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방문객으로 북새통 이루던 제주시 동문시장 약 40% ‘급감’
원희룡 지사 "메르스 종식되면 공격적이고 인상깊은 마케팅 공세"

▲ 관광객으로 보이는 여성들이 25일 오후 동문시장을 방문해 감귤초콜렛을 둘러보고 있다.
[제주도민일보=최병근 기자] “아이고. 메르스 때문에 양 시장 찾는 사름이 40%나 줄었수다. IMF 때도 영 허진 안 해나신디 어떵할코 마심?(아이고. 메르스 때문에 시장 찾는 사람이 40%나 줄었습니다. IMF때도 이렇게 하진 안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25일 제주시 동문시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죽을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예전 같으면 북새통을 이뤘을 시장바닥이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특히 이달은 더욱 그렇다. 사람들의 발길은 드문드문 이어졌고 상인들은 애꿎은 파리채만 휘휘 내저었다.

감귤초콜릿을 파는 한 가게 주인은 “정상대로 하면 지금 초콜릿을 사기 위해 관광객들이 줄을 서야 한다. 근데 지금은 2~3명 개인 관광객들이 한두상자 사가는 수준 밖에 안 된다”며 울상을 지었다. 실제 감귤초콜릿을 사려는 사람들은 20여분 동안 2~3명이 짝을 이룬 두 팀만 볼 수 있었다.

동문시장 내에 분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예전 같으면 줄을 서서 기다리며 분식을 먹었다. 찾는 사람이 입소문을 많이 내줘서 재미를 쏠쏠하게 봤는데 지금 보다시피 한가하다”며 “메르스 때문에 제주를 찾는 관광객의 발길이 뚝 끊기면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하소연을 늘어놨다.

동문시장 내에서 제법 알아주는 분식점들이 있다. 규모는 작지만 관광객을 비롯해 지역주민들도 이 곳에서 분식을 사먹기도 한다.

이 곳을 자주 이용하는 양모(여. 43)씨는 “그 분식점에 가면 뭔가 특별한 맛이 있어서 자주 찾는다. 근데 메르스 이후에는 장사가 잘 안 되는 것 같더라”며 “동문시장 전체가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고 걱정했다.

동문수산시장은 제주시의 대표적인 수산시장이다. 각종 해산물과 다양한 횟집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관광객들의 발길이 최근 몇 년 사이에 껑충 뛰어올랐다.

인터넷 블로그와 카페, SNS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 ‘동문수산시장에 가면 이곳은 꼭 가 봐라’는 말이 돌 정도로 유명한 곳이 많다. 회는 여름철이 비수기라고 알려져 있지만 동문시장은 입소문을 탄 횟집들이 많아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져 왔다.

▲ 25일 제주시 동문시장이 한가하다 못해 을씨년스러운 모습으로 방문객을 맞이하고 있다. 동문시장 상인들은 메르스로 인해 방문객이 40%나 줄었다고 울상짓고 있다.
하지만 이날 동문수산시장을 찾았을 때는 파리만 날리고 있었다. 일식 주방장 모자를 쓰고 멋스럽게 차려입은 가게 주인들은 몇 안되는 관광객이 지나갈 때마다 환하게 웃어보이며 모객활동을 했지만 관광객과 방문객들은 무심하게 지나쳤다.

횟집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사람들이 여름철에 회를 잘 안먹으려고 한다. 각종 세균성 질병 때문이다. 근데 동문시장에는 꾸준히 사람이 찾아왔고 최근 몇년 사이에는 인터넷을 통해 동문시장에 대한 소문이 나면서 개인관광객도 늘어났다. 그러면서 이 곳도 호황을 맞았다”며 “근데 메르스 때문에 몇 년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다”고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횟집에서 회가 안팔리니 각종 채소류나 식재료 소비도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동문시장에서 채소류를 파는 김 모 할머니는 시들어가는 채소를 보고 파리채만 들었다 놨다 했다.

김 할머니는 “내가 살다살다 이런적은 처음이다. 장사하러 나오기가 무서울 정도”라며 “예전 같으면 가지고 나온 채소는 오후 4시 정도면 모두 팔았는데 지금은 언제 팔릴지 모르니까 가지고 나오기가 무섭다”고 근심어린 표정을 지었다.

전통시장 상인들은 메르스 여파로 관광객이 줄고 내수마저 얼어붙자 너도나도 어렵다며 한숨 섞인 하소연만 연신 토로했다.

▲ 동문시장 횟집 상인.
이러한 상황에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전통시장의 경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직접 듣기 위해 제주시 동문시장을 찾았다. 이날 오후 원희룡 지사는 동문시장에서 제주지역 전통시장 회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 참석한 각 상인회 회장들은 메르스로 인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이정생 동문공설시장 상인회장은 “도에서 메르스와 관련된 여러가지 정책을 내놨지만 실제 피부에는 와닿지 않는다”며 “신용보증재단을 통해 3000만원까지 융자지원한다고 했는데 막상 가서 신청해보니 안된다고 했다”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송진백 유니코상가 상인회장은 “격리된 사람이 일단 집밖으로 나와야 관광을 하고 시장도 방문할텐데 격리기간이 너무 오래걸리는 것 아닌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제주신항 건설에 따른 원도심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주문했다.

양승석 중앙지하상가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번 공청회 때 보니까 신항개발계획에 원도심 활성화 방안이 빠져있더라”며 “신항개발과 원도심 활성화 방안은 하나로 묶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주차문제와 도로확장 문제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김기용 제주시민속오일시장 상인회장은 “메르스 때문에 제주도민보다는 관광객 방문이 많이 줄었다. 오일장에는 최대 6만명이 다녀간다. 그만큼 주차공간이 없어 혼잡하다”며 “또한 오일장이 공항에서 가까운데 길이 좋지 않다. 길을 확보해 주면 공항에서 1~2시간 남을때 오일장을 찾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라고 주차장 확보와 도로확장 등을 요구했다.

▲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25일 제주시 동문시장을 찾아 메르스로 인한 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을 들으며 악수를 하고 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뒤 원희룡 지사는 “일단 신용보증재단 융자지원 제한문제는 빨리 확인해서 알려드리겠다. 다만 이 자금은 메르스로 인한 경영안정을 위한 돈이다.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려면 제한이 될 수 있다”며 “다른 목적으로 융자를 받게 되면 정작 메르스로 인해 피해를 입은 업소들이 지원받지 못할 수 있다. 조금 참아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아직 메르스 사태가 종식되지 않았고 현재까지 진행중이기 때문에 여러모로 아쉬운 점이 있다. 하지만 메르스 사태 종식이 선언되고 나면 공격적이고 매우 인상깊은 마케팅 공세를 연말까지 벌이겠다”며 “이와 관련된 추경예산도 잡아놨다”고 상인들을 안심시켰다.

제주신항과 원도심 활성화 계획에 대해 원 지사는 “일단 이번 발표된 계획에 원도심 계획이 포함돼 있는것이 이상하다. 이번 계획은 중앙정부에서 제주신항 사업을 따오기 위해 발표한 것”이라며 “그리고 앞으로 계획을 만들때 기존상권에 가장 효과를 볼 수 있게끔 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아울러 원 지사는 “제주도와 행정시가 따로 하던 원도심 활성화 계획을 도지사인 내가 직접 챙기고 있다”며 “이를 위해 논의를 벌써 시작했다. 대략적인 윤곽이 나오면 이해당사자들과 함께 의견을 나누겠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원도심 활성화”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 지사는 “제주신항은 기업에게 통째로 넘겨주는 방식은 아니다. 도정에서도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말자는데 의견이 모아졌고 그렇게 하려고 한다”며 “최소한 원희룡은 그러지 않겠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이후 원희룡 지사는 동문시장을 둘러보며 상인들의 의견을 듣는 한편 걱정을 메르스로 인해 힘들지만 힘을 내서 분발하자고 상인들에게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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