지새워야 하는 관광객들을 격려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직원들도 일부 인원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새벽까지 남아 이용객들의 불편함이 없도로 챙기는 모습이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전 직원은 24일 첫 비행기가 뜰 수 있도록 새벽 4시에 출근해 제설 작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바닥에 상자를 깔고 제주국제공항에 노숙을 하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그러나 제주자치도를 비롯 관계기관이 똘똘뭉쳐 관광객의 불편을 최소화 하더라도 따뜻한 아랫목이 아닌 찬 바닥에서 노숙을 해야하는 수천명에 이용객들은 불편함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우선 추위를 피할 용품이 모자랐다. 공항내 박스가 동나면서 제주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가 가져온 상자를 구하기 위해 긴 줄을 늘어선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일부 이용객들은 수하물센터에서 돈을 주고 구매하기도 했다.

제주자치도가 담요 900여장을 가져왔지만, 노숙을 펼치는 인원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 노약자와 어린이, 임산부, 여성, 장애인 등을 중심으로 나눠주는 모습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었다.

또한 휴대전화 등의 충선을 하는 콘센트를 공항공사 등이 준비했지만 턱없이 모자란 모습이었다.

이제 제주공항에서 밤을 지샌 이용객들은 대기표 구하기 전쟁을 벌여야 한다.

23일 300여편의 항공편이 결항되면서 6000여명의 발이 묶였고, 24일에도 제주에서 출발할 인원만 3만 6000명에 달한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길게 늘어선 카트의 모습.

문제는 날씨다. 24일에는 전날보다 기온이 더 떨어지면서 제주공항 활주로의 제설 작업이 녹녹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3일 오전 11시30분 제주공항으로 떠나 부산으로 향할 예정이었던 에어부산 항공기는 승객들이 탑승한 상태에서 5시간을 대기하다가 활주로까지 나갔지만 다시 돌아와야 했다.

이같은 현상은 제주공항 활주로가 폭설로 인해 계속해서 제설작업이 진행됐고, 이에 따라 뜰 수 있는 항공기의 수가 극히 제한되면서 빚어진 문제다.

에어부산 항공기를 이용해 부산으로 떠나려 했던 한 가정주부는 "비행기가 뜰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됐다. 현재 대기 4번째 순서에 카트가 세워져 있는데, 숙소를 구해 나가는 것 보다는 새벽 6시까지 나와야 하기 때문에 노숙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김방훈 제주자치도 정무부지사는 "공항에서 노숙을 하고 있는 관광객의 추위를 막아줄 담요를 나눠주기 위해 현장에 나왔다"며 "밤새 상황을 지켜보면서, 관광객들의 불편을 최소화 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 관계자는 "이용객들이 추위에 떨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며 "활주로 제설 작업에도 모든 인력과 장비를 총동원해 항공기 이착륙이 정상적으로 가능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노숙을 하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노숙을 하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카트 위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대기좌석을 구하기 위해 카트를 줄지어 세워놨다.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물과 초코파이 등을 받기 위해 줄을 선 모습.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카트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모습.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대기 좌석을 얻기 위한 몸부림.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노숙을 하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 [제주도민일보=김명선 기자] 노숙을 하고 있는 관광객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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