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특집] 제주도민·관광객에게 물었다 ‘제주, 안녕 허꽈?’…②
관광객들 “언제나 좋은 제주, 그러나 난개발·高물가·바가지·교통 개선해야”

제주도는 흔히 대한민국의 보배라고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가 숨 쉬는 곳이다. 그러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섬이기도 하다. 세계자연유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을 간직한 제주를 오가는 사람들은 늘 제주를 보면서 탄성을 지른다. 그렇기에 제주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도 많다. 매달 또는 매분기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제주도는 늘 상위권에 올라있을 정도다. 제주에 사는 이들이나 제주를 찾는 이들은 모두 제주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을 갖고 있겠지만 반대로 아쉬워하는 것들도 하나 이상씩 갖고 있을 것이다. 배타성, 불친절, 난개발, 외국자본의 토지잠식 등등. 그렇다면 그들이 갖고 있는 아쉬움이나 불만은 무엇일까? 그리고 또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주도민일보>는 그러한 의문에서 단순히 설문조사를 통한 수치적인 통계가 아니라 제주를 오가는 사람들을 만나 아쉬움과 불만, 그리고 좋아하는 이유 등에 대해 직접 듣고 이야기로 풀어냈다. 독자들이 진짜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제주’의 주인인 도민들과 또 다른 주인인 관광객들은 어떤 시선으로 제주를 바라보고 있을까?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도민들의 눈으로 본 제주
2. 관광객들의 눈으로 본 제주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관광객들은 제주행 비행기에 오를 때부터 마음이 설렌다. 대한민국의 이국적인 섬, 보물섬, 에메랄드빛 바다와 초원이 드리운 섬, 남한에서 가장 높은 명산 한라산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관광객들에게 제주는 그런 곳이다.

제주공항을 나섰을 때에는 야자수에 탁 트인 한라산 전경, 맑은 공기에 숨통이 트인다고들 한다. 하지만 발길을 돌리고 다시 올라갈 때의 느낌은 제각각일 것이다. 

돌아가는 관광객들은 제주에 대해 어떤 느낌일까? 또 제주 이주가 붐을 이루는 요즘 이주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제주도민일보>는 제주공항에서 만난 관광객들에게 그 질문을 던져봤다.

▲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제주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
“자연은 제주가 가진 가장 큰 보물…언제나 와도 질리지 않은 곳”

한라산, 섬, 곶자왈, 푸른 바다, 해안도로, 해녀, 돌담, 주황색 귤, 돌하르방, 성산일출봉, 초가집, 정낭, 유채꽃밭, 섬 속의 섬 등 많은 것들이 제주가 자랑할 만한 것들이다. 관광객들은 이러한 제주의 모습을 보고 어떻게 느꼈을까?

여행을 위해 제주를 찾은 김연화(30·여·서울)씨는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제주가 보이는 순간부터 미소가 지어진다”며 “공항 밖 야자수를 보는 순간부터 제주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난다”고 말했다.

출장을 떠나온 정두리(30·여·서울)씨 역시 “하늘에서 바라 본 제주 모습만으로도 평화로운 기분이 든다. 존재 자체가 위로가 되는 곳”이라며 제주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제주’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묻는 질문에 대부분의 관광객들은 ‘자연’을 떠올리며 제주가 가진 가장 큰 보물이라고 치켜세웠다. 또 앞서 언급한 많이 알려진 부분들도 이들은 보물로 칭송했다.

여행을 마치고 떠나는 서윤선(29·여·대구)씨는 “제주는 눈과 입과 마음이 행복해지는 공간”이라며 “같은 장소라도 계절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어 언제와도 질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임지선(31·여·서울)씨는 “제주의 곶자왈은 신비롭기까지 하다”며 “마치 태초의 자연을 만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기억하는 제주로 언제까지나 남아줬으면…개발이 전부는 아니잖아요!”

앞서 제주도민들은 제주를 제발 가만히 내버려 두라고 호소했다. 난개발을 멈추라는 것이다. 관광객들도 별반 다르지 않은 의견이었다. 우후죽순 들어서는 해안도로 카페 등으로 변해가는 제주의 모습에 안타까워했다. 특히 대부분 입을 맞춘 듯 목소리로 난개발을 지양을 외쳤다. 아울러 제주의 자연이 자본에게 잡아먹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은혜(29·여·서울)씨는 “대도시에서 볼 수 있는 상업적인 가게가 점차 늘어가는 것 같다”며 “제주에서만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장소·가게 등을 지자체에서 보호해주고 유지할 수 있는 법적인 시스템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행을 다녀간 안병일(41·서울)씨는 “너무 상업화에 찌들어버리면 여타 관광지와 별반 다를 게 없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제주의 힐링 이미지를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광현(39·서울)씨 역시 “한적했던 바닷가 마을이 카페촌으로 변했을 때 눈살이 찌푸러지더라”며 “예전에 왔을 때 느꼈던 아름다움과 평화로움을 찾아볼 수 없어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컨퍼런스 참석 차 제주에 왔다 가는 전기남(38·경기)씨 또한 “길을 다니다보니 곳곳에서 공사를 많이 하고 있더라”며 “무분별하게 건물을 들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자연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른 관광객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상업적으로 변해가서 안타깝다', '더 이상 개발은 그만해줬으면 좋겠다', '제주의 지금 이대로의 모습을 유지했으면 좋겠다', '외국인 유치를 위한 무분별한 개발을 지양해야 한다', '제주도만의 특성을 버리지 않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으로 개발과 상업화, 외지화를 반대하고 제주 그대로의 보존을 강조했다.

임지선(31·여·서울)씨는 “개발친화적인 정책, 난개발로부터 제주의 자연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중국인 등 외국인 국토 매입 제한 조치나 개발 제한조치 등 강력한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도민과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일정 부분 개발은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라산 등반을 위해 이따금씩 제주를 찾는다는 박정인(34·서울)씨는 “자연을 훼손하는 건 물론 지양해야 한다”면서도 “나이가 들어서도 한라산 백록담에 가고 싶다.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케이블카를 설치할 순 없을까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건의했다.

휴양 차 제주에 온 김신원(36·여·서울)씨는 “무조건 건물을 짓지 말라는 건 말이 안 된다. 필요에 의하면 지을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다만 새로 건물을 지을 때 자연과 어우러지는 지 고려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 [제주도민일보] 설문지
“제주, 중국땅 되는 건가요?…땅 중국인에게 팔지 마세요”

중국 관광객의 방문이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일부 관광객들은 '제주의 중국화'에 대해 우려하기도 했다. 현재 개발 진행 중이거나 추진 중인 외국인 투자의 대다수가 중국자본인데다 거주비자 신청자도 중국인이 대부분인 데 따른 불안감이다. 제주도민과 마찬가지로 우려의 목소리가 컸다.

김신혜(43·여·서울)씨는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제주가 보이기보다 리조트, 호텔 등 개발지가 더 크게 보이더라”며 “뉴스에서 보니 대부분이 중국인들이 주인이라고 들었는데 이러다 제주가 중국 땅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우려했다.

김주은(32·여·서울)씨는 “관광지에서 중국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너무 많이 들릴 때 여기가 제주인지 중국인지 헷갈리더라”며 “가뜩이나 중국인들이 많은데 중국인들에게 더 이상 땅을 팔아먹어선 안 될 일”이라고 말했다.

업무 차 방문한 유성목(25·서울)씨는 “중국인들의 고성방가와 무질서에 눈살이 찌푸러졌다”며 “제주도가 중국화 되는 게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박재석(33·서울)씨는 “관광산업이나 돈벌이도 좋지만 지킬 건 지키자”며 “중국자본이 들어와서 제주가 더 살게 될 것이라는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대중교통 너무 불편해요”…‘오지 않는 버스’, ‘바가지 택시’, ‘도로의 무법자 렌터카’

관광객들이 제주관광에서 느끼는 가장 큰 불편은 무엇일까? 불편한 대중교통, 난폭운전도 고쳐야 할 점으로 들었다. 선진 관광지를 지향하는 제주도가 고쳐야 할 점이 한 두 곳이 아닌 점은 분명해 보인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 제주를 찾은 임건식(27·서울)씨는 “송악산에 갔다가 버스를 타려고 했는데 한참이 지나도 오지 않아 정류장에서 시간을 낭비한 적 있다”며 “택시를 타기엔 부담이 있고 결국엔 히치하이킹을 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여성분들의 경우에는 히치하이킹도 힘들지 않겠느냐”며 “뚜벅이 관광객들을 위해 대중교통을 원할하게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진보라(23·여·전남)씨 역시 “버스를 타는 데 애를 먹은 적 있다”며 “관광객들을 위해 시내버스를 운행해 달라”고 요구했다.

버스기사들의 난폭운전과 택시 바가지 요금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김선영(28·여·경기)씨는 “손바닥 보듯 뻔히 아시는 길이기 때문에 기사님께서는 자유롭게 달리시겠지만 타고 있는 승객들은 조마조마한다”며 안전에 유의해주길 당부했다.

신은혜(51·여·경남)씨는 “택시의 경우 특히 외국인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며 “외국인을 상대로 한 상술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렌터카를 운전해 관광을 한 안천욱(27·전북)씨는 “육지에서는 안 그러면서 렌트카를 빌리면 법규를 어기고 과속하는 관광객들이 일단은 문제”라면서도 “운전자들을 위한 제주도의 신호체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거리 운전 시 신호등이 없어 사고날 뻔 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김민수(31·서울)씨 역시 “도로 중앙선 반사판을 작업해야 할 것 같다”며 “도로 페인트칠도 보이지 않는다. 다시 정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제주도민일보 DB] 성산일출봉을 찾은 관광객들
“비싸도 너무 비싸요. 거기에다 불친절하기까지…두 번 다시 못 오겠어요”

제주도는 주변이 모두 관광지다. 한 곳 지나면 바로 관광지다. 하루에도 4~5곳 관광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루 관광에만 많은 비용을 지출할 수도 있다. 그렇지 않아도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제주로 왔는데 역시 비용의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바가지요금이다. 제주도민들도 지적했지만 관광객들 역시 바가지요금에 눈살을 찌푸렸다. 게다가 불친절도 제주관광을 먹칠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행을 하고 돌아가는 류병현(27·서울)씨는 “여행이 물론 즐겁긴 했지만 모든 구경거리에 돈을 부과해 부담이 됐다”며 적절한 가격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성운(29·전북)씨는 “제주 자체가 가진 관광지라는 특수성 때문에 갖는 비싼 물가는 어느 정도 이해하지만, 물가가 너무 비싸서 두 번은 못가겠다는 이미지를 심어줘선 안 된다”며 “또 가고 싶은 제주로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서윤선(29·여·대구)씨는 “음식점 및 체험장 등의 지나친 방송출연이 비싼 물가를 조장하는 것 같다”고 바라보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여행을 하다가는 최현주(53·여·서울)씨는 “비싼 물가에 도저히 먹을 게 없더라. 심지어 불친절하기까지 하더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업무 차 제주를 방문한 유성목(25·서울)씨 역시 “식당, 숙소에서 현지인들의 불친절한 서비스 태도에 인상이 찌푸러졌다”며 “우리나라 대표 관광지답게 서비스도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러 차례 제주를 방문한 적 있다는 유수만(31·서울)씨 또한 “음식점 종업원인지 주인인지 모르겠지만 좀 친절했으면 좋겠다”며 “친절만 하면 맛이 없어도 반은 간다”고 말했다.

이어 이이환(26·서울)씨는 “도민들도 그렇지만 관광객들도 안하무인격으로 구는 경우가 종종 있더라. 서로가 서로를 배려하는 예의 있는 관광지가 됐으면 좋겠다”며 서로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정 자연만이 아니라 청정 도심도 유지해주세요”

제주하면 청정함이 우선 떠오른다. 맑은 공기, 푸른 바다, 파란 하늘, 녹음이 짙푸른 곶자왈 등. 하지만 자연은 청정하지만 도심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낄 수밖에 없다. 많은 도민들은 깨끗한 도심환경을 유지하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에 의해 관광객들은 나쁜 이미지를 가질 수밖에 없다.

배강석(34·경기)씨는 “여행하다 음식물 쓰레기와 일반 쓰레기가 방치돼 있는 걸 종종 목격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황실문(30·경남)씨는 “이중섭 화가의 생가 한쪽 구석에 술병과 각종 음식물 쓰레기가 있더라”며 보존해야 할 문화에까지 악취가 풍기고 있음을 고발했다.

신은혜(51·여·경남)씨는 “아름다운 문화유산을 후손에게 밀려주기 위해서는 깨끗한 시민의식 필요하다”며 “도민이나 관광객들 모두 쓰레기 처리를 잘해야 한다”고 따끔히 말했다.

서우람(30·울산)씨는 “지자체에서는 쓰레기 수거시설을 늘리고 관광객들은 ‘나 하나쯤이야’ 하는 생각을 버려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 [제주도민일보 DB]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중문해수욕장
제주 이주? “여유 있고 같이 사는 모습 보여주면…지금처럼 유지된다면야”

제주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이주율을 보이는 곳이다. 환상의 섬 제주에서 여유로운 삶과 낭만을 즐기며 살고 싶은 꿈들은 저마다 갖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에서 나쁜 인상을 갖고 떠나는 관광객들도 그럴까?

마침 제주 이주를 염두에 두고 다녀가는 김미숙(49·여·일본)씨는 이주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니오’라고 단호히 말했다. 김씨는 “이주해보려고 다녀가는 길이지만 실망하고 돌아간다”며 “음식은 비싸고 서비스도 엉망이다. 질서의식이나 문화수준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토했다.

서명선(32·여·경남)씨 또한 “예전에는 이주 의향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어졌다”며 “지난날의 여유로움이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정미진(30·여·서울)씨의 경우에는 “이주를 하면 제주 그대로를 즐길 수 없을 것 같다”며 “차라리 놀러가는 편을 택하겠다”고 말했다.

박재석(33·서울)씨 역시 “이주하면 좋겠지만 살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며 “이따금씩 지칠 때면 쉬어가는 곳으로 남겨두고 싶다”고 말했다.

반면 제주에 한 달 가량 살다 떠나게 된 이해정(45·여·경기)씨는 “한 달 가량 살았는데 설문조사를 하며 제주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면서 “한 달 사는 걸로는 부족하다. 더 머물고 싶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휴식 차 다녀가는 황보경(43·여·대구)씨는 “훼손되지 않고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이주할 의향도 있다”고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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