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특집] 제주도민·관광객에게 물었다 ‘제주, 안녕 허꽈?’…①
제주도민들 “中 관광객 위주 정책 그만…배타성·바가지 버려야 할 것”

제주도는 흔히 대한민국의 보배라고 한다. 천혜의 자연환경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가 숨 쉬는 곳이다. 그러나 아픈 역사를 간직한 섬이기도 하다. 세계자연유산,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3관왕 타이틀을 간직한 제주를 오가는 사람들은 늘 제주를 보면서 탄성을 지른다. 그렇기에 제주로 이주해 오는 사람들도 많다. 매달 또는 매분기 인구 이동 통계를 보면 제주도는 늘 상위권에 올라있을 정도다. 제주에 사는 이들이나 제주를 찾는 이들은 모두 제주에 대한 기대와 자부심을 갖고 있겠지만 반대로 아쉬워하는 것들도 하나 이상씩 갖고 있을 것이다. 배타성, 불친절, 난개발, 외국자본의 토지잠식 등등. 그렇다면 그들이 갖고 있는 아쉬움이나 불만은 무엇일까? 그리고 또 제주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제주도민일보>는 그러한 의문에서 단순히 설문조사를 통한 수치적인 통계가 아니라 제주를 오가는 사람들을 만나 아쉬움과 불만, 그리고 좋아하는 이유 등에 대해 직접 듣고 이야기로 풀어냈다. 독자들이 진짜 궁금해 하는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제주’의 주인인 도민들과 또 다른 주인인 관광객들은 어떤 시선으로 제주를 바라보고 있을까? [편집자 주]

※ 글 싣는 순서

1. 도민들의 눈으로 본 제주
2. 관광객들의 눈으로 본 제주

[제주도민일보=안서연 기자] 해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제주 이미지 등에 대한 설문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대부분 제주관광을 홍보하기 위해 긍정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하지만 분명 이들에게도 ‘싫어하는 제주의 얼굴’이 있을 것이다.

진짜 제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양면을 다 들여다봐야하지 않을까? 안 좋은 점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수반돼야만 ‘더 좋은 제주’으로 거듭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제주도민일보>는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제주공항을 찾은 이용객 1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단순히 관광객뿐만 아니라 제주도민을 대상으로도 실시한 이유는 각기 다른 시선을 담아내기 위해서다.

날 것 그대로 실은 그들의 ‘시선’은 우리 주위에서 한 번쯤 오고갔던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너무나 익숙해서 간과했던 소중함과 당부들을 되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제주도민들의 이야기부터 풀어본다. 관광객들의 부러움을 받고 있는 제주도민들은 과연 어떤 표정으로 그들의 터전을 바라보고 있을까?

▲ 제주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
“제주가 대한민국이야? 중국이야?…아름다운 우리 땅에서 조용히 살고 싶어”

제주는 전국에서 서울 다음으로 중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더욱이 중국 자본들이 물밀 듯이 유입되면서 난개발도 부추기고 있다. 그런 이유로 일부 국민들은 제주도가 차이나타운이 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기까지 한다.

‘대한민국의 보배가 중국 땅이 되는 것 아니야?’ 하는 글들이 뉴스나 SNS 등 웹페이지를 장식할 정도로 이제는 대한민국 전체의 우려가 되고 있다.

기자가 만난 제주도민들의 우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특히 도민들은 난개발과 지나친 중국 관광객 위주의 정책에 깊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지인의 결혼식 참석을 위해 공항을 찾은 안창민(34·제주시 연동)씨는 “제주는 섬 자체가 보물”이라면서 “어느 것 하나 꼽을 수 없을 만큼 다 소중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그 중에서도 “한라산 정상에서 내려다 본 제주 풍경이 가장 아름답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그러나 그는 “그냥 둬도 이렇게 아름다운 곳인데 자꾸 개발해서 안타깝다. 제주는 정말 훌륭한 섬인데 정작 도민들이 그 가치를 모를 때가 많다”며 도민들 스스로가 제주를 지켜야함을 강조했다.

개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도민들은 안씨 뿐만이 아니었다.

업무 차 공항을 찾은 김익현(30·제주시 연동)씨는 “관광객들을 위한 개발도 좋지만 생태계를 파괴하는 개발식 공사는 제주도만의 특성을 잃게 만드는 일”이라며 “자연과 공존하는 건축을 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육지에 살다 고향 제주가 그리워 다시 내려왔다는 명호산(32·제주시 도남동)씨는 “외래자본의 무분별한 도입이나 무조건적인 개발은 반대한다”며 “아름다운 제주를 지키기 위해서는 중국인들에게 더 이상 땅을 팔아선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고진희(가명·50·여·서귀포)씨도, 고등학생 김나영(17·제주시)양도 모두 한 목소리로 난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제주가 좋아 어머니와 함께 잠시동안 제주살이를 하고 있다는 김나영양은 “빽빽하게 줄지어 있는 삼나무들을 보며 위안을 얻었다”며 “이 아름다운 자연을 오래도록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친구 배웅을 위해 공항에 온 양지혜(가명·33·여·제주시)씨는 “무분별하게 자본 유치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난개발이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푸른 자연 때문에 제주 이주를 희망하는 친구들이 주위에 많은데 그들이 계속해서 제주를 좋아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당부했다.

어느 정도 개발의 필요성을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친 개발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고향 방문을 위해 공항을 찾은 3년차 이주민 이빈(37·제주시 아라동)씨는 “개발할 곳은 확실히 개발하고 보존할 곳은 확실히 보존해야 한다”며 난개발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도 부분 개발에 대해서는 허용하는 입장을 보였다.

손님을 맞기 위해 공항을 찾은 김세민(39·제주 한림읍)씨는 “딱 여기까지만 발전했으면 좋겠다”며 “중국이 밀고 들어오는 걸 욕하기 전에 제주도가 스스로 경쟁력을 키웠으면 한다”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 [제주도민일보 DB] 제주시청 학사로를 걷는 제주도민들
중국인 관광객 위주의 관광정책을 펼치는 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이원민(29·제주시 노형동)씨는 “지나친 대중국 관광정책은 그만 좀 했으면 한다”며 “중국인 관광객들로 인해 무법천지가 된 면세점 일대를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지적했다.

제주공항에서 근무하는 박성호(31·제주시 연동)씨는 “중국 위주 관광정책만 펼쳐선 안 된다”며 “세계 관광명소답게 세계인을 제주로 끌어들일 수 있는 관광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다.

최종식(30·제주시 연동)씨는 “제주 곳곳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중국인 무리를 보았을 때 눈살이 찌푸려졌다”면서 “어느 날부터인가 여기가 제주인지 중국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고 우려했다.

이어 김태홍(29·제주시 광양)씨는 “머지않아 중국인에게도 렌터카가 허용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제주사람들이 관광을 위해 사고의 위험을 감수해야만 하게 될 것”이라며 “도대체 무엇이 먼저인지를 생각했으면 좋겠다”고 따끔히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관광도시로 계속해서 거듭날수록 제주 특유의 색깔이 사라지는 것 같다. 변질돼 가는 게 아쉽다”며 제주만의 색깔을 유지해가길 바랐다.

한편 김숭현(32·제주시 도남동)씨는 “제주와 상관없는 박물관들을 우후죽순식으로 만드는 것보다는 자연경관을 해치지 말고 좀 더 가꾸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궨당·육지것, 이젠 고쳐야죠…선진 관광도시 지향하는데 언제까지 바가지”

제주하면 많은 사람들이 배타성이 강하다고들 한다. ‘궨당’, ‘육지것’ 등이 대표적인 단어다. 게다가 여전히 후진적 관광도시의 모습을 보여주는 ‘바가지’ 요금은 선진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제주에 ‘옥의 티’다.

이유야 어쨌든 간에 제주도민들도 과연 이러한 문제점들을 인정하고 있을까?

친척 배웅을 나온 오탁건(79·제주시)씨는 제주가 버려야 할 것으로 ‘배타심’을 꼽았다.

가이드 일을 하고 있는 고진희(가명·50·여·서귀포)씨 역시 “배타적이고 무뚝뚝한 성격을 이제는 좀 버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민(34·여·제주시 오라동)씨 또한 “타 지역 사람들에 대한 경계심을 버려야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에 가기 위해 공항을 찾은 황창기(59·제주시)씨는 이 같은 성격을 ‘섬기질’이라며 칭하며 “섬기질을 버려야 한다. 도민들은 좀 더 친절해지고 관광객들은 질서를 지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경석(33·서귀포시)씨는 “제주는 좁다보니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자기들 사회에만 갇혀 외부인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제주 이민 5년차라고 밝힌 조제섭(35·제주시 화북동)씨는 “살면서 지역사회라는 게 느껴질 때 참 막막했다. 많이 변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배타심이 존재한다”며 “그들만의 벽을 좀 허물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제주 토박이인 김정숙(35·여·제주시 용담동)씨는 “좁은 지역사회는 정말 버려야 한다”며 “관광도시인 만큼 도민이나 다른 지역 사람들이나 모두 서로에게 마음을 열고 친절히 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관광지에서의 과도한 음식가격에 대한 질타도 쏟아졌다.

고현정(36·여·제주시 외도동)씨는 “관광지이기 때문에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터무니없이 비싼 음식 가격을 볼 때면 인상이 찌푸려진다”며 “도민과 관광객들이 어느 정도 납득할 수 있는 선을 지켰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정준(37·제주시 노형동)씨 역시 “횟집에 가면 제주사람이라 시세를 다 아는데도 바가지를 씌울 때 화가 난다”며 “정직하게 팔아야 더 많은 손님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을 했다.

장우(36·제주시 용담동)씨 또한 ‘바가지 요금’을 꼬집으면서 더불어 “배짱영업을 하는 곳이 많은 게 사실이다. 이 부분은 스스로 자각하고 고쳐야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 제주국제공항을 이용하는 사람들
맨날 봐서 질리지는 않을까요?…“노! 노! 노! 제주사람도 ‘힐링’해요”

제주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환경, 생태계를 자랑한다. 때문에 제주는 ‘힐링의 섬’으로 통하기도 한다. 특히 ‘올레길’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힐링을 위한 도보여행의 천국으로 부상했다.

그런데 매일 보는 제주도민들은 정작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갇혀있는 듯한 느낌에 섬을 떠나길 희망하는 젊은이들은 더욱 그럴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보기 좋게도 기자의 예상은 빗겨나갔다. 젊은 응답자들의 대부분은 ‘제주를 사랑한다’며 각자가 위로 받는 제주의 풍경을 소개하기도 했다.

지인을 만나기 위해 공항을 찾은 장진우(29·제주시 한림)씨는 “항상 보지만 푸른 바다가 질리진 않는다”며 “내 고향에 딱히 무얼 바래본 적은 없지만 앞으로 젊은이들이 빠져나갈 수 없도록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줬으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육지에서 학교를 다니다 잠시 고향에 내려온 이준철(25·서귀포시)씨는 “항상 봐왔던 것이라 감흥이 없는데 관광객들이 너무 좋아할 때 웃음이 지어지더라”며 “나중에는 제주에 내려와 살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계 해안도로에서 마주하는 일출이 좋으니 꼭 들려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김숭현(32·제주시 도남동)씨는 “차타고 조금만 나가면 볼 수 있는 바다도 제주의 장점”이라며 “에메랄드빛 바다가 아니라서 관광객들에게는 별로일수도 있지만 여름날 활기찬 탑동도 꽤 좋다”고 자랑했다.

출장 차 공항을 찾은 최남경(28·제주시 연동)씨는 “함덕이나 협재해수욕장도 예쁘긴 하지만 조용한 세화해수욕장이 더 좋다”면서 “유명한 곳도 좋지만 제주 구석구석 더 좋은 곳이 많다”고 역설했다.

강소미(33·여·제주시 화북동)씨는 “해안도로 커피숍도 좋지만 오름에 올라 바라보는 야경도 기가 막힌다”며 “제주가 천편일률적인 관광지로만 인식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제주공항에서 근무하는 윤영복(50대·제주시)씨와 서울에 가기 위해 공항을 찾은 황창기(59·제주시)씨는 “제주의 자랑은 단연 한라산”이라면서 “일상이 힘들더라도 한라산에 한 번 오르고 나면 힘을 얻는다”고 같은 의견을 보탰다.

“제주도에도 사람이 살아요…제주, 함께 사랑하고 아껴줘요”

도민들은 관광객들을 향한 불만도 있었다. 그렇다고 배척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서로가 같이 살고 찾는 땅이니 관광객들도 함께 제주를 사랑하고 아껴달라고 당부했다.

안창민(34·제주시 연동)씨는 “제주가 관광도시이긴 하지만 제주에도 사람들이 산다는 걸 관광객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며 “욕망을 배출하는 곳으로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명호산(32·제주시 도남동)씨는 “관광지나 바닷가에 쓰레기 더미를 볼 때면 아무렇지도 않게 쓰레기를 버리는 게 불쾌하다”며 “관광객들이야 한 번 왔다 가면 그만이지만 도민들에게는 삶의 터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조기열(33·제주시 이도이동)씨는 “자식들까지 이 아름다운 제주를 보게 하려면 쓰레기를 아무데나 버려선 안 된다”며 “아름다운 경관을 보러왔다면 돌아가는 길도 아름답게 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외에도 도민들은 관광객들을 향해 “렌터카를 운전할 때 무분별한 끼어들기나 과속 등을 삼가 주길 바란다”고 당부하며 “최소한의 도덕을 지키지 않는 관광객들에게도 매번 친절하기는 쉽지 않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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